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차, 3년만에 日 승용차시장 재상륙

  • 입력 2012.02.24 11:23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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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일본 승용차 시장에 다시 진출한다. 현대차 승용차가 일본에서 판매되는 것은 2009년 판매 부진으로 현지 승용차 사업부문을 철수한 지 3년 만이다.

일본 수입차 딜러인 ‘크래들(CRADLE)’ 관계자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대차의 중형급 왜건인 i40를 일본 시장에 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4월부터 사전예약을 접수해 자동차 품질 진단기관인 일본자동차공정검정협회(NAFCA) 가맹 대리점 130여 곳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 i40, 4월부터 일본에서 예약 접수

i40는 현대차가 지난해 유럽시장 공략과 내수 확대를 위해 출시한 왜건(차체 지붕이 트렁크 끝까지 이어져 적재공간을 늘린 차)이다. 국내에선 지난해 9월 출시 후 올 1월까지 5개월간 누적 1840대 판매에 그쳤지만 지난해 6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유럽에서는 지난달까지 1만1895대가 팔렸다.

일본에서는 2L급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i40 2.0 GDi’가 먼저 출시된다. 3년간의 사후보증(AS)을 제공하고 가격은 약 350만 엔(약 4930만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차의 한국 내 판매 가격은 2605만∼3075만 원이다.

크래들 측은 “흔치 않은 왜건형으로 실용성이 높고 디자인과 편의장치, 성능 등을 볼 때 상품성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엔화가 원화 대비 강세를 보여 일본 내 수입업체의 한국산 제품 구매력이 커진 것도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측은 일본에 법인을 세워 직접 진출하는 게 아니지만 수입차 딜러를 통한 판매를 반기는 눈치다. 일본 자동차업계에서 현대차 최신 차종의 상품성을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빅3’와 대등하게 여긴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 현대차 보는 시각 ‘3년 전과는 다르다’

일본은 현대차가 유일하게 성공하지 못한 시장이다. 달라진 한국차의 위상을 인정받기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1995년 일본 지바(千葉) 현에 기술연구소를 설립한 뒤 2000년 현대차 일본판매법인(HMJ)을 출범하고 ‘아반떼’ ‘싼타페’ 등을 출시했다. 그러나 한국차에 대한 낮은 인식과 일본 ‘빅3’의 아성에 부진을 겪다 10년간 누적 1만5000여 대 판매에 그친 채 2009년 말 승용차 부문을 철수했다. 현재는 연구소와 상용차 사업부만을 남겨두고 있다.

일본 업체의 이번 판매 추진을 계기로 현대차는 재진출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대차 경영진은 이전부터 “일본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으로 재진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서 도요타 등 선두업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하며 일본차 업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일본 도쿄모터쇼에서는 일본 ‘액화석유가스(LPG) 자동차 보급촉진협의회’가 독자적으로 i40의 LPG 개조차를 출품해 현대차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일본 ‘빅3’의 내수시장 지배력이 만만치 않아 현대차가 뚫고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에서 외국 브랜드 점유율은 8% 안팎에 불과하다. 다만 과거 현대차가 공급자로 일본에 진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일본 시장에서 나서서 현대차의 상품성을 높게 평가한 만큼 승산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자동차산업학회 회장)는 “최근 엔화 강세로 일본 내 자동차 생산이 위축되고 있어 한국 업체는 이를 재진출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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