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하고 예외없는 GM 계산법, 한국지엠 위태

  • 입력 2017.02.21 11:2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폭스바겐, 토요타와 함께 글로벌 완성차 빅3로 불리는 제너럴모터스(GM, General Motors)가 유럽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순서를 밟고 있다. 지엠은 지난 14일(현지시각), 2013년 주력 브랜드인 쉐보레를 철수한 지 4년 만에 오펠과 복스홀을 푸조 시트로엥(PSA)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엠은 '매각이 성사될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는 전제를 깔고 “지엠과 PSA는 지난 2012년부터 유럽에서 3개의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는 동맹관계를 갖고 있었다”며 “수익성과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 가운데 하나로 오펠 복스홀의 매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각 성사까지 남은 절차가 많지만, 지엠이 지난 1929년 복스홀 인수를 시작으로 진출한 유럽에서 발을 떼려는 것은 분명해졌다. 지엠은 쉐보레 철수 당시만 해도 “유럽에서의 사업은 오펠을 중심으로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 시장 유럽을 포기하는 표면적 이유로 지엠은 ‘강력하고 복잡한 규제’를 꼽았다. 유럽 각국의 환경, 안전, 세금의 규제와 체제가 달라 경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엠의 오펠 매각 결정은 20여 년간 누적된 적자와 신규 수요가 정체된 유럽에서 트랜드에 맞는 제품군 구축에 실패한 탓이다.

오펠은 아담, 아스트라, 코르사 등의 세단과 해치백 등 탄탄한 소형차 라인업을 갖고 있지만 중대형 프리미엄 시장 경쟁에서는 뒤쳐져 있다. 무엇보다 최근 시장점유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누적된 적자를 북미 지역 수익으로 보전하는 데 한계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오펠 칼(Opel KARL)

오펠의 유럽 점유율은 2006년 8.6%에서 2016년 6.6% 떨어졌다. 반면, 기아차와 다치아 등 주요 경쟁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1.4%에서 2.9%, 0.3%에서 2.8%로 증가했다. 오펠 매각은 따라서 안 되는 카드를 계속 손에 들고 있지 않겠다는 지엠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엠의 주주, 미국의 증권 전문가들이 오펠 매각을 크게 반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편, 지엠의 오펠 매각 추진은 한국지엠의 최근 상황과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쉐보레의 유럽 철수를 계기로 한국지엠의 역할이 많이 축소됐고 때를 놓쳐 출시된 말리부와 크루즈의 반응도 시원하지가 않다.

이런 상황이 지속한다면 일각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지엠의 한국 철수가 현실로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엠은 앞서 유럽은 물론, 러시아, 호주, 인도네시아, 태국 등  ‘싹수가 노란’ 곳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가차없이 철수한 이력을 갖고 있다.

3만8000명의 직원, 연간 10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오펠 복스홀을 수익성 재고를 위해 냉정하게 버리는 것이 지엠의 계산법이라면 1만7000명을 고용하고 연간 60만대 규모에 불과한 한국지엠은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카드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