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혈통 스팅어가 기아차를 삼켰다

  • 입력 2017.06.09 09:43
  • 수정 2017.06.09 13:4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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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이 익은 스팅어를 만나는데도 가슴이 설렜다. 와이드 선루프와 다크 레드 팩 내장 컬러, 5110만원짜리 하이크로마 레드 스팅어 가솔린 3.3 터보 GT. 피터 슈라이어 현대차 그룹 디자인 총괄 부사장이 기아차로 영입되면서 처음 손을 댄 콘셉트카 기아 GT의 혈통을 잇고 BMW M 버전 출신 앨버트 비어만 부사장이 관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래야 했다.

묵직한 도어를 열고 시트에 자리를 잡는 순간부터 스팅어가 앞으로 이어갈 새로운 DNA가 느껴진다. 장딴지를 알맞게 떠 받치는 적당한 크기의 시트는 아주 낮게 자리를 잡았고 상체를 조이듯 감싼다. 대시보드 전체를 한눈에 담는 인테리어는 항공기를 모티브로 했다. 센테페시아의 스포크 타입 에어벤트, 그리고 클러스터가 벤츠의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비슷한 모양은 다른 브랜드에도 많다.

시동을 걸고 공회전을 해도 사운드가 강렬하지는 않다. 엔진음을 여러 유형으로 설정할 수 있는 액티브 엔진 사운드로 세세하게 설정했지만 달릴 때도 인상적이지가 않다. 목청을 더 땄어도 되지 않았냐고 묻자 기아차는 “소음 규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깜짝 놀랄 일은 따로 있다. 

 

370마력의 출력을 내는 3.3 트윈 터보 GDI의 묵직한 떨림, 그리고 첫 발을 떼는 순간 온 몸으로 전해지는 움직임이다. 모호한 말이지만 국산차에서 이런 움직임을 경험한 적이 없다. 나와 스티어링 휠, 그리고 1855kg 중량의 스팅어가 하나로 움직이는 그런 느낌이다.

가볍지 않은 노면과의 밀착감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갸릉 갸릉’ 몇 번 페달을 들쑤시고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스팅어에 탑재된 가솔린 V6 3.3 트윈터보가 내는 370마력(6000rpm)의 출력과 52.0kg.m(1300~4500rpm)의 성능 제원은 이제 어떤 차와 비교해도 떳떳한 수치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비슷한 배기량 엔진과 대등하거나 일부 앞서있다. 여기에 후륜 구동을 기본으로 8단 자동변속기, 튜닝된 스팅어 전용 플랫폼(현대차 G80과 공유한다), 론치 컨트롤 등등 달리는 능력을 배가시키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워밍업을 끝내고 스팅어를 거칠게 다루기 시작했다. 최고 제한 속도가 110km/h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지만 자동차가 갖고 있는 한계치의 능력은 일상적 성능, 안전, 내구성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된다. 따라서 의미가 있고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스팅어의 최고 속도는 270km/h, 시승에서는 도로가 허용하는 최대치를 낼 수 있었다. 속도에 대한 갈증을 사이다처럼 날려 보냈다. 패들 시프프로 고 영역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며 급가속을 반복해 봤다. 저속 가속보다 중속에서 고속으로 튕겨 나가는 맛이 더 삼삼했다.

코너를 거칠게 돌고 핸들링이 과격해지면 전자장비의 개입이 잦아진다.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 컨트롤, 스태빌리티 컨트롤 등등 차체의 균형을 유지하고 스티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능동적인 개입이다. 

 
 

스팅어에는 국산차 최초로 론치 콘트롤이 탑재됐다. 0-100km/h 가속시간을 4.9초로 당기는데 기여한 이 장치는 풀 악셀로 출발 할 때, 후륜의 접지력을 유지해 바퀴가 헛도는 것을 방지해 준다. 브레이킹은 밋밋했다. 

브렘보라는 뛰어난 브레이크 시스템이 지나치게 온화한 성격으로 다듬어진 듯하다. 속력이 강조된 스팅어답게 브레이크 특성을 더 박력있게 조여놔도 될 것 같다. 

고속에서의 차체 안정감, 균형감 특히 노면에 촥 달라붙는 다운포스 질감은 환상적이다. 단, 코너에서의 푸시 언더 스티어가 완벽하게 제어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서툰 운전자는 코너에서 급제동했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디자인과 이런저런 사양 얘기는 확 줄인다. 외관은 장식용 에어 덕트와 에어로 펜더 가니쉬, 플래그 타입 아웃 사이드 미러, 듀얼 트윈 머플러, 아일랜드 후드로 고성능 스포츠 세단의 면모를 갖췄다. 최신 스마트폰처럼 측면에 버튼을 배치하고 가죽으로 둘러싼 스마트키도 색다르다.

 
 

GT 트림은 전용 엠블럼이 여기 저기 붙어 있고 D컷 스티어링 휠, 다크레드 팩, 콘솔부에 리얼 알루미늄을 사용해 차별화했다. 공간이 넉넉한 실내는 플로팅 타입 디스플레이, 트리폴 서클 타입 에어벤트 그릴, 금속 질감의 센터페시아 버튼, 부드럽고 완만한 곡선의 레이 아웃으로 고성능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했다.

옵션 품목인 드라이브 와이즈는 고속도로에서 꽤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고 차로 이탈 방지보조(LKA),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하이빔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후측방 충돌 경고, 전방 충돌 방지 보조 등을 통해 주행 안전을 돕는다.

 

<총평>

스팅어는 앞으로도 있을 기아차 역사에 한 획이 될 것이 분명하다. 디자인에서 동력, 주행 성능까지 이렇게 완벽하게 매칭된 진짜 스포츠카는 지금까지 국산차에 없었다. 스쿠프와 티뷰론, 제네시스 쿠페로 명맥을 이어왔던 국산 스포츠카의 계보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스팅어는 차원이 다르다.

그나마 스포츠카로 불렸던 V6 3.8 GDI를 탑재했던 제네시스 쿠페의 최고 출력은 350마력, 가속력(0-100km/h)은 5.9초였다. 스팅어는 더 작은 엔진으로 더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고 후륜구동으로 완성한 중량 비례, 균형, 일관성이 세계 어떤 브랜드의 고성능 차와 견줘도 될 만하다. 

‘몇 대나 팔리겠어’ 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벤츠나 BMW, 토요타나 쉐보레도 몇 대 팔리지 않는, 심지어 팔지도 않는 고성능 모델에 집착한다.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성능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는데 판매량 이상의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아차라는 브랜드를 스팅어가 접수 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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