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손도 못 대는 자동차 정비의 생존전략

김 필 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학교 교수)

  • 입력 2017.03.12 09:41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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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애프터마켓은 자동차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면서 발생하는 모든 시장을 일컷는다. 이른바. 자동차 용품, A/S부품, 정비, 튜닝, 이륜차, 중고차, 보험, 리스, 렌트, 리사이클링 등 매우 광범위하다. 자동차 제작과정인 비포 마켓을 통하여 100의 이득이 가능하다면 애프터마켓은 500의 이득이 가능할 정도로 소비자와의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점차 이러한 애프터마켓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고 소비자와의 활성화 측면에서 메이커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물론 각 분야의 발전은 나름대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가장 답보되고 가능성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분야를 꼽는다면 바로 자동차 정비라 할 수 있다. 자동차 정비는 애프터마켓의 핵심적인 분야이고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소비자의 니즈를 가장 잘 반영하고 충성고객을 유지하는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각종 문제 해결을 위한 정비와 리콜이나 무 상수리를 해결하는 분야가 바로 정비이고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핵심 과정이다. 이러한 정비가 최근 점차 사양화로 접어들고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우선 자동차의 내구성이 좋아지면서 좀처럼 고장 나는 부위가 없어지는 측면이 가장 크고 메이커 차원에서도 무상 보증기간을 길게 해주다보니 일선 정비업체의 먹거리가 사라진다는 측면도 있다.

여기에 엔진오일이나 각종 소모품에 대한 무상 행사 등을 통하여 다른 메이커와의 차별화 요소로 활용하기도 하고 메이커는 물론 자동차, 보험 관련 대기업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정비영역에 은근히 진입하면서 잠식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할 수 있다. 조그마한 중소기업이나 개인업에 해당되는 개미라고 할 수 있는 일선 정비업은 먹거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일선 카센터라고 할 수 있는 전문 정비업은 사장이 나홀로 모든 것을 대신하여 운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누군가는 겨울철 눈이 많이 내려 사고 난 차량이라도 기다려야 정비 사례가 많아진다고 할 정도이다. 자동차 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1, 2종 자동차 공장도 낮은 보험수가로 인하여 제살 깎아먹기 등 악화되는 것은 똑같다. 전체 수입의 60~70%가 보험수가로 보전할 정도이면 얼마나 악화되어 있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이미 지역적으로 보험수가 문제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차 보험수가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일선 정비업체와 보험회사들과의 협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험수가는 시장경쟁 체제가 되면서 개미라고 할 수 있는 정비업체는 경쟁구도에서 항상 ‘을’의 위치가 될 수 밖에 없다. 필자가 예전에 국토교통부 담당부서의 T/F팀을 이끌면서 정부에서 일정 보험수가를 지정하여 그 범주에서 협상을 하게 하는 보험수가 공표제도를 유지한 이유도 불리한 정비업체에 대한 형평성 유지였다.

현재는 이러한 정비업체의 통합적인 노력도 약하여 역할이 악화되면서 점차 수익모델은 적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국내 카센터라고 하는 전문 정비업은 약 4만 500개 정도, 자동차 공장이라고 하는 큰 규모의 1~2종 정비업은 약 4천 500개다. 모두 4만 5천개 정도의 정비업체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각종 악재가 누적되면서 정비업은 도태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정비업이 살길은 있는 것인가?

이미 레드 오션화되어 있는 정비업은 과연 어떠한 과정을 개선하여야 선진 정비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정비요금에 대한 현실화다. OECD국가 중 상대적으로 정비요금이 저렴한 것이 아닌 지 확인하여 공개해야 한다. 실제로 선진 국가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정비비가 저렴한 부분이 많아서 제대로 공개하여야 실제로 현실화될 수 있다.

고가의 진단장치를 사용하면서도 이에 대한 평가는 커녕 도리어 과다 정비로 오인받는 경우도 많다고 할 수 있다. 색안경 끼고 보는 부정적인 생각도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하여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수천 만원 정도의 연구비만 있으면 외부 용역을 통하여 객관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로 서비스업의 한계성이다. 현재 정비업은 극히 일부 판금용접 부분만 빼고 모두 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있어 제조업의 각종 잇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일선에서는 구인 구직이 맞지 않아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로사항이 많다. 그렇다고 서비스업은 제조업과 같이 법적으로 제 3세계의 해외 인력을 사용할 수도 없어서 이래저래 진퇴양난이다.

1970년대까지 정비업은 제조업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이러한 운신의 폭은 넓었다. 좀 더 적극적인 조율을 통하여 해외 인력을 통한 인건비 절감 등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안되면 최소한 정비업의 특례를 인정받는 경우도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두 정비연합회의 임무일 것이다.

셋째로 앞서 언급한 1, 2종 정비업의 경우 보험수가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제시하여 합리적인 보험구각 비용이 책정될 수 있는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 경쟁구도로 인한 갑을 관계는 결국 정비업의 도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역시 각 조합과 연합회의 임무이다.

넷째로 신기술에 대한 인식 제고이다. 현재 하이브리드차는 보편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 자주 볼 수 있고 전기차도 내년에만 8만대 판매를 목표로 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는 차종이다. 그러나 현재 일선 정비업소에서는 하이브리드차의 입고 시 두려움에 정비 자체를 어려워하고 있고 전기차는 아예 손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기술과 이해가 가능하도록 메이커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새로운 친환경차가 출고되면 일선 정비업소의 정비사들에게 직영업소 직원만 대우하지 말고 전국적인 교육과 지도를 통하여 모든 영역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관련법의 강화를 통하여 메이커의 임무와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특히 형식적인 규정이 아니라 실제로 이행 가능하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정비단체에서도 정보입수 노력과 실시간 정보 입수가 가능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이제 자동차 정비업은 내연기관 중심에서 여러 기술이 혼재된 융합개념으로 바뀌는 고기술을 요구하는 직종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로 정비 외에도 다른 사업을 부가하여 사업의 다원화가 필요하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튜닝업, 중고 진단평가업, 용품 판매는 물론 수입차의 정비업까지 다원화하여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업종 확대가 필요하다. 대기업에서도 진정한 상생의 의미를 되새기고 정비업 진출의 한계를 고민해주고 중소기업과 연계하는 실질적인 상생구도가 필요하다.

정비업은 자동차 분야에서 필요악이다. 꼭 필요한 분야이지만 자체적으로는 먹고살기가 점차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 만큼 중요한 분야에 걸맞는 배려와 자체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비업은 전문 기술을 갖춘 업종으로 인정하여 상당한 대우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되어 있으며, 낮은 직업군으로 간주하는 어리석음을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자랑스러운 직종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자체 노력은 물론 존경받는 직업군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도 꼭 필요하다. 이제 모두 노력하여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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