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부에도 밀린 기아차 K5, 지금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 입력 2017.03.20 11:3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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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코드, 크레도스, 옵티마, 로체까지 역대 기아차 중형 세단 라인업 가운데 꼴찌로 추락한 모델은 없었다. 현대차 쏘나타에 늘 밀리기는 했어도 르노삼성 SM5, 쉐보레 말리부가 꼴찌의 자리를 메워줬다. SM5에서 모델명을 바꾼 SM6, 예전 모습을 찾기 힘든 신형 말리부가 등장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K5는 지난해 4만4637대를 팔아 말리부 3만6658대를 가까스로 밀어내고 꼴찌를 면했지만, 올해 1월과 2월 각각 2004대, 2726대에 그치며 2개월 연속 최하위로 추락했다. 두 달 판매를 합친 4730대는 같은 기간 SM6의 7429대, 말리부 6835대와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가솔린과 디젤, 터보에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여기에 택시까지 세그먼트 가운데 가장 많은 라인업을 갖고 있지만, 밥값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K5의 기본기는 탁월하다. 세그먼트 가운데 외관의 자세, 인테리어의 균형과 고급스러움, 7단 DCT와 결합한 여러 개의 파워트레인, 2265만원(2.0 가솔린 럭셔리)부터 시작하는 가격까지 부족한 것이 없다.

그런데도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몇 몇의 전문가에 의견을 들은 결과, 의외로 레드닷에서 최우수상까지 받은 디자인 얘기가 가장 많이 나왔다. K7과 같은 카리스마 또는 웅장함이 부족하다는 지적, 최근 분위기를 바꾼 쏘나타의 스포티한 감각, SM6가 가진 품위, 말리부의 나이나믹한 라인의 멋스러움이 K5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얌전하고 간결하다", "떠 오르는 특징이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차급별 주 수요층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중형 차급의 주 수요층이 30대, 40대 초반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K5는 40대 중후반이 선호하는 세단의 전형, 그저 그런 디자인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유명 대학의 관련학과 교수도 “K7 또는 K9에 어울리는 디자인”이라며 “기아차가 타깃으로 하는 연령대보다 낮은 쪽으로 디자인 포인트를 갖고 내려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것이 없는 평범한 앞 모습이 K5의 최대 약점”이라고도 했다.

끓이지 않고 이슈를 만들어 내는 경쟁사의 마케팅 전략도 배워야 한다. 말리부의 카카오 택시, 2017 올해의 차로 선정된 SM6(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등이 좋은 예다. 올해 들어 K5는 이런 방식으로 연상되는 연관 검색어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사양 몇 개를 추가하거나 빼는 식의 에디션(시그니처)은 차 값을 올리려는 편법으로 치부됐다.

당장 변화가 없으면 K5의 부진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뭘 해도 잘 나가는 SM6와 말리부를 견제하기 위해 신차급 부분변경으로 젊은 층 공략에 나선 쏘나타 뉴 라이즈, 무엇보다 스팅어가 나오면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된다. 자동차를 바라보며 평가하고 구매로 연결되는 소구점이 달라진 세상에서 K5는 정해진 틀에 얽매여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영원한 꼴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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