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내부고발 '장 상무와 김 부장'

  • 입력 2016.10.10 16:40
  • 수정 2016.10.10 17:1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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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직원이 회사 내부 기밀자료를 미국 국립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제출하고 고발한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제보자의 행동이 공익을 위한 것인지, 포상금을 노린 것인지에 대한 논란과 함께 국토교통부는 이례적으로 에어백 결함을 은폐했다는 이유로 현대차 임원을 고발하는 적극적인 조치에 나섰다.

그동안 현대차와 관련된 각종 결함의 구체적인 정황 증거도 조금씩 흘러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를 보면 현대차 직원의 얘기는 대부분 사실로 보이고 또 ‘신빙성’이 높다고 얘기한다. 현대차는 그러나 “제보된 내용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종결된 사안이거나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리콜이나 무상 수리 등의 조치를 마친 것도 있다고 얘기한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문제점에 대한 현대차의 적극적인 해명을 듣고 싶어 한다. 이와 함께 오토헤럴드의 박병일 명장 인터뷰 중 언급된 일부 내용에 대해 ‘김진수 부장’(가명, 이하 김 씨)으로 알려진 제보자의 추가적인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15년 8월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두 사람은 최근 박 명장이 보낸 편지 한 통으로 갈라섰다. 이 편지에는 자료를 공유해 줄 것과 국내에서 문제를 풀어보자는 박 명장의 요구가 들어가 있다. (그림 2 참조) 김 씨는 인터넷 자동차커뮤니티 사이트에 “박 명장의 문자와 편지를 보고 공익제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미국 NHTSA에 고발할 수 밖에 없었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박 명장은 이에 대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리고 “공익제보를 왜 미국에서 해야만 했는지 그리고 김 씨가 여러 차례 언급한 ‘장 상무’와의 관계를 설명해야만 공익을 위한 순수한 제보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익제보, 왜 미국에서 했나

김 씨는 공익제보처를 미국 NHTSA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국내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 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8월 20일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을 찾아갔다. 결함조사팀과 현대·기아차 품질결함 사실을 놓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조직 인원수와 장비가 부족해 사실상 조사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한국에서 해봤자 소용없다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익제보를 할 수 있는 곳이 자동차안전연구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국민권익위원회다.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거나 안전을 위협하는 공익 침해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고 조사한다. 많게는 수 십억 원의 보상금과 2억 원 범위 내 포상금도 지급한다. 

권익위 관계자는 “권익위가 다루는 공익 침해 사항은 법률로만 279개나 된다”며 “엄격한 조사와 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공익신고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도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공익제보자로서 보상문제를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NHTSA가 공정하게 판단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천문학적 액수의 포상금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면 공익제보에 대한 공정한 처리를 기대할 수 있는 권익위나 다른 기관들을 제쳐놓고 미국으로 가야만 했는지에 대해서 더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그림2) 박병일 명장이 지난 8월 23일 김 씨에게 보낸 편지, 김 씨의 NHTSA 고발은 이보다 앞선 8월 9일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상무와의 관계에 쏠리는 의혹

현대차 전 임원 장 상무(박 명장은 전무라고 했다)라는 인물은 박 명장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등장한다. 박 명장은 “지난해 10월 초 김 씨를 만났을 때 자신이 모시는 장 상무라는 사람이 추석을 쇠려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던 중 공항에서 구속됐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그때 “김 씨가 자신도 장 상무를 따라 중국으로 회사를 옮겨 일하려고 했는데 구속이 되면서 곤란하게 됐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는 것. 박 명장은 김 씨가 “변호사를 알아봐 달라"는 부탁과 함께 "장 상무 면회를 다녀 왔다”는 말까지 했다고 말했다. 포상금을 받으면 인천 남동 공단 정비공장을 인수해 함께 해 보자는 얘기도 이때 처지가 곤란해진 김 부장을 위로하기 위해 덕담 수준에서 나눴다는 것이 박 명장의 주장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장 상무는 현대차에 근무하면서 차량 쏠림 방지기술과 수동변속기 변속감 개선기술, 품질개선자료 등 관련 자료를 빼돌려 중국 경쟁업체에 넘기고 그 회사로 이직한 인물이다. 당시 장 씨와 여기에 동조한 몇몇 직원들이 빼낸 회사 기밀자료는 무려 200여 건에 달했다. 이들은 모두 자료를 넘긴 중국 자동차 회사의 부사장 등 고위직으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시 큰 쟁점이 됐다.

현대차 고발로 이들을 검거한 수원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종범)는 2015년 10월 20일 업무상 배임 및 부정경쟁방지법(영업비밀누설 등) 위반 등의 혐의로 장 씨 등을 구속기소 하거나 불구속기소 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대목이 나온다. 당시 이들을 수사한 수원지검은 “장 씨 등이 A사와 유사하게 조직을 구성해 최대한 효과를 달성하고 현대차 부장급 출신 2∼3명을 영입하겠다는 취지의 제안을(중국 업체에) 했다"고 밝혔다.

박 명장은 따라서 “김 씨가 중국으로 자리를 옮기려고 했었다고 말한 정황과 장 상무가 구속된 시점, 검찰의 수사 결과 그리고 그가 현대차 품질본부에서 2015년 2월부터 장 씨가 구속되기 직전인 2015년 9월까지 근무하면서 회사 기밀자료를 모은 이유도 궁금하다. 이 부분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 김 씨의 행동이 순수한 의미의 공익제보라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 씨는 “박 명장과 관련된 이야기는 일절 하고 싶지 않다”며 작년 구속된 장 상무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야기 할 것도 없다. 또 이런 저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알지만, 대한민국 국민을 모두를 설득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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