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원은 수입차업체들의 횡포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제제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수입차업체를 고발했다고 29일 밝혔다.
금소원은 "수입차업체들의 불공정한 할부 금융, 개별소비세 환급 거부, 인증절차 무시, 차량 중대결함 무시, 배기가스 조작에 대한 차별적 조치 및 대규모 탈세 사건과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수입차 업체들의 전반적인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고발한 것"이라며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업체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현실과는 반대로 수입차업체들이 한국을 더 이상 봉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고발했다"고 말했다.
수입차업체는 차별적 인센티브를 적용해 특정 금융사를 이용하도록 강제하고 딜러사들이 할인 행사 등으로 시중금리보다 훨씬 높은 이율을 적용시켜 소비자들의 금융사 선택권을 박탈하며 차량 판매 수익 외에 금융수익까지도 막대하게 얻어 소비자가 손해를 떠안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금소원은 지적했다.
또 수입차 판매가 늘자 수입차업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판매 마진을 임의로 조정해 딜러사들의 이윤 구조를 축소시키는 등 수입차업체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딜러사들을 부당하게 간섭하고 불공정거래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입차업체가 소비자뿐 아니라 한국의 딜러사들까지도 홀대하고 농락한다는 것이다.
금소원에 따르면 벤츠코리아의 경우 수입차 단일 브랜드 사상 최초로 작년 매출 3조원 이상의 실적을 올렸고 다른 수입차업체들 역시 매년 매출액이 증가하면서 수입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15%를 초과한 상황이다.
반면 수입차업체들의 국내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나 문제 발생시 대응책은 10년 전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다. 최고급 승용차의 경우 한국 시장이 전세계 4~5위 수준으로 수입차업체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실제로 한국 소비자에 대한 대우는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파동에 대한 대응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폭스바겐은 해외에서의 적극적인 보상조치와는 달리, 한국 소비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책도 내놓지 않은 바 있다.
아울러, 벤츠 등도 올해 최고급 승용차인 S클래스의 인증절차를 무시하고 차량을 판매하다가 검찰에 고발돼 국세청으로부터 500여억원의 법인세 추징통지를 받는 등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금소원은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수입차업체의 한국 시장을 대하는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소원은 벤츠를 비롯한 수입차업체들의 한국 소비자에 대한 이러한 갑질은 과거 한국 수입차 시장이 작았을 때부터 시작되어 이제 세계 10위권 내의 큰 시장이 되었음에도 변한 바가 없다고 본다며 오히려 한국 소비자들이 더 비싼 고급차를 선호한다는 점을 이용해 불투명한 가격 책정 절차를 통해 고가정책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이익을 취득하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나 대응은 과거 20년 전과 동일하게 뒷전으로 미뤄두고 있다고 밝혔다.
금소원은 수입차업체의 이러한 미진한 대응에 대한 책임이 정부당국의 미온적 태도에 있다고 보고 공정위 제소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또 이와 별도로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도 나서서 수입차업체들이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고 저지른 불법행위나 무례한 영업 관행들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소원 관계자는 "폭스바겐 사태와 관련해 인증을 취소한 환경부의 조치는 정부의 엄격한 잣대와 결단력 있는 행동을 보여준 것"이라며 "공정위가 벤츠와 한성자동차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은 수입차들의 안하무인격인 한국 소비자 대우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