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QM6, 조조 뺨치는 전략의 산물

  • 입력 2016.09.21 19:37
  • 수정 2016.09.21 23:2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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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충주호를 끼고 도는 82번 국도변은 가을 초입의 정취로 가득했다. 폭염에도 푸르름을 잊지 않았던 잎새들은 봄꽃보다 화사하게 가을꽃을 피우려는 채비에 바빴고 들녘을 빼곡하게 채운 벼에는 황금빛이 돌았다. 누구보다 일찍 벼를 베어낸 마음 급한 농부는 한적한 도로에 자리를 깔아 이삭이 더 여물게 볕을 주고 있었다.

여름 동안 폭염에 시달리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처럼 화창한 가을, 르노삼성차가 야심 차게 준비한 중형 SUV QM6를 몰고 이 길을 달렸다. 르노삼성차가 SM6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치겠다고 벼르는 차다. SUV가 호시절을 만났다고 하지만 쟁쟁한 경쟁차가 즐비한 세그먼트의 싸움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시작이 좋다.

사전계약 대수가 1만2000대다. 자동차 내수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어서 더 반가운 얘기다. 지난 21일, 대박 2탄 조짐이 보이는 QM6를 타고 시원스럽게 뚫린 평택-제천간 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리고 충주호반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겼다.

 
 

힘있고 역동적이고 강하다.

단단하고 야무져 보였다. 천박하지 않은 적당한 사치를 부렸고 마무리는 꼼꼼했다. 앞모습은 익숙하다. SM6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신 옆 모습이 인상적이다. 벨트라인의 끝을 과하지 않게 끌어 올렸다. 그린 하우스의 폭도 이 라인을 따라가며 좁아진다.

짧은 오버행, 그리고 힘이 잔뜩 들어간 숄더 라인이 역동적인 측면의 느낌을 주는 데 기여한다. 뒷모습은 범퍼와 머플러의 아웃 라인을 크롬으로 처리하고 중앙에 있는 르노삼성 로고까지 길게 배치된 램프 디자인으로 제원보다 차폭을 넓어 보이게 했다. 힘 있는 앞모습, 역동적인 옆모습, 그리고 강해 보이는 뒷모습으로 정리한다.

디테일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같은 세그먼트에서는 처음으로 풀 LED 헤드램프가 적용됐다. 주변 상황에 따라 자동 점등되는 오토매틱 하이빔이 포함돼 있고 주간전조등도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주간전조등은 사이즈가 큰 만큼 주간 시인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사소한 변화로 SUV답게.

전체 레이아웃은 SM6와 비슷하지만 다른 요소들이 눈에 보인다. 센터페시아와 클러스터, 스티어링 휠의 크기뿐 아니라 버튼의 위치, 에어벤트의 생김새까지 같다. 하지만, QM6는 대시보드 상단에 스피커가 자리를 잡았고 조수석 글로브 박스 위에 작은 수납공간을 만들어 놨다.

콘솔 주변의 레이아웃에도 차이가 있다. SM6에 있는 다이얼 버튼이 없고 기어 노브도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글로브 박스에서 시작한 두툼한 라인을 콘솔 손잡이로 연결시켜 SUV 다운 특징들을 살려놨다. 손이 많이 가는 곳은 부드러운 소재로 마감했다. 대신 무릎이 닿는 곳이나 접촉이 없는 곳은 플라스틱이 사용됐다. 원가를 줄이면서 감성 만족도를 높이는데 효율적인 구성이다.

시트는 적당한 무르기를 갖고 있다. 여기에 상하 방향 앵글을 최적화해 등 쪽을 편하게 했다. 앞쪽에는 코너링에서 몸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세미 버킷 시트가 적용됐다. 2열은 여유 있는 공간과 비교하면 기능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289mm나 되는 무릎 공간을 확보해 놨지만, 등받이의 각도가 너무 꼿꼿하다. 비스듬하게 자세를 잡아야 편해진다. 르노삼성차도 알고 있고 개선을 하고 있다.

 
 

취향 저격하는 S-Link

SM6에서 선을 보였던 S-Link도 그대로 적용됐다. 인포테인먼트, 내비게이션, 핸즈프리 전화, 라디오, 주행 보조 기능, 차량 시스템 등을 쉽고 다양한 테마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세로형 화면은 가로형보다 조작이 편하고 접근도 쉽다.

디지털 7” 컬러 TFT LCD 클러스터와 앰비어트 라이팅도 제공된다. 보스 서라운드 시스템은 12개 스피커로 구성돼 있다. 리어 서라운드 스피커 2개, 트위터 4개, 센터 스피커 1개, 도어 스피커 4개, 서브우퍼 1개와 디지털 외장 앰프가 최상의 음질을 제공한다. 여기에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으로 잡소리까지 잡아줘 귀를 즐겁게 했다.

 
 

이왕이면 170만 원 더 주고 4WD

시승차는 RE 시그니처 4WD다. 기본 가격이 3470만 원이고 모든 옵션이 다 들어갔다. 4WD에 대한 부담은 많지 않다. 동일 트림을 기준으로 2WD 가격에 170만 원을 보태면 4WD로 업그레이드 된다. ‘올 모드(All MODE) 4Ⅹ4-i’로 이름이 붙은 이 시스템은 일상에서는 2WD, 노면 상황에 스스로 대응하는 AUTO, 그리고 필요한 경우 4WD LOCK 모드 전환이 가능하다.

가장 낮은 트림인 SE에서는 4WD가 적용되지 않는다. QM6 4WD의 또 다른 장점은 210mm의 높은 지상고와 19도의 접근각, 26도의 이탈각으로 난도가 있는 오프로드 공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가진 프리미엄 브랜드의 SUV 모델과 별 차이가 없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177마력(3750rpm), 최대토크 38.7kg.m(2000~2750rpm)의 유로6 기준에 대응한 2.0ℓ dCi 디젤 직분사 터보다. 여기에 일본 자트코의 무단변속기(7단 수동변속기 지원)를 탑재했다. 2.0dCi 엔진의 특징은 빠른 가속보다 끈질기게 파워를 끌고 간다는 점이다.

출력과 토크가 정점에 도달하는 엔진 회전수는 높지만 하강 곡선이 완만한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특성은 시승하는 동안 그대로 나타난다. 비교적 가벼운 공차중량(1760kg)인데도 출발은 경쾌하지 않다. 보통의 수준이다. 그러나 엔진회전수가 4000rpm 인근에 도달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속에서 고속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놀랍다. 공로에서 가능한 수준까지 빠르게 속도를 올린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9.4초, 이 보다는 200km/h의 가속 데이터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연료 분사 시간이 솔레노이드 인젝터보다 월등하게 빠른 피에조 인젝터를 사용한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노면 장악력도 뛰어나다. 시승 거리는 50km 남짓으로 짧았지만, 청평호를 끼고 도는 와인딩 코스에서 보여준 대응력은 인상적이다. 타이어의 규격(225/55R/19)과 상관없이 강한 쪽으로 세팅된 서스펜션이 차체 롤링을 최소화 시켜 준다.

고속도로 진출입로 정도의 선회로에서는 속도를 많이 줄이지 않아도 차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QM6는 전륜에 맥퍼슨 스트럿, 그리고 후륜에는 멀티링크 타입 서스펜션을 적용했고 브레이크는 전, 후 모두 벤텔레이티드 디스크를 사용했다. 비슷한 세그먼트의 SUV 대부분은 후면에 일반 디스크를 사용한다. 더 가벼운 중량에 냉각성능이 좋은 디스크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제동력 역시 뛰어나다.

 
 

<총평> 경쟁사가 보면 얄미울 정도로 잘 만든 차다. 세그먼트를 떠나 패키징이 뛰어나고 가격 경쟁력도 있다. 전방추돌 경보, 긴급제동, 차선이탈 경보, 사각지대 경보로 구성된 ADAS에 운전 피로도 경보 시스템까지 적용하는 안전 사양도 풍부하다. 작심하고 판을 바꿔보겠다는 르노삼성차가 조조 뺨치는 전략으로 만든 차다.

그러나 QM6가 극복해야 할 것들이 의외로 많다. 세그먼트가 달라도 현대차 싼타페와 투싼, 기아차 쏘렌토와 스포티지, 쌍용차 티볼리까지 위, 아래로 강력한 경쟁차가 포진해 있다. 따라서 패키징과 , 파워 그리고 승차감, 풍부한 안전사양을 다 계산해도 QM6의 상품성이 월등하다고는 자신하지 못하겠다.

3주 만에 사전 계약 대수 1만2000대를 기록한 것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계약자의 상당수는 오랜 기간 대안이 없던 세그먼트에서 새로운 물건을 찾았다는 기분으로 QM6를 선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이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는 별개로 첨언을 하자면 뒤 열 등받이는 지금보다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엔진의 질감도 다듬었으면 한다. 커버가 없는 기어 노브 앞 수납공간이  항상 어지럽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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