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잡범 수준, ‘毒’ 취급 받는 자동차 강국 獨 빅3

  • 입력 2016.11.30 11:07
  • 수정 2016.11.30 11:1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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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임의설정’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환경부는 배출가스를 줄이려고 관련 부품의 작동을 임의로 설정한 행위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폭스바겐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한다. 죄를 인정하지 않는 탓에 디젤게이트 이후 폭스바겐이 세계 곳곳에서 토해내고 있는 수조 원의 배상금과 리콜 등 사후 처리 비용 중 우리나라에 쓴 돈은 한 푼도 없다. 폭스바겐을 동정하고 환경부가 어딘가의 사주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괴담도 나돈다.

임의설정을 통한 배출가스 조작 논란은 다툼의 여지가 있고 따져 볼 것도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판매중단 사태를 초래했던 인증서류 위조 사실은 분명한 사실이다. 배출가스 성적서, 소음 성적서 등 인증에 필요한 시험 성적서를 상습적이고 조직적으로 위조했다. 배출가스를 조작한 것도 모자라 문서까지 위조해 가면서 대한민국 소비자를 우롱했다. 이런 불법적 행위가 BMW와 포르쉐, 닛산에서도 있었다는 사실이 어제 드러났다.

X5M 인증서류에 X6M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는 꼼수가 드러난 BMW는 ‘엔진이 같다’며 억울해했다. 하지만 엔진을 공유하는 차는 수도 없이 많다. 따라서 궁색한 변명이다. 자수했다고는 하지만 포르쉐와 닛산은 사기 잡범 수준의 위조된 서류로 인증을 받았다. 포르쉐는 비인증 시설에서 받은 배출가스 시험성적서를 인증시설에 받은 것으로 위조해 제출했고 닛산은 메르세데스 벤츠와 르노의 시험성적서 데이터 일부를 자기 것처럼 위조했다.

폭스바겐은 아우디에 이어 포르쉐까지 인증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더는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청정기업으로 이미지를 쌓아온 BMW까지 꼼수를 부린 사실이 드러나고 메르세데스 벤츠는 딜러사에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위가 조사에 나섰다. 자동차 산업의 최강국 독일의 Big3가 왜 한국에서는 서류나 조작하고 위조하는 잡범 수준으로 전락했을까.

우선은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허점투성이의 관련법 그리고 허술한 시스템이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수입차를 별스럽게 선호하는 성향, 이런 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든 국내 업체의 행태도 수입차 업체들이 위조와 조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도록 만들었다. 지난 국감에서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대표와 다르지 않게 문서 위조라는 잡범 수준의 범죄를 저지르고도 변명을 늘어놓으며 어느 업체 한 곳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 없는 것도 불쾌하다.

이 때문에 자동차 세계 최강국 獨 업체들이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毒이 되고 있다고 불평한다. 미국 브랜드 관계자는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여기는 뭐 걸린 것 없냐는 말을 자주한다”며 “폭스바겐 디젤 사태 이후 수입차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다”고 말했다. 獨을 대표하는 벤츠와 BMW 그리고 폭스바겐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毒 취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 무겁게 받아들이고 처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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