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볼트 EV가 말한다 '테슬라는 과소비'

  • 입력 2017.06.07 11:55
  • 수정 2017.06.07 13:0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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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가 있다. 전기차 시승 때마다 치른 곤혹들, 여유있던 배터리의 잔량이 갑작스럽게 '0'가 됐고, 충전소를 코앞에 두고 방전이 된적도 있었다. 시승차를 받기 전, 동선에 맞춰 충전소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가장 먼저 내려 받은 것도 이런 이유다. 

서울역 인근에서 쉐보레 볼트 EV(BOLT EV)를 받아 차에 오르고 전원을 넣는 순간, 439km로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이런 걱정을 괜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에어컨을 켜자 401km로 줄었지만 원하는 곳, 거기가 부산이나 해남 땅끝마을이어도 추가 충전없이 가능한 거리여서다.

볼트 EV의 인증 주행거리(완충시)는 383km,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대부분의 주행거리는 200km를 넘지 못한다. 인증 수치만으로도 서울에서 부산, 또 하루 50km 정도 출퇴근을 한다고 했을 때 일주일 정도 달릴 수 있다.

실제로는 더 많은 거리를 달렸다. 완충 후, 202km를 달리고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239km, 주행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400km 이상을 너끈하게 달릴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압도적인 무충전 주행 능력

주행 전(위), 주행 후(아래)

전기차 주행거리는 배터리 용량이 좌우한다. 60kW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볼트 EV는 따라서 28kWh의 현대차 아이오닉(191km)보다 두 배 가량 긴 거리를 달릴 수 있다. 핵심은 이런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효율성을 끌어내는 기술, 또 가격이나 충전시간 등 비용의 경제성에 부합하는 기술이다.

볼트 EV는 아이오닉 일렉트릭 두 배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 만큼 충전시간이 80% 기준 1시간이 걸리고 기본 가격도 1000만원 가량 비싸다. 하지만 주행거리가 갖는 장점은 무시하기 어렵다. 지난 3월, 초도 물량 1000대가 불과 몇 시간 만에 완판된 것도 이런 장점이 어필해서다.

가격은 이런 저런 혜택을 받았을 때 2000만 원 대로 떨어진다. 500km(P100D) 정도를 달리는 테슬라는 1억2860만원, 볼트 EV 4대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전기차 소비가 경제적 가치와 효율성에 있다고 봤을 때, 볼트 EV의 가격과 주행거리를 생각하면 테슬라는 과소비고 사치다.

볼트 EV는 지난 3월, 서울을 출발, 제주까지 470km의 거리를 무충전 종주하는데 성공했다. 내리막에서의 타력,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와 지정체 도로에서 자주 발생하는 제동 에너지를 적절하게 활용해  배터리에 차곡차곡 쌓아 놓으면 주행 가능 거리는 이렇게 몇 km를 달려도 제자리 또는 늘어나기도 한다.

클러스터의 리젠(Regen)이 회전하면서 배터리가 충전되는 순간, 그리고 전력 소비량과 발전량을 표시해 주는 파워 그래프(내연기관차의 순간연비표시쯤 된다)에 신경을 쓰면 주행거리에 따른 전력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이질감이 전혀 없는 주행 질감

 

볼트 EV의 최고출력을 내연기관 수치로 계산하면 204마력, 최대토크는 36.7kg.m이다. 보통의 준중형 가솔린보다 높은 성능 제원을 갖고 있는데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일정한 엔진 회전수에 도달했을 때 최고점을 찍는 내연기관차와 다르게 가속과 동시에 토크의 정점을 찍는 발진력이 압권이다.

시속 100km 가속에는 7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이전에 경험한 전기차 대부분에서 나타난 이질감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도 놀랍다. 속도를 높일 때, 추월을 시도할 때도 보통의 내연 기관차보다 좋은 움직임을 보여 준다.

 
 

전원을 넣을 때, 가속을 하거나 제동을 할 때 모터와 발전기 등에서 음산하게 들리는 기계 소리는 완벽하게 차단됐다.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빙판위를 미끄러져 나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속도와 상관없이 부드럽고 조용하게 움직인다.

전기차여서 나타나는 몇 가지 특성도 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감속이 빨리 이뤄진다. 과속을 하지 않는다면 도심에서는 제동을 할 때만 빼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충분하게 속도가 준다. 이 때 발생하는 에너지, 또 제동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사용된다. 이런 전기차의 특성을 빼면 주행 질감, 가속, 핸들링과 라이드는 보통의 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색다르고 첨단화된 실내와 사양

 
 

센터페시아의 10.2인치 대형 터치 스크린은 상당한 수준의 컨비니언스 기능을 품고 있다. 에너지 정보 뿐만 아니라 볼트 EV 전용 마이링크로 전화, 라디오, 블루투스, 위젯 기능까지 사용할 수 있다. 디자인이 좋고 시인성이 좋아서 노트북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쉐보레 마이링크 또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별도의 설정 과정없이 사용하는 OS에 맞춰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와 바로 호환된다. 은은하고 보기 좋은 색과 폰트로 에너지 사용정보를 요연하게 제공하고 마음에 드는 타입으로 메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해놨다. 공간은 소형 SUV급이다. 

전고를 보면 일반적인 소형 SUV와 비슷한 1610mm나 되기 때문에 타고 내리는 불편이 전혀 없고 따라서 머리공간의 여유도 충분하다. 288개나 되는 배터리 쉘을 3개씩 묶은 96개 그룹을 10개의 모듈로 만들어 차체 아래쪽에 배치해 공간을 최적화 한 덕분이다.

 

따라서 2열이나 트렁크 공간도 부족하거나 불편하지 않다. 윈드 글라스가 루프부터 보닛까지 거의 평평하게 자리를 잡고 그린 하우스 면적이 넓어서 시야가 좋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외관에는 측면에 있는 볼트 EV 레터링 그리고 HID 헤드램프와 LED 테일램프로 전기차라는 점을 강조했다.

높은 전고를 갖고 있지만 전면부터 후면까지 하나로 연결된 듯한 루프라인이 전체적으로 날렵한 느낌을 살렸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는 간결한 전면, 그린 하우스를 후미쪽으로 강하게 조여 놓고 두툼한 여러개의 사이드 캐릭터 라인으로 측면은 공격적인 실루엣을 갖고 있다. 후면은 볼륨을 강조하고 위로 치 받듯 여러 개의 라인을 반복해 사용했다.

6개의 에어백을 기본으로 사각지대와 전방 보행자를 감지하고 경고해 주는 시스템, 전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과 자동주차 보조 시스템, 전방추돌 경고 및 저속 자동 긴급 제동 등 화려한 첨단 안전 사양을 갖춘 것도 볼트 EV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다.

<총평>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전기차 상품성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다. 가격을 좀처럼 낮추지 못하는 것도 더 멀게 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 것이 곧 좋은 전기차의 판단 기준으로 여기는 소비자와 제조사의 강박관념 때문이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이 통상적으로 운용하는 자동차의 기준으로 봤을 때, 그리고 장거리 이동에 대중교통 이용을 불편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전기차의 주행 가능거리는 300~400km면 충분하다.  우리나라 자동차 한 대당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43.9km(교통안전공단, 2014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주중에 타고 주말에 충전하면 일상적 용도로 아무 제한이 없다. 볼트 EV는 이런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 시켜 준다. 무엇보다 운전을 할 때 느끼는 주행 질감, 움직임에 이질감이 없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테슬라는 1억 2800만 원짜리 모델 S가 5년간 795만 원의 연료비를 절감한다고 표시한다. 이런 계산으로 모델 S대신 쉐보레 볼트 EV를 선택하면 1억 원을 줄일 수 있다. 억지같지만 테슬라처럼 계산을 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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