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불편하고, 우리도 택시 전용 모델이 필요하다

  • 입력 2017.03.04 10:29
  • 수정 2017.03.04 10:40
  • 기자명 한용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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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운행되는 택시의 수는 24만7203대에 달한다.(전국 개인, 법인택시조합 2016년 11월 기준) 택시로 운행되는 자동차 대부분은 일반 승용차와 같은 모델이다. 이 때문에 신차가 출시되면 택시가 나올 때를 기다리면 타 볼 수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택시로 사용되는 자동차가 일반 승용 모델과 같을 필요는 없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교통 선진국 그리고 유수의 완성차 브랜드는 택시 전용 모델을 운행하고 생산한다. 승객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중 모델의 가치를 높여 주기 위해서다. 왜 택시 전용 모델이 필요한지 짚어 봤다.

서비스 향상, 벤츠도 있고 토요타도 있다.

 

독일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택시는 흔하다. 폭스바겐의 중국 싼타나는 30년 넘게 운행되고 있고 현대차도 구형 아반떼를 택시 전용 엘란트라로 판매한다. 최근 일본에서 타본 택시 전용 모델 토요타 크라운 컴포트 택시는 의외로 실내가 넓고 전고가 높았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택시모델은 쏘나타, 그랜저, K5, K7, SM5, SM7 그리고 아주 드물게 경차와 올란도, SUV 모델도 택시로 운행된다. 공통점은 일반 판매 모델과 같고 따라서 뒷좌석 레그룸이 좁거나 타고 내리는데 불편하다는 것이다.

 
△ Toyota Universal Taxi

일본은 80년대 자동차를 기반으로 만든 택시전용 모델이 아직도 생산된다. 요즘에는 미니밴이나 왜건 등의 MPV(Multi Purpose Vehicle)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토요타가 새로운 택시 전용 모델 유니버셜 택시를 출시했다. 승객이 타고 내리는 도어가 전동 슬라이딩으로 열고 닫히며 넓은 실내공간과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 트렁크를 갖고 있는 모델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택시는 일반 모델과 구조가 같다. 따라서 뒷좌석의 승하차가 불편하고 노인과 임신부, 장애인 등 허리를 굽히기 어려운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전고가 낮고 개구부가 좁아서다. 우리나라에서 택시는 고급 교통수단이 아닌 준대중교통수단의 역할 비중이 더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택시 이용자는 버스나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 수단 이상의 효율성을 기대한다. 따라서 공간과 편의 장치에서 이용 승객의 불편함을 덜고 만족도를 높여 줄 택시 전용모델이 필요하다.

택시로 먼저 만나는 신차, 동종 모델 잔존가치 보호해야

 

일반 승용차와 동일한 모델을 택시로 판매하는 것은 동종 모델의 잔존가치를 하락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쏘나타와 그랜저의 경우 일반 고객이 새 차를 받아보기도 전에 택시로 운행되면서 '내가 이러려고 그랜저를 샀나'라는 자괴감을 느낀다는 소비자도 있다. 택시로 운행되면 무조건 싸구려차로 인식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에 기대하는 특별한 가치의 하락이 주는 상실감은 분명히 존재한다. 택시 전용모델을 만드는 것은 동종 모델에 대한 잔존가치를 보호하고 뉴욕의 옐로우캡, 런던 블랙캡 등과 같이 도시를 상징하는 볼거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택시 전용 모델은 이제 도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연간 3만대, 택시 전용 모델도 충분한 시장

현대차 쏘나타는 지난 해 총 8만2000여대가 팔렸다. 이 중 택시는 2만1300여대로 전체 판매량의 30%를 차지했다. 기아차 K5는 7000여대, 그랜저는 1100여대가 판매됐다. 현대차는 중형차 시장 점유율을 고수하기 위해 택시 판매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 중형차 수요가 최근 줄었고 르노삼성차 SM6, 쉐보레 말리부 등 상품성이 뛰어난 경쟁차의 선전도 자극이 됐다. 그럼에도 택시 모델을 제외하면 SM6와 쏘나타의 자가용 판매는 큰 차이가 없다.

지난 해 현대차와 기아차가 판매한 택시는 3만3000대다. 경쟁사 단일 모델의 한해 판매량과 비슷하다. 택시전용 모델이 충분한 시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택시 이용 승객에 대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운전자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지만 장비 즉, 자동차에 대한 개선이 따라줘야 한다. 타고 내리는 불편, 좁은 공간, 조금이라도 큰 휴대품이 있으면 눈치를 봐야 하는 현재의 택시로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다. 시장을 보면 택시 전용모델을 만들어도 손해는 보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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