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한국 우롱한 폭스바겐

  • 입력 2017.01.12 09:37
  • 수정 2017.01.12 09:4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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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은 예상보다 조직적이고 치밀한 방법으로 한국 정부와 소비자를 우롱했다. 실험 차량의 배출가스를 조작하는 프로그램이 사용된 경유차를 단순 수입해 판매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환경인증 관련 시험서류를 조작하고 부적합 판정을 받자 ECU 소프트웨어를 변경하는 것도 모자라 배출가스와 소음인증을 받지 않은 자동차를 몰래 들여오기까지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폭스바겐이 한국 정부와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정황이 뚜렷하다. ECU에 시험 모드를 인식하는 ‘이중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실내 시험을 할 때 NOx 배출기준을 만족하도록 조작한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이렇게 들여와 판매한 유로5 경유차는 약 12만 대나 됐다. 환경부가 미국 EPA에서 이 문제를 발견하기 이전인 2011년부터 단서를 발견하고 폭스바겐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이를 회피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폭스바겐의 대표는 박동훈 현 르노삼성차 사장이었다.

 

검찰은 박동훈 전 폭스바겐 사장과 트레버 힐 아우디코리아 전 사장이 배출가스 조작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묵인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이에 따라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로6 경유차도 배출허용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2015년부터 2016년 초까지 수입된 2016년식 아우디 A3 TDI, 폭스바겐 골프 1.6 TDI 총 600여 대를 검증한 결과 NOx 배출기준을 초과한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는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해당 경유차를 몰래 들여와 판매했다는 것이다.

시험서류를 조작하는 행위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본사에서 제때 시험서류 받지 못하자 신차 출시 일정에 맞추기 위해 조작된 서류를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국에너지공단에 제출하고 인증을 받았다. 서류 조작 행위는 확인된 것만 149건에 달하고 여기에는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아우디와 벤틀리 등 계열사 전 브랜드가 포함됐다.

국내 베스트셀링카 골프는 1차 시험에서 인증을 받지 못하자 ECU 소프트웨어를 변경한 조작차, 즉 다른 자동차로 2차 확인 시험을 통과하고 1차 불합격 원인에  대해서는 거짓 서류를 제출하고 넘어가는 기만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수입 전 인증을 받지 않은 1542대(폭스바겐 3종, 아우디 12종)를 통관시켜 판매를 시도하고 변경인증을 받지 않고 4만여 대의 자동차를 수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폭스바겐의 행태를 백화점식으로 국가 인증 기능을 중대하게 침해한 것을 보고 엄한 조처를 내렸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인증담당 1명은 구속이 됐고 배출가스 조작 차량을 수입하고 인증심사를 방해하는 데 가담한 전·현직 임직원 7명을 불구속 또는 약식기소했다.  

소비자들을 기만한 책임도 크다. 폭스바겐은 디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ECU 프로그램 조작 행위에 대해 국내 법규에 저촉되는 않는 ‘임의설정’ 범위에 해당하는 것이고 따라서 법을 어긴 것은 아니라고 해명해왔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논리로 미국 정부와 소비자에 수조 원의 배상과 보상을 하면서도 한국에서는 실질적 보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ECU 프로그램 조작 말고도 서류를 조작하고 가짜 서류를 제출하고 심지어 배기가스와 소음에 대한 한국의 법규를 기만해 미인증 자동차를 들여와 팔려고까지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소비자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검찰 수사 결과로 보면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인증취소와 판매 중단 모델의 재인증과 재판매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적 처벌과 함께 폭스바겐의 비양심적 행태가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이어져 재인증을 받아도 회복이 쉽지 않다고 보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소비자들은 폭스바겐 아우디가 제출한 엔진 ECU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리콜방안을 정부가 승인하면 이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따라서 폭스바겐에 한국에서의 경영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실질적인 보상에 적극 나서는 길뿐이다.

한편 박동훈 현 르노삼성차 사장은 2011년 11월부터 2013년 8월까지 4만6317대의 유로5 경유차 배출가스를 조작하고 배출가스 등 시험서류조작, 미변경인증 자동차를 수입한 혐의 등으로 이날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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