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크로스컨트리 값비싼 스웨디시 왜건

  • 입력 2017.03.27 09:07
  • 수정 2017.03.27 10:1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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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트림, 가격은 6990만 원과 7690만 원이다. 주변에서 딱히 떠오르는 경쟁 모델이 없지만 한 체급 아래 BMW 3시리즈 투어링은 5740만 원이다. 우리가 레저, 활용, 실용성에 눈을 뜨고는 있지만, 해치백과 왜건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하고 브랜드의 위치로 보면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런데도 볼보 크로스컨트리에 끌리는 것은 자동차의 모든 장점을 적절하게 살려놔서다. 볼보가 지향하는 럭셔리, 그리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다져 놓은 90 클러스터의 하나답게 플래그십 세단 S90과 플래그십 SUV XC90의 특징과 장점을 절묘하게 하나로 묶어놨다는 것, 관심을 가져 볼 대상이다.

크로스컨트리의 특징을 요약하면 이렇다. ‘하반신을 가리고 보면 영락없는 S90, 그리고 오프로드를 섞어가며 달려보고 공간을 보면 XC90’. V90을 기반으로 지상고를 65mm 높였고 전후 트랜드를 각각 20mm, 400mm 늘여 새로운 장르로 탄생한 것이 크로스컨트리다.

 

크로스컨트리의 전면과 후면은 익숙한 것들이다. 토르의 망치, 확장된 아이언 마크가 돋보이는 그릴, 풀 LED 헤드램프가 그렇고 여기에 외관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주는 휠 익스텐션과 각각의 그릴 바에 5개의 메탈 장신구는 기존 모델에 없던 것들이다. 42mm나 지름이 커진 타이어(235/55 R18, 235/55 R19)에서 느껴지는 견고한 자세도 인상적이다.

세로형 9인치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로 대표되는 인테리어 역시 90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공조 시스템을 빼고 오디오, 드라이브 모드, 차량 설정 등 크로스컨트리를 제어하는 대부분의 기능을 센터 디스플레이가 품고 있어 콘솔부는 더없이 간결하다.

적외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디스 플레이는 터치에 대한 반응은 정확하고 빠르며 완벽한 한글이 지원되고 각 기능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앞과 옆 글라스의 면적이 넓고 높아진 지상고 덕분에 충분한 전방 시야를 제공한다. 2열 헤드레스트가 가리기는 하지만 긴 전장(4940mm)에도 후방 시야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

 

시트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엉덩이와 허리가 닿는 부분을 적당한 볼륨과 버킷으로 지탱시켜준다. 트림에 따라 전동, 마사지, 히팅 기능도 제공된다. 후석은 조금 과장하면 운동장처럼 넓다. 어깨와 머리공간의 여유가 충분하고 무릎은 45도 이상 펴진다.

후석 에어 벤트는 불만스럽다. 어떤 방향을 잡아도 바람이 탑승자 얼굴 쪽으로 불어온다. 후석에는 일반적인 콘센트 연결이 가능한 230V 파워 아웃렛이 제공된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560ℓ,  2열 폴딩으로 1526ℓ까지 확장된다.

크로스컨트리의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 2.0ℓ 4기통 D5 트윈 터보 디젤 엔진은 최대 출력 235마력, 최대 토크 48.9 kg.m의 성능을 낸다. 8단 자동 변속기와 오프로드를 달리기에 적합한 사륜 구동 시스템이 탑재됐다.

 

아이들링의 첫 느낌은 평범하다. 오히려 같은 급 디젤 SUV보다 질감이 투박하다. 그러나 달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숨이 골라지고 적당하게 열을 받으면 신경이 쓰이는 소음이나 진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1945kg의 중량에 235마력, 따라서 8.23kg/hp의 마력당 중량비는 충분한 힘으로 차체를 밀어내고 당겨준다.

여기에 인젝터의 연료 분사량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압축공기를 저장해 순간적으로 강력한 펄스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 더해져 빠른 발진과 가속의 맛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 가속력은 7.5초, 보어/스트로크(82.0/93.2mm)가 롱 스트로크 타입인 것도 가속의 성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오프로드라고 할 것도 없는 비포장길도 달려 봤다. 더블 위시본(전)에 다소 생소한 리프 스프링(후) 서스펜션이 사용돼 투박하게 반응한다. 여러 겹의 철판 구조로 S90에도 사용된 리프 스프링은 대형 픽업 그리고 전차 등에도 사용된다.

 

이 독특한 구조의 서스펜션은 차체 반응을 직관으로 만들어 오프로드의 심한 진동에도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고속에서 후미 쪽 좌우 롤링이 보통 이상으로 전달된다. 조향은 정확했지만 코너링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이유다.

주행모드는 오프로드 모드를 비롯해 컴포트, 에코, 다이내믹, 인디비쥬얼 모드가 제공된다. 각 모드에 따른 엔진과 차체, 하체의 반응이 분명하게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다. 반자율주행시스템(파일럿 어시스트Ⅱ)은 이전 세대와 다른 믿음을 보여준다.

전방에 자동차가 없어도 최고 140km/h 이내의 설정된 속도를 유지하고 곡선에서도 정확한 조향 능력을 보여 준다. 차선에 일정한 거리로 접근했을 때 튕겨내듯 복귀를 시켰던 예전과 다르게 일관되게 차선의 중앙을 유지해 주는 것도 달라진 방식이다.

 

안전장치는 볼보답게 전방위 시스템이 구축됐다. XC90에 세계 최초로 탑재된 도로이탈보호 시스템, 보행자와 자전거 동물까지 감지하는 시트 세이프티, 교차로 추돌 방지 등등. 시승 중 급제동을 했을 때 안전띠가 강하게 조여지면서 시트와 신체를 밀착시켜 주는 도로이탈보호 시스템의 위력을 직접 체험했다. 충돌상황에서 작동하는 안전띠 프리텐셔너와 다른 점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크로스컨트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럭셔리 왜건의 시장 한계에도 이 차가 북미 시장에서 인기가 많고 이런 저런 레저에 관심이 있는 우리 소비 패턴의 변화에 따른 수요가 분명 있을 것으로 믿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변변한 경쟁모델이 없다는 것이 유리한 조건이다.

우려스럽게도 이런 분석은 과거에도 있었다. 수많은 왜건과 해치백이 등장하면서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팔릴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실패한 전례가 제법 있었다는 얘기다. XC90으로 럭셔리 SUV의 돌풍을 일으킨 볼보자동차코리아가 크로스컨트리로 스웨디시 왜건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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