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가 오른쪽, 좌측 운전으로 오키나와 누비기

  • 입력 2017.01.04 08:59
  • 수정 2017.01.04 10:1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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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정반대의 환경을 가진 일본 운전이 처음은 아니다. 부산에서 배로 차를 싣고 가져가 시모노세키에서 유후인까지 수 백km를 달려본 적이 있고 도쿄 도심에서도 우측 운전을 해 본 경험이 있다. 오키나와는 일본의 어느 도시보다 대중교통이 부족하다.

중심지인 나하(NAHA)시를 동서로 잇는 두 량 짜리 모노레일 1개 노선과  매우 드물게 다니는 버스뿐이다. 버스는 승객이 많지 않고 운행 시간이 정확하지만 거리에 따라 우리 돈 1만원을 내야하는 노선이 있다. 시간과 노선 안내는 정확하지만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여행자에게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자동차가 없으면 이 모노레일 주변 지역 말고는 태평양을 바라보는 수많은 비치와 중북부 에리어의 명소, 중남부 에리어의 여러개 세계문화유산을 둘러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오키나와 여행은 차량 렌트가 필수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운전 실력을 과신해 무턱대고 렌트를 했다가는 낭패를 본다.

낯선 도로와 환경 때문에 운전을 포기하고 렌터카를 세워만 놓거나 사고를 내는 일도 있다. 지난 연말 여행차 들렀던 오키나와에서도 이런 사람을 만났다. 4일 일정으로 렌터카를 빌렸지만 공항에서 호텔을 오갈 때만 운전을 했다는 한 청년은 돈보다, 가보려고 했던 곳을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 오키나와의 대중교통은 일본의 다른 도시와 다르게 열악하다.

이 청년은 첫날 호텔로 가면서 반대 차로에 잘 못 들어가는 아찔한 순간을 겪고 운전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따라서 이 글은 온전히 이 청년과 앞으로 다르지 않을 한국인을 위해서 쓴다. 이곳에는 대리운전도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마냥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우측 통행에 대한 개념을 익히고 약간만 익숙해지면 신호 체계의 효율성과 도로 시스템의 편의성에 놀라게 된다. 일본이 좌측통행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얘기가 있다.

왼쪽에 칼을 찬 사무라이들의 욱하는 싸움을 막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있고 메이지 유신 정변기에 영국을 모방하면서 시작됐다는 얘기도 있다. 이보다 더 긴 얘기가 있지만, 이걸로 정리해야겠다. 한도 끝도 없이 얘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렌트는 한국에서 하면 된다. 대부분의 현지 렌터카 회사가 완벽한 한글 서비스를 제공하고 현지에서도 한국인 직원이 안내를 해준다. 성수기만 아니면 원하는 차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그만큼 렌트 수요가 엄청나다.

모든 길로 통하는 ‘녹색등’

 

일본의 운전석은 우리로 보면 조수석 쪽에 있다. 따라서 변속기는 왼손으로 조작해야 하고 와이퍼는 왼쪽, 방향지시등은 오른쪽에 있다. 운전자 기준으로 안전띠는 오른쪽에서 잡아당겨 왼쪽 클립에 고정한다. 

익숙해지기 전까지 가장 빈번한 실수가 방향지시등을 켠다면서 와이퍼를 작동하는 것이다. 반면 키박스나 버튼 시동키는 오른쪽에 있는 차가 대부분이다. 우선 신호등부터 설명해야겠다. 신호등 대부분은 적색과 황색 그리고 녹색 3가지다.

매우 드물게 있는 좌회전, 우회전 신호등은 본등 아래쪽에 따로 달려 있다. 우리와 같이 적색과 황색에서는 어느 방향으로도 진행하면 안 된다. 포인트는 녹색등이다. 우리의 우회전과 개념이 같은 좌회전 그리고 좌회전과 개념이 같은 우회전과 직진 모두 녹색에서 가능하다.

▲ 우회전 대기 차량이 녹색 신호에서 교차로의 중앙부까지 진입해 있다. 맞은 차로의 직진 차량이 없으면 비보호 우회전을 하기 위해서다.

주의할 점은 우회전이다. 비보호 우회전이면 이해가 쉽겠다. 반대 차로에서 직진하는 차량이 없을 때 요령껏 우회전을 하면 된다. 이때 가장 하기 쉬운 실수가 우측 차로를 향해 좁게 도는 일이다. 우회전은 크게 돌아 왼쪽 도로로 진입하고 좌회전은 작게 돌아 진입하면 된다.

또 하나 직진 차량이 우선이기 때문에 무조건 앞 차량을 따라 우회전을 하면 안 된다. 반드시 반대 차로의 직진 차량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진행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사고 시 100% 본인 과실이 된다. 차량 통행이 잦거나 직진이 많은 교차로에서는 우회전 신호가 따로 있기도 하다.

녹색 신호가 켜지면 우회전 차량은 교차로 중앙까지 진행해 대기할 수 있다. 정지선만 지키면 된다. 신호가 바뀔 때면 교차로 중앙까지 진출한 차량의 우회전을 위해 직진 차량이 양보해 주기도 한다. 상기하라. 좌회전이고 우회전이고 모든 진행은 녹색등이 켜져 있을 때만 허용된다.

▲ 정상 진행 신호를 받고도 무단횡단자를 보면 일단 정지해 양보하는 습관이 몸에 배여 있다.

좁은 도로, 양보와 정지는 필수

일본의 도로는 좁다. 이 때문에 좁은 골목길은 회전 차량에 충분한 진입 각을 주기 위해서 정지선을 한 참 뒤에 표시한 곳이 많다. 횡단보도가 없다고 해서 교차로 끝단까지 진행했다가는 회전을 하지 못하는 차량 운전자에게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일시 정지 표시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림의 표지판이 나타나면 보행자나 차량의 유무와 상관없이 3초 이상 완전 정차를 해야 한다. 서행도 과태료 대상이다. 건물 주차장, 좁은 골목길을 들어가고 나오는 차량은 공통점이 있다. 논스톱으로 도로에 진입하는 차량이 없다. 한결같이 일단정지 후 도로에 진입하고 건물이나 골목길로 들어간다.

▲ 노출된 무인단속기 말고도 숨겨져 있는 것들이 많다.

보행자나 지나는 차량과 상관없이 몸에 밴 습관이다. 노면 표시도 잘 살펴야 한다. 황색 차선에서는 진로 변경이 금지돼 있다. 황색 실선은 교차로 부근, 사고가 잦은 위험 지역과 어린이 보호 구역 등에 표시돼 있다. 우리와 또 다른 것은 횐색 중앙선이다. 황색도 있지만 선명도가 떨어지는 것이 많아 상당한 집중이 필요하다.

점선으로 표시된 지점에서는 회전이 가능하다. 그리고 도로 대부분에는 진행 방향에 따른 전용 차로가 표시된다. 도로 안쪽을 기준으로 우회전, 직진, 좌회전 순이다. 직진이 이어지는 경로에서는 가운데 차로, 아니면 바깥쪽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한적하다고 해서 속도를 높이면 오키나와에서는 수십 장의 과속 딱지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 도로의 제한 속도가 시속 40km고 조금 한적해도 60km 이내이며 자동차 전용도로와 고속도로도 80km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없다. 고속도로 요금은 비싼 편이다. 20~30km 거리에 5000원 정도다. 대신 한가하다.

주차, 톨게이트 등 그 밖의 주위 사항

▲ 도로의 상황에 따라 제한속도가 자주 바뀐다.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도 80km/h이기 때문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

공짜로 주차 할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 대부분 호텔은 투숙객에게도 주차 요금을 받는다. 대신 코인 주차장이 많다. 호텔보다 저렴한 곳도 있기 때문에 주변을 잘 찾아보고 꼼곰하게 계산 해봐야 한다. 호텔의 원나잇 주차요금은 1080엔, 바로 옆 작은 코인 주차장은 12시간에 900엔을 받았다. 들어가고 나갈 시간을 잘 계산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관광지 대부분은 무료다. 그러나 슈리성 같은 세계문화유산 관광지는 유료가 많고 국제거리나 아메리카 빌리지, 고궁 등은 코인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사유지 주차장이 많고 불법 주차 단속이 심해 아무런 사전 예고없이 견인되거나 벌금이 부과되는 경우가 많다. 주차장이 없는 숙박지를 제시하면 아예 렌트를 해주지 않는 곳도 있다.

 

고속도로 요금소에는 우리 하이패스와 같은 ETC 전용 출구가 있다. 특이한 것은 일반 요금을 지불하는 게이트와 ETC가 혼용되는 곳도 있다는 것이다. ETC를 달고 이런 게이트에 접근할 때는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일반 차량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내비게이션은 유용하다. 한국어 음성과 지명이 제공되고 주요 관광지나 명소는 맵 코드(예:아메리칸 빌리지 335265452)만 입력하면 바로 목적지를 안내한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렌터카로 사고를 냈을 때는 무조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단독사고도 마찬가지다. 경찰이 발급하는 사고 사실 확인서가 있어야만 보험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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