주자 2, 3루 역전 홈런을 노리는 G4 렉스턴

  • 입력 2017.06.12 08:07
  • 수정 2017.07.08 08:4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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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 2001년 첫 출시된 쌍용차 렉스턴 광고 카피다. 그 때 연간 자동차 내수 규모는 약 132여 만대, 9월 출시된 렉스턴의 첫 해 성적은 1만1264대, 이듬해인 2002년 4만 7262대를 팔아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 스포티지를 위협한다.

국산 SUV는 10개에 불과했다. 그리고 연간 판매량이 다 합쳐 30만대에 채 미치지 못했을 때 쌍용차는 코란도, 무쏘와 무쏘 스포츠 그리고 렉스턴 4개 모델로 12만 6000대를 팔았다. SUV 명가라는 말도 이 때 나왔다.

SUV 시장이 2010년 연간 100만대 규모로 커지면서 이후 경쟁이 치열해진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RV 라인업을 늘렸고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도 경쟁 모델을 내 놨다. 그사이 쌍용차는 중국 상하이 기차(2005년)를 거쳐 인도 마인드라 앤 마힌드라(2010년)로 주인이 바꼈다.

비가 온 뒤 땅이 단단해 지듯, 쌍용차는 마힌드라를 만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2013년 뉴 코란도 C, 2015년 티볼리가 연달아 단타와 장타를 치면서 주자 2,3루 상황을 만들었다. 합병과 인수,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불거졌던 여러 사태를 끝내고 사상 첫 흑자, 해고 근로자의 재 고용 등 의미있는 역사도 다시 쓰고 있다.

G4 렉스턴은 코란도와 티볼리로 2,3루를 채우고 홈런으로 아픈 역사를 반전시켜 버릴 쌍용차 기대주다. 감이 좋다. 지금 밀려 있는 사전 계약 7500대가 헤리티지 트림 49%, 4WD 88% 등 최고급 사양에 쏠려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이머징 마켓을 노린 전략적 디자인

렉스턴은 품격(Rex, 라틴어)과 기풍(Tone, 영어)의 합성어다. 오랜전 렉스턴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도 그랬던 것 같다. 투박한 각, 어울리지 않는 볼륨으로 과장스러워야 했던 그때의 SUV와 전혀 다른 외관, 컬러, 사양으로 정말 특별한 사람이 타는 차로 생각됐었다.

파르테돈 신전 비율이 참고됐다는 G4 렉스턴에 솔직히 그런 감흥은 없다. 요즘의 대형 SUV와 뚜렷한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앞모습은 혼란스럽고 옆과 뒤는 심플해 조화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그러나 많이 팔아야 하는, 장타가 필요한 쌍용차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다.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외세 확장이 절실한 쌍용차 입장에서는 중국, 동유럽, 남미 등의 시장 트랜드에 충실해야 한다. 이 곳에서는 과장되거나 약간은 허풍스럽게 굵은 라인, 크롬 등으로 외관을 화려하게 꾸며야 통한다. G4 렉스턴도 이런 시장을 노린 전략의 산물이다. 

옆모습은 진취적이다. 20인치 휠이 주는 위압감, 그린하우스의 끝을 날카롭게 만들고 휀더로 파고든 헤드 램프와 테일 램프로 포인트를 주고 캐릭터 라인을 부위마다 다르게 만들어서 질리지 않게 했다. 실내에서는 디자인보다 새로운 커넥티비티에 관심이 더 간다.

세계 최고라고 해도 좋은 커넥티비티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할 때, 각 지역의 주파수를 자동으로 변경해 듣는 방송을 끓김없이 들려주는 기능, 좋은 음악이 나오면 저장을 했다가 듣고 싶을 때 다시 듣는 기능, 음성을 인식해 목적지를 찾는 단계를 한 번으로 줄인 내비게이션은 기발하고 창의적이다. 

또 턴 시그널 사운드, 차선 이탈 경고음 등을 취향에 맞게 골라서 들을 수 있게 하고 애플 카 플레이와 안드로이드 OS를 이용해 와이파이 풀 미러링이 가능하도록 한 것도 작지만 큰 배려다. 클러스터의 스피드 표시도 3가지 모드로 만들어 놔 자동차를 재미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놨다.

보통의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 시트가 유독 편하게 느껴졌던 이유가 있었다. 엉덩이와 허리, 그리고 머리가 닿는 부분에 각각 다른 경도의 구조를 갖게 했고 버킷의 효율성도 뛰어나다. 인체공학 디자인 상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2열 시트는 리클라이닝이 가능한데,스페어 타이어도 없는 러기지룸 바닥이 이상하리만큼 높게 올라와 있다. 쌍용차는 연말에 나올 7인승 G4 렉스턴은 언급했지만 화물을 싣고 내리는데는 불편이 있을 듯하다. 공간은 1열, 2열 모두, 어느 부분이나 넉넉하고 여유가 있다.

깜짝 놀란 발진 능력과 정숙성

 
 

G4 렉스턴이 품고 있는 LET 220 엔진은 최고출력 187마력(3800 rpm), 최대토크 42.8kg.m(1600~2600 rpm)의 힘을 벤츠 7단 자동변속기로 발휘한다. 낮은 회전수에서 높은 영역의 토크를 발휘하도록 설계된 엔진답게 발진 가속이 경쾌하다.

풀 가속을 하면 4000rpm을 조금 넘는 순간, 첫번째 시프프 다운이 이뤄진다. 그 만큼, 토크의 정점을 빠르게 찍는다. 쌍용차가 자체 측정한 초기 출발 성능(0-20km/h)은 모하비가 1.61초, 싼타페가 1.51초인데 비해 G4 렉스턴은 1.49초로 가장 빠르다.

이런 장점은 단점이 되기도 한다. 초반 가속에는 분명한 도움이 되지만 고속에서는 무뎌진다. 쌍용차는 더 이상의 속력으로 달릴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달리다 보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고속에서의 가속이 필요한 때가 있고 더 유용하게 쓰일때가 많다.

고속에서 빠르게 차로를 변경하고 코너링을 빠르게 진입하고 탈출 할 때 차체 안정감도 뛰어나다. 거칠게 반응하는 기아차 모하비나 포드 익스플러러보다는 직진과 코너링 안정성이 좋다고 해도 무방하다.

 
 

주행 안정감은 오프로드에서도 유용했다. 전날 내린 비로 잔뜩 물을 머금은 진흙탕 길에서 기본 모드로는 계속 헛구름이 이어졌지만 사륜으로 모드를 바꾸자 가쁜하게 빠져 나온다. 천변 자갈길에서는 로우 기어 사륜구동(4L)으로 안전하게 달려준다.

거친 길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적당한 바운스로 큰 흔들림이 없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비결은 4중 구조의 초고장력 쿼드 프레임과 81.7%나 사용된 고장력강, 그리고 멀티 어드밴스 서스펜션이다. 이 가운데 멀티 어드밴스드 서스펜션은 꽤 높아 보이는 과속방지턱을 돌진하듯 공략해도 차체 충격을 기분 좋은 수준에서 유지시켜 줬다.

더 인상적인 것이 정숙함이다. 차체와 분리된 풀 프레임 바디 구조의 특성상 엔진 소음이나 노면 소음과 진동 상당 부분이 걸러지는 효과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엔진 회전수를 낮게 쓰는 것도 실내를 조용하게 만들어 준다. 

주행안전보조시스템(ADAS)에서 차선을 유지해 주는 LKAS는 빠졌다. 대신 차선을 이탈했을 때 이를 경고하는 차선변경 경보 시스템(LCA)로 대체됐다. 나머지 긴급제동, 전방추돌, 차선변경, 사각지대, 추측방 경보 등의 시스템을 다 제공되고 어라운드 뷰 모니터도 선택 할 수 있다.

<총평>

 
 

시장이 커지면 경쟁은 치열해진다. 모델수가 늘어나고 새로운 대체품 주기도 빨라진다. 공교롭게도 쌍용차의 핵심 볼륨 세그먼트인 소형 SUV 시장에 현대차 코나, 기아차 스토닉이 투입되기 이전에 모하비와 맥스크루즈가 주거니 받거니 했던 대형 SUV 시장에 G4 렉스턴이 싸움을 걸었다. 

코나와 스토닉은 티볼리에게 쉽지 않은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쌍용차는 표정이 밝다. “시장이 커지면 수요가 늘 것이고 티볼리는 제 밥값을 충분히 할 것”이라며 “코나 출시가 임박한 지금 계약 추세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반면, 월 평균 2000대 근방을 왔다 갔다하는 대형 SUV 시장을 4000대 이상으로 늘린 G4 렉스턴은 늘어난 수요를 모두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볼리는 몰라도 G4 렉스턴은 쌍용차의 말대로 확장된 수요를 그대로 흡수하고 있고 당분간 이어갈 공산이 크다.

기본 가격(4510만원, 헤리티지)이 경쟁모델보다 400만 원 저렴한데도 생김새에 분명한 차별성이 있고 달리는 능력, 인테리어를 구성하는 편의 사양이 만만치 않아서다. 초구를 흘려버린 G4 렉스턴이 어떤 공을 노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최소한 우중간 깊숙한 주자 싹쓸이 2루타는 날려야 연말 G4 렉스턴의 7인승 또 매년 1대의 신차를 내 놓겠다는 쌍용차의 약속도 지켜 질 수 있지 않을까. 동시에 내수 판매 3위로 뛰어 오르는 올 시즌 최대 이변의 주인공도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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