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 S60 D4, 이제 변화가 필요한 때

  • 입력 2017.01.12 13:06
  • 수정 2017.01.14 12:0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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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는 누구나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3점식 안전띠, 사각지대 감지 시스템, 시티 세이프티, 그리고 긴급제동시스템 같은 여러 첨단 안전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적용하면서 안전 이미지를 굳혔다. 

몇 해 전, 국내 완성차 업체의 한 고위 임원이 볼보가 중국으로 넘어간 원인을 놓고 “안전에만 집착한 때문’이라고 말해 작은 소동이 일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황당한 해석이다. 그보다는 변화에 인색했고 트렌드를 읽지 못한 보수적인 상품을 고집한 것을 더 큰 이유로 봐야 한다. 

몇 세대를 거쳐도 외관은 물론, 인테리어 변화에도 인색했던 것이 볼보다. 최근의 상황은 다르다. 아우디를 거쳐 폭스바겐 디자인 센터장을 지낸 토마스 잉엔라트를 영입한 때부터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잉엔라트는 볼보의 전통에 확실한 변화를 녹여 내겠다고 공언했고 첫 결과물로 플래그십 SUV XC90을 내놨다.

XC90은 스타일과 구성, 소재의 선택 등에서 볼보의 과거를 싹 잊게 했다. 그러면서 볼보라는 느낌이 물씬한 묘한 스타일링을 창조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일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그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XC90처럼 혁신적인 변화의 맛은 조금 덜하지만 요즘 볼보 라인업 대부분도 예전의 보수적 이미지를 벗겨내고 모던함으로 채워지고 있다. 국내 볼보자동차의 세단 라인업 가운데 가장 작은 S60을 시승했다.

사치도 부릴 줄 알아야 프리미엄

 

S60은 중형 세단이다. 크로스컨트리라고 해서 상시사륜구동시스템(AWD)이 탑재된 모델도 있는데 시승차는 전륜 구동 방식이다. 크기를 보면 전장 4635mm, 축거 2775mm로 쏘나타보다 작다.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의 같은 세그먼트하고 비교해도 사이즈가 조금씩 작다.

그냥 봐도 아담한 사이즈가 눈에 들어온다. 겉모습은 볼보답지 않은 치장을 했다. 전면 그릴하고 그릴 바, 인테이크 홀 같은 곳에 크롬을 많이 썼다. 그런데 어색하다. 화장을 처음 해 본 소녀처럼 세련되지 않은 초보의 느낌이 든다.

반면, 수평으로 잘 정돈된 라인들은 S60이 노면에 바싹 붙은 안정된 스탠스를 갖고 있고 전체적으로 당당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느낌을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을 준다. 후드 캐릭터 라인은 독특하다. 단면을 크게 해서 전면 이미지를 키웠고 차체 전체를 낮아 보이게 하는 효과를 주게 했다.  

볼보자동차 특유의 매끈한 루프라인, 시원스러운 그린하우스가 S60에서도 보인다. 리어부분은 램프 하나로 S60이 볼보의 한 식구라는 것을 알게 한다. 트렁크 엔드를 강하게 치켜세우고 듀얼 머플러와 깔끔한 디퓨저의 마무리도 꼼꼼하게 돼 있다.

격(格)이 아쉬운 인테리어

 
 

인테리어는 세그먼트나 차종을 가리지 않는 볼보의 상품 구성 전략이 그대로 나타난다. 솔직히 촌스럽다. 벤츠나 아우디, BMW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감성이 보이지 않는다. 대시보드나 도어 안쪽과 핸들 그리고 스티어링 휠, 센터 콘솔 등에 사용한 소재도 럭셔리하고는 관계가 없다.

센터 콘솔과 센터페시아, 도어 핸들 같은 곳에 사용한 메탈 가니쉬가 그나마 가장 고급스러워 보일 정도다. 실내 전체를 감싼 블랙 컬러도 이런 단조로움에 이바지를 한다. XC90, S90 같은 상위 세그먼트와 차이가 너무 크다.

경쟁사는 세그먼트에 따라서 인테리어의 소재나 고급스러움에는 그렇게 큰 차이를 두지 않는다. 따라서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세단이라면 적당한 사치를 부려 격을 높일 필요가 있고 세그먼트간 격차도 줄여야 한다.

대신 센터 콘솔의 블랙 컬러 메탈 패널, 공간 구성이 좋은 센터 콘솔은 디테일에서 흠잡을 것이 없다. 클러스터는 볼보 만차공통어다.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클러스터는 하나의 서클을 중심으로 양옆에 냉각수 온도계와 연료계를 수직으로 만들어 놨다.

취향에 따라 퍼포먼스, 엘레강스, 에코 세 가지 모드 변경이 가능하다. 조명을 바꿔보면 나름 분위기가 달라지는 재미가 있다. 뒷자리 헤드룸이 그렇게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전체 공간은 평범한 수준이다.

견고한 하체, 아쉬운 조향감

 

시승차는 S60 D4, 볼보가 자랑하는 4기통짜리 드라이브 E 엔진을 탑재했다. 2.0ℓ 트윈 터보는 최고 출력 190마력, 최대 토크 40.8kg.m의 힘을 낸다. 성능 제원이 동급에 비해 높다. 메르세데스 벤츠 C 클래스, BMW 3시리즈의 같은 배기량과 수치가 비슷하다.

특히 토크가 좋다. 엔진 회전수 1750rpm부터 강력한 최대 토크를 내기 때문에 초반에 차체를 끌어내며 튕겨 나가는 힘이 경쾌하고 인상적이다. 5기통이나 6기통 엔진도 이 정도의 박력있는 발진 성능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볼보가 엔진의 성능과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적용한 기술이 아이 아트다. 인젝터마다 칩을 달아서 연료 분사 압력을 체크하고 분사량을 조절하는 연료 분사 기술이다. 엔진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 연료 분사량을 어떻게 제어하고 조절하는지에 있다고 봤을 때 꽤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성능 제원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8단 자동변속기와 어울려 16.3km 리터의 높은 복합연비를 실현했다. 조금만 신경을 쓰고 달리면 이보다 높은 연비를 항상 유지할 수 있다. 진동이나 소음은 보통의 디젤차 수준이다.

 

가솔린차 같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형편없는 디젤차 또는 SUV와 같이 차체 진동이 더 심할 수밖에 차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조금 괜찮은 수준으로 보면 된다. 이런 것들보다는 더 인상적인 것이 탄탄한 허벅지다.

다이내믹 샤시로 차체 강성을 높이고 보디 전체를 견고하게 결속시켜 놨다. 무게 중심도 낮아 어떤 요구를 해도 듬직하고 민첩하게 반응한다. 브레이크 포인트만 놓치지 않으면 코너를 진입하고 빠져 나올 때 속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코너 트랙션 컨트롤을 사용해 전륜차의 약점인 언더 스티어를 줄였다.

차체 뒤쪽의 안정감도 뛰어나다. 흔들림이 없고 급제동 페이드 현상도 나름 잘 잡아 놨다. 반면 조향 정밀성은 뛰어나지 않다. 약간 겉돌고 있고 정교하지가 않다. 노면에서 차체를 튕겨내면 조향이 뒤틀리는 경우도 있다.

서스펜션은 무게 중심이 낮은 구조에 맞게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 링크를 달아 놨다. 차체 무게를 받아들이고 거친 노면을 튕겨내는 느낌이 부드럽고 여기에 모노튜브 댐퍼를 달아놔서 승차감은 만족스럽다.

[총평]

 

볼보는 차급이나 차종과 상관없이 가능한 많은 그리고 첨단 안전장치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회사다. S60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첨단 안전사양이 가득하다. 그래도 S60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만간 새로운 연식변경이나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시급하다.

트랜드를 놓치면 새 차는 의미가 없다. 그때까지 수더분하고 보수적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매력은 있다. 가장 후한 점수를 받는 시트, 도어가 닫히는 소리, 그리고 인테리어의 올드한 느낌을 엔티크의 가치로 받아 들일 수 있다면 생각해 봐도 좋다. 가격은 477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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