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제조 공정상 이물질? 현대차 GDI 엔진, 처음부터 문제였다

  • 입력 2016.10.12 09:08
  • 수정 2020.11.28 09:3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차 주력 모델에 탑재되는 GDI 엔진이 수난을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쏘나타 등에 탑재된 세타 엔진에 대해 조사를 하겠다고 나섰고 아반떼 등에 탑재된 감마 엔진을 포함해 현대차가 생산하는 GDI 엔진 전체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런데도 박상현 현대차 중대형 총괄PM 이사는 지난 25일, 신형 그랜저 출시 행사에서 “문제가 된 세타Ⅱ 엔진은 미국 공장 청정도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신형 그랜저에 들어가는 엔진은 국내 아산공장과 화성공장에서 공장 청정도 관리나 이물질 관리가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GDI 엔진이 본격 탑재되기 시작한 2010년 현대차가 발견하고 내부 개선 작업을 수차례 진행하면서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아 수 많은 소비자들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피해를 보도록 방치하고도 이를 일정 기간 미국에서 생산한 엔진에만 국한된 것으로 문제를 축소하는데 급급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GDI 엔진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의 원인이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변형된 실린더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따라서 현재의 엔진 구조로는 시간의 문제일 뿐 같은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직접분사식 가솔린 엔진 GDI(Gasoline Direct Injection)는 말 그대로 실린더 내에 연료를 직접 분사해 연소시킨다. 연료 분사량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고 연소 순간이 짧아 일반적인 자연흡기식보다 출력과 연비가 우수해 유수의 제조사들이 탑재하는 보편화한 엔진이다.

단점도 있다. 연료를 고압으로 압축하기 때문에 균일한 분사가 어렵고 잘게 쪼개진 연료는 작은 오차에도 불완전 연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매연 배출량이 많다. 그만큼 정밀한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또 하나, 기존 엔진보다 연소실 온도가 높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 때 발생하는 고온을 버티지 못한 실린더가 팽창하면서 변형이 발생하고 피스톤이 생채기를 내기 쉽다.

경쟁사에서 별문제가 되지 않는 GDI 엔진이 유독 현대차에서 엔진 부조와 노킹, 시동꺼짐, 오일 소모 등의 각종 문제로 이어지는 것도 이 실린더가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변형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이 수 십여대의 GDI 엔진을 직접 분해하고 내시경을 통해 분석해 나온 결론이다.

 그림 1

박 명장에 따르면 “GDI 엔진을 탑재한 현대차 8개 차종 56대를 조사한 결과, 실린더에 심각한 흠집이 예외 없이 발생했다”며 “현대차는 GDI 엔진을 탑재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이런 문제를 알았고 지속해서 개선을 하면서도 이를 정부에 신고하거나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GDI 엔진이 처음 사용됐을 때부터 문제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박 명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가 GDI 엔진을 처음 탑재하기 시작했을 때의 엔진 구조와 현재 구조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초기 GDI 엔진(그림 1)은 우측 실린더 벽 쪽에 3개의 기둥이 있고 동파 방지용 안전핀이 보인다.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이 실린더의 변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지 않은 구조라는 것이 박 명장의 얘기다.

 그림 2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 등에 노킹 현상과 엔진 오일 소모를 호소하는 차주 대부분이 바로 이 초기 버전의 GDI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그림 1과 같이 실린더 내벽의 흠집이 맨눈으로 보일 정도다. 박 명장은 실린더의 훼손이 심한 경우에는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를 인식한 현대차는 두 번째 버전에서 열에 의한 실린더의 변형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측 실린더 벽 쪽 기둥에 있던 동파 방지용 안전핀을 막아 버린다(그림 2). 그런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3번째 버전(그림 3)에서는 좌측 실린더에 2개의 기둥을 추가한다. 좌·우측에 강한 지지력을 가진 기둥이 3개에서 5개로 보강되면서 그림3의 실린더 안쪽 흠집은 그림1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림 3

박 명장은 그러나 “실린더의 열 변형을 막기 위해 기둥을 보강했어도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며 “시간이 지나면 반복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급가속이 잦은 운전 습관을 갖고 있다면 이상 현상이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행거리가 7000km 밖에 되지 않은 새 차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 “1번 실린더는 냉각 흐름과 자연냉각의 영향으로 흠집이 거의 없다. 실린더 흠집은 2번과 3번 실린더에서 가장 먼저 발생하고 시간이 지나면 4번으로 이어진다”며 “시간을 두고 이런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엔진 부조나 노킹, 시동이 꺼지고 오일이 줄어드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을 때는 이미 보증기간이 지난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실린더 변형으로 발생한 흠집때문에 발생하는 노킹과 오일 감소, 엔진 정지 등의 이상 현상을 흡기 클리닝과 연소실 클리닝 등 자비로 해결했다. 정비 전문가는 그러나 “노킹이나 오일 감소를 호소하는 GDI 엔진 차주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흡기나 연소실 클리닝을 해도 반복해서 같은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정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명장은 “현대차가 엔진 문제점을 알고 이를 개선하려고 한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실린더 벽에 흠집이 생기는 원인과 이에 따른 문제를 알고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리콜 등의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감마 GDI 엔진을 장착한 모델은 아반떼와 쏘울 등 90만 대 이상으로 파악됐다. 앞서 문제가 세타, 람다 GDI 엔진을 합치면 엄청난 규모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