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30, 해치백의 가능성을 보여준 의외의 발견

  • 입력 2017.05.17 12:58
  • 수정 2017.05.17 13:5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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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안 팔리는 모델로 알고 있지만 i30는 유럽에서 대박을 친 해치백이다. 유럽에서만 작년 6만 대 넘게 팔았다. 우리나라가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오랜 공식도 깨지고 있다. 4월 기준, i30의 누적 판매는 지난 한 해 2400여 대의 절반이 넘는 1400여 대를 기록했다. 

스타 아이유와 유인나의 디스커버리즈 아이유인나 광고가 먹혔다는 얘기, 자동차 소비문화가 실용적 가치와 경제성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중하기로 유명한 르노가 해치백 클리오를 우리 시장에 던져 놓기로 한 것도 시장의 변화와 여건으로 봤을 때 생존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에서다. 작고 실용적인 것에 주목하는 젊은 층의 트렌드 변화가 소형 SUV 그리고 해치백에 대한 관심과 시장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최장수 해치백 전용 모델...가솔린보다 '클린' 

 

i30는 국산 최초의 해치백 전용 모델이다. 이전까지는 세단을 베이스로 한 변종이 전부였다. 생명력도 길다. 2007년 처음 출시돼 3세대를 거쳐 10년 동안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시장에서 질긴 생명력을 이어왔다. 누가 뭐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9월 3세대 i30의 1.4, 1.6 터보 라인업은 경험했다. 넘치는 힘을 여유 있게 받아들이는 단단한 하체, 준대형 세단이 부럽지 않은 풍부한 사양이 기억에 남는다. 시승차는 1582cc 디젤 1.6 엔진을 올린 모델이다. 수도권 미세먼지의 유발원으로 디젤차가 지목되고 있지만 가솔린보다 깨끗하다는 ‘유로6’ 기준에 대응한 엔진이다.

1.6 디젤의 CO2 배출량은 107g으로 가솔린 1.6의 144g/km, 1.4의 127g/km보다 현저하게 낮다. 그러면서도 미세먼지의 공적으로 불리는 것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디젤차의 환경규제에 대응한 제조사 처지에서 보면 억울해도 보통 억울한 일이 아니다.

세계 3대 어워드, iF가 인정한 디자인

 

전형적인 2박스 해치백 타입을 가진 i30의 외관은 비전문가들이 좋다 나쁘다를 거론할 대상이 아니다. 세계 3대 디자인상 가운데 하나인 2017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자동차 부문 최고 영예인 수송 디자인 본상을 받아서다. 세계 최고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최고’로 평가한 스타일을 우리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해치백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델이 폭스바겐 골프다. 극도로 간결한 디자인을 가진 골프와 다르게 i30는 후드와 측면, 그리고 테일게이트에 캐릭터 라인과 볼륨을 많이 사용해 화려한 스타일을 뽐낸다. 따라서 좋고 나쁘고가 아닌 이런 차이로 호불호를 가리면 될 일이다.

전면부는 범퍼 보닛 그리고 측면 사이드 패널 일부까지 하나의 패널로 구성된 아일랜드 후드 파팅 라인, 매시 그릴, 풀 LED 헤드램프가 보인다. 번호판을 좀 내려서 캐스 케이팅 그릴이 시원하게 노출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측면은 측면 차대까지 세단의 루프, 벨트 라인이 사용됐고 뒤쪽 차대는 SUV처럼 각을 세워놨다.

좁아 보이는데도 트렁크 용량을 395ℓ나 확보한 것도 뒤쪽 차대의 구조가 한몫을 한다. 6:4 그리고 전체 폴딩이 가능한 2열 시트를 젖히면 더 많은 공간이 확보된다. 다양한 컬러가 운영되고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 컨비니언스, 스마트 기기 등을 선호도에 맞춰서 소프트 튜닝이 가능한 것도 i30의 경쟁력이다.

준대형급 사양, 치솟는 가격은 부담 

 
 
 

실내는 센터페시아의 위, 아래 폭을 좁게 만들고 센터 디스플레이를 플로팅 타입으로 만들어 놨다. 쾌적하고 잘 정돈되고 작은 자투리 공간까지 활용하려는 의도다. 시승차는 에어벤트와 시트 스티치 등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젊은층, 특히 여성의 취향을 저격하는 구성이다.

놀랍도록 많은 사양이 적용됐다. 콘솔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가 보이고 외부에서 스마트키로 윈도 글라스를 닫을 수 있는가 하면 사각지대 감지 시스템, 시트와 스티어링 휠 열선, 오토 홀드 기능이 있는 전동식 파킹 브레이크에 전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 전동 조절 시트, 긴급제동에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 시스템이 포함된 현대 스마트 센스까지 적용됐다.

천정에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하늘을 열고 있다. 기본 2490만 원(프리미엄)의 i30 1.6 디젤 프리미엄에 이런 사양을 모두 작용하면 2700만 원대로 치솟는다. 그러나 2170만 원짜리 스마트에 내비게이션(90만 원)만 추가해도 사양 충족도는 충분하다. 또 터보로 구성된 가솔린 라인업보다 1.4 스타일을 제외하면 더 저렴하다.

끈기있고 민첩한 상승력과 핸들링 

 

1.6 디젤 엔진은 최고 출력 136마력, 최대 토크는 30.6kg.m, 복합 기준 17.3km/리터의 연비 제원을 갖고 있다. 골프 2.0 TDI의 최고 출력은 148마력, 최대 토크는 32.6kg.m이니까 배기량 차이를 계산하면 수준급 성능 제원이다.

디젤차답지 않게 시동을 걸고 출발, 속도를 높이는 과정이 조용하고 부드럽다. 정지해 있을 때, 저속, 경사로에서 디젤차 특유의 엔진 진동 소음이 들리기는 하지만 속도가 올라가면 가솔린 엔진하고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조용하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는 9초대 초반과 중반을 오락가락했다.  1750에서 시작해 2500rpm까지 이어지는 토크 밴드는 끈기있게 속도를 올려준다. 급가속을 하면 4000rpm까지 게이가 상승하고 첫 번째 시프트업이 이뤄진다. 다시 상승한 rpm이 3000rpm으로 떨어지면서 3단으로 포지션하고 4단에서 시속 100km를 찍는다.

 

저단에서 고속영역에 접근하고 시속 100km에서도 엔진회전수가 1700~1800rpm을 유지한다. 따라서 경쾌한 가속의 재미와 함께 시내 주행에서도 16km/ℓ대를 유지하는 연비가 만족스럽다. 스포츠 모드는 액셀러레이터를 살짝만 밟아도 기분 좋게 반응하는 재미가 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이 핸들링인데요. 속도에 맞춰서 조향력을 제어하고 후륜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달아놔서 차체 놀림은 대단히 민첩하고 정직합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이 핸들링, 속도에 맞춰서 조향력을 제어하고 후륜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달아놔서 차체 놀림까지 대단히 민첩하고 또 정직하다. 반면 ESC의 개입이 너무 빨라 고속의 코너링 진입 전 균형이 무너지는 일이 잦았다.

무시하면 큰일 나는 7단 DCT의 '경고'

 

i30는 공통으로 7단 DCT 그리고 디젤 모델에는 신호대기나 정차했을 때 시동이 꺼지고 가속페달을 다시 밟으면 시동이 걸리는 ISG가 적용된다. 이 가운데 듀얼클러치는 가속 응답성과 연료 효율성을 높이지만,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반복적인 급출발과 급가속은 변속기 과열로 이어져 고장의 원인이 된다. i30는 친절하게 ‘열 좀 식혀라’라는 경고를 소리와 클러스터에 표시해 준다. 이걸 무시하고 계속 주행을 하면 심각한 고장으로 이어진다. 차를 세우고 변속기 냉각이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언덕길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정지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절대 금물이다.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와 다르게 시동을 걸거나 출발할 때 약간 다른 특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도 참고해야 한다.

<총평> 

 

성급한 판단일지 알 수 없지만 자동차 소비문화는 바뀌고 있다. 소형 SUV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만 봐도 과시용보다는 효율성, 경제성을 우선하는 소비 패턴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해치백 또는 왜건 시장이 과거 매번 그랬던 거처럼 죽만 쑤는 일은 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더디지만, 성장 가능성은 충분한 만큼, 실용성과 재미가 있는 해치백의 장점을 알리는 데 노력하면 시장은 넓어질 여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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