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km를 달려 보고 QM3를 다시 '봄'

  • 입력 2017.04.24 09:03
  • 수정 2017.04.24 10:4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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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순수 내연 기관 자동차 가운데 복합 연비 16km/ℓ 이상 1등급 연비 라벨을 받은 모델은 120여개다.(에너지관리공단/4월 기준) 타이어 사이즈와 배기량, 변속기 타입 그리고 사용하는 연료를 세부적으로 나눈 전체 모델 수는 2000여 개, 따라서 1등급 모델 비중은 약 6%에 불과하다.

1등급 연비 모델 가운데 쓸모 있는 자동차도 몇 개 되지 않는다. 판매가 중지된 폭스바겐과 몇개의 모델을 빼면 대부분은 연간 수십여 대 밖에 팔리지 않는다. 군계일학처럼 돋보이는 모델이 르노삼성차 QM3다. 수급 조절이 원활하면 매월 500여 대는 거뜬하고 지난해 월평균 700대 이상 실적을 거뒀다. QM3 복합연비(17.7km/ℓ)의 순위는 전체 14위다.

대중교통요금보다 저렴했다.

 

1등급 연비의 경제적 가치를 체험하기 위해 QM3의 연료 경고등이 들어 올 때까지 달려 보기로 했다. 목표는 1000km 이상, 그러나 허리가 잘린 반도의 남북을 종단하며 왕복해도 이 거리가 나오지 않는다. 여러 경유지를 거쳐야만 가능한 거리, 첫 번째 목적지를 충남 태안에 있는 신두리 사구로 정하고 가득 주유, 트립 리셋을 하고 출발했다.

신두리 사구까지 거리는 161km, 다음 목적지인 전남 신안 천일염 산지 증도까지는 296km다. 출발 전 750km였던 주행가능(RANGE) 거리는 신두리 사구에서 990km로 늘었고 457km를 달린 증도에서 730km로 표시됐다. 평균 연비가 22km/ℓ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남도의 끝자락에 도착했는데도 서울에서 출발할 때와 비슷하게 남은 거리가 표시됐다.

 

증도를 출발, 전남 보성에 있는 율포솔밭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남도의 벛나무는 이미 짙은 녹색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옥빛 바다가 보이자 하늘 거리는 노랑 유채꽃이 가득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까지의 총 누적 주행거리는 741km, 평균 연비는 23.2km/ℓ가 표시됐다. 정확한 연비는 경고등이 들어오면 최단 거리 주유소에서 가득 채운 연료의 양을 주행거리로 나눠 측정할 요량이다.

율포해수욕장에서 1박을 하고 다음 날, 남해고속도로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덕유산을 서쪽으로 끼고 있는 무주리조트에 도착했다. 이제 누적 주행거리는 925km가 됐고 1000km의 여정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이곳부터는 연료 경고등이 들어오면 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지방도로만 이용했다.

 

충북 영동을 지나 옥천을 거쳐 옛 지명 마전으로 잘 알려진 충남 금산군 추부면에 진입하는 순간 계기판에 1000.1km가 찍혔고 경고등이 들어왔다. 서울에서 가득 주유를 하고 1000km를 달린 것이다. 150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주유소에서 5만1000원을 주고 경유 39.689ℓ를 주유했다. 사용 연료와 주행 거리로 측정한 QM3의 연비는 25.20km/ℓ, 경차는 물론, 하이브리드카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루 출ㆍ퇴근 거리 50km, 근무 일수 20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대중교통비보다 저렴하다. 예를 들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서울 강남구로 출퇴근할 경우 광역급행버스의 요금은 편도 1550원, 왕복 3100원, 한 달 6만2000원이 필요하다. 같은 거리를 QM3로 움직였을 때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비라는 것이 교통상황과 코스에 따라 많은 편차가 있고 자동차는 또 연료비 이외의 유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중교통 요금과 비교할 수 있는 정도의 연비, 연료비라면 QM3의 경제적 가치는 충분히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남도의 노랑 유채꽃, QM3를 다시 ’봄’

 

QM3는 르노의 완성차를 수입해서 르노삼성차 엠블럼을 달고 판매되는 수입차다. 2013년 11월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7분 만에 초도물량 1000대가 완판된 전무후무의 기록을 갖고 있다. 당돌하고 파격적인 외관, 가격 특히 당시 기준으로 최고 수준의 연비 효율성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고 지금도 물량만 확보되면 월 1000대는 팔 수 있다고 르노삼성이 자신하는 모델이다.

지나치게 독특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르노의 새로운 패밀리룩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QM3는 적당한 볼륨과 해치백처럼 야무진 스타일을 갖고 있다. 두툼한 블랙 가니쉬가 차제 전체를 감싸 듬직하고 노면에 바싹 붙어 바닥을 움켜쥔 듯하고 근육이 돋보이는 투견 같기도 하다.

인테리어는 프랑스 특유의 감각과 실용성으로 채워져 있다. 버튼은 공조장치가 전부고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적절하게 혼용된 클러스터는 스포티하다. 태블릿 PC가 사용된 센터 모니터는 일반적으로 봐 왔던 내비게이션 모니터와는 차원이 다른 그래픽과 활용성을 갖고 있다. 가벼운 터치에도 부드럽게 작동하고 스마트폰과의 연계도 신속하게 이뤄진다. 필요하면 떼어내 들고 다니며 인터넷, 휴대전화 등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시트는 직물과 인조가죽이 혼용됐다. 직물 소재의 시트가 요즘 흔치는 않지만, 촉감과 착좌감이 뜻밖에 좋고 편하다. 시트는 높은 편이다. 승차할 때 불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콘솔박스를 들어서 측면에 있는 만큼 다이얼을 돌려야 등받이가 조절되는 방식은 낯설고 불편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스티어링 휠이다. 이만한 차 대부분이 작고 얇은 데 비해 QM3는 적당한 크기의 둘레에 두께를 갖고 있다.

구동계는 최고출력 90마력,  최대토크 22.4kgm을 발휘하는 1461cc dCi 엔진과 독일 게트락 6단 DCT로 구성됐다. 90이라는 출력의 수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경제성과 함께 QM3가 지향하는 '펀 투 드라이빙'이 고속에서 더 뚜렷해진다. 서 있거나 낮은 속도에서 보닛 아래의 진동이 거칠게 전달되지만, 속도가 상승하면 동급의 휘발유보다 더 부드럽고 매끄러운 주행 질감을 제공한다.

속도가 상승하는 맛도 달달하다. 경쾌하게 스피드 미터 게이지를 올려준다. 게트락 듀얼 클러치는 기대 이상이다. 변속 순간을 잡아내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민첩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출력이나 토크 수치로 우려되는 답답함은 느끼지 못한다. 후륜에 사용된 토션빔 서스펜션의 탄력도 기대 이상이다. 유럽의 거친 도로, 그리고 체급에 맞는 튜닝으로 코너 적응력, 핸들링 대응력, 차체의 안정감을 최적화했다.

 

<총평> 연비를 중점으로 살펴보려고 했지만 고속 주행 질감에 더 반했다. 이만 한 차 대부분의 고속 주행 안정감은 기대할 것이 없지만 QM3는 반듯하게 달린다. 속도가 상승하는 맛도 기가 막히다. 소형 SUV라고 해서 재미있는 운전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연비는 누가, 어떻게 운전을 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좋은 연비를 내기 위해 거북이 운전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말라. 1000km를 그렇게 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시승 코스의 30% 이상은 지방도였고 제한속도를 크게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달렸다. 따라서 괴팍하거나 거칠게 운전을 하지 않으면 QM3의 일상 연비는 20km/ℓ 남짓을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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