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뉴 라이즈의 확 달라진 가속력

  • 입력 2017.04.12 10:29
  • 수정 2017.04.12 10:4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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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의 2016년은 잔인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중형 세단 경쟁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왔지만, SM6(르노삼성차)의 강력한 카운터 펀치에 그로기(Groggy)가 됐다. 작년 판매는 택시와 하이브리드를 모두 합쳐도 10만대가 되지 않았다. 이 틈을 노린 르노삼성차는 택시를 빼면 2016년 중형세단 판매1위는 SM6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였다.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이 SM6를 등장시키면서 자주 언급한 사자성어가 ‘절치부심’과 ‘권토중래’다. 한 번 졌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고 이가 부서질 정도로 벼르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보기 좋게 반격에 성공했다.

자존심이 상한 현대차도 절치부심과 권토중래의 각오로 지난달 쏘나타 뉴 라이즈를 내놨다. "디자인을 바꾸고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했다"는 레퍼토리 대신 주력 트림의 가격을 내리거나 동결하는 강수를 쓰고 NF 쏘나타에서 재미를 봤던 서브네임 ‘트랜스폼’과 같이 ‘뉴 라이즈’를 이어 붙이기까지 했다.

 

첫 달 반응은 좋다. 이전까지 월평균 3000~4000대 수준에 머물렀던 실적이 지난달 7500대로 증가했다. 아직 이르기는 하지만 이런 초반 기세를 잘 이어가면 신차 효과가 사그라지고 있는 SM6보다는 당분간 앞서 달릴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의 변화는 신선했다. 회춘한 것처럼 젊어졌다. 중형 세단 수요층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를 읽고 현대차는 외관을 공격적으로 다듬고 터보 라인업의 디자인을 차별화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전면부는 볼륨이 강조되고 크롬으로 포인트를 주면서 복잡해졌다.

프런트 그릴과 안개등, 범퍼에 날카로운 라인이 많이 사용됐다. 와이드 캐스케이딩 그릴이 커지면서 공격적인 앞모습을 갖게 됐고 크롬 사용량이 현저하게 많아진 것도 특징이다. 그릴 주변과 범퍼 그리고 C필러에서 시작해 헤드램프까지 이어지는 벨트라인까지 크롬을 썼다.

 

호불호가 갈린다. 정갈하지 못하다는 얘기와 반면 고급스럽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그런데도 지면 쪽으로 좁혀졌다가 범퍼에서 과감하게 펼쳐지는 크롬 라인과 아래쪽으로 자리를 바꾼 안개등의 형상은 차체와 노면의 밀착감을 강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측면은 벨트라인 이외에 변한 것이 없다. 후면은 테일 램프의 그래프를 바꾸고 번호판 위치를 범퍼 가운데로 변경했다. 트렁크 앤드를 살짝 들어 올리고 트렁크 도어 스위치를 엠블럼 감쪽같이 숨겨놨다. 더없이 간결하고 무게 중심이 아래쪽으로 쏠리는 듯한 느낌이 좋다.

아쉬운 것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디자인 정체성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전면부는 복잡한 라인에 공격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측면은 보통의 중형 세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흠잡을 것이 딱히 없는 후면은 여백의 미가 강조됐다. 지향점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실내의 가장 큰 변화는 버튼류와 공조장치의 다이얼 버튼이다. 모두 메탈 실버로 변경이 됐고 크기도 달라졌다. 센터페시아의 패널과 확연하게 달라서 바로 눈에 들어오고 손에 닿는 촉감, 조작감도 달라졌다. 메탈은 인테리어 컬러의 포인트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센터 모니터의 가니쉬도 메탈실버로 마무리됐다. 전반적으로 큰 변화는 없지만, 버튼이나 가니쉬, 그리고 에어벤트 같은 섬세한 변화로 정돈 감을 높이고 실버 메탈 포인트로 지루하지 않게 개선이 됐다.

시승 모델은 2.0 가솔린 엔진과 개선형 6단 자동변속기로 구동된다. 모든 옵션이 다 적용된 프리미엄 스페셜, 가격은 2933만 원이다. 18인치 타이어를 꼈고 최고 출력 163마력, 최대 토크 20.0kg.m의 제원을 갖고 있다.

출력과 토크 수치가 기존 모델보다 내려갔다, 현대차는 “주행 빈도가 많은 저속 토크 감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미세하지만 차이가 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 테스트에서 쏘나타 뉴 라이즈는 9.3초대를 기록했다.

 

10초대를 넘겼던 기존 모델보다 가속 응답성이 확실히 빨라졌다. 풀 엑셀을 하면 엔진회전수가 6000rpm까지 치솟고 4500rpm으로 떨어지면서 숨을 고른 후 다시 상승해 6500rpm을 찍고  하강, 4800rpm에서 100km/h를 찍는다.

출력과 토크의 수치가 내려가기는 했지만, 출발과 저속의 시원하고 경쾌한 가속으로 확실한 보상이 된다. 직선로를 달리거나 굽은 길, 빠른 차선 변경에도 바르고 견고하게 응답하는 차체의 강성은 여전하다. 좁게 휜 코너에서도 카운터 스티어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무난한 그립력을 보여준다. 소음과 진동으로 보는 승차감 역시 평균 이상이다.

주행 성능으로 보면 흠잡을 것은 없다. 그러나 내 세울 것도 없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요즘 세대는 밋밋함에 바로 싫증을 낸다. 따라서 기본기 말고도 뭔가 하나는 확 튕겨주는 맛이 있어야 한다. 다운사이징 터보로 무장한 말리부, SM6 DCT 등이 좋은 예다.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현대 스마트 센스는 유용했다.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돕는 주행 조향 보조 시스템인 LKAS, 자동긴급제동시스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로 구성된 스마트 센스는 위기상황에서 단 한 번만 제대로 작동해도 본전을 뽑을 수 있다.

부주의 운전 경보 시스템, 후측방 경보시스템, 후방영상 디스플레이, 어라운드 뷰 모니터, 스마트 하이빔 등등 최첨단 주행보조 안전사양도 가득했다. 쏘나타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현대차 그리고 국산 차를 대표하는 중형 세단이다.

위협적인 경쟁모델이 등장하면서 독주의 시대가 잠시 멈추기도 했지만 뉴 라이즈의 전략은 주효했다. 하지만 이것도 반짝 효과가 될 수 있다. 어떤 상대도 얕보면 안 된다. 따라서 이제는 겉모습뿐만 아니라 체질까지 바꾼 쏘나타가 나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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