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CT6, 작심하고 만든 럭셔리 세단

  • 입력 2016.09.07 23:52
  • 수정 2016.09.08 00:1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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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준 GM코리아 사장은 “CT6는 벤츠 S클래스, BMW와 색깔이 다른 럭셔리 대형 세단”이라고 말했다. 또 “쇼퍼 드리븐과 오너 드리븐 모두를 만족하게 하고 때로는 젊은 고객들이 강력한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캐딜락의 기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 반응을 보면 캐딜락의 전략은 통했다고 본다. 9월부터 CT6의 본격 출고가 시작되면 럭셔리 대형 세단 판매 3위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CT6를 앞세운 캐딜락 브랜드는 최근 한국 진출 이후 가장 빛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8월 한 달 147대, 잘 나가는 브랜드와 비교하면 빈약하지만 지난해 같은 달 GM코리아의 전체 성적은 60대에 불과했다. CT6 하나로 145.0%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한 셈이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반응한다. 7일, 미디어 시승회에서 만난 GM코리아 관계자는 “CT6가 S클래스나 7시리즈보다 좋은 차는 아니다. 그러나 수입 럭셔리 대형 세단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 대안이 된다면 성공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부 영화 속 ‘총잡이의 긴장감’

캐딜락은 CT6를 위해 플랫폼을 비롯한 차체 구성품의 대부분을 새로 만들었다. 오메가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탄생한 CT6는 차체의 총 64%에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했다. 또 접합 부위를 최소화하고 약 20만 회에 육박하는 혹독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거쳐 만들어졌다.

S클래스, 7시리즈보다 100kg 가볍게 잘 다듬어진 뼈대는 캐딜락 특유의 육중한 단면과 라인들이 덮고 있다. 각을 잰 것처럼 반듯반듯한 단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이어져 있다. 선이 굵은 외관에 길고 낮은 차체 비율은 이제 CT6의 분명한 캐릭터가 됐다.

캐딜락의 얼굴인 그릴과 버티컬 타입의 시그니처 라이트는 새로 디자인됐다. 시그니처 라이트는 간접 조명 방식의 LED 다기능 헤드램프를 적용해 일반 램프보다 더욱 뛰어난 조도와 라이팅 효과를 제공한다.

지상을 향해 내리꽂히듯 예리하게 디자인된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CT6에서 색다른 분위기가 나도록 돕는다. 자신감이 넘치는 같은 체급의 경쟁 세단과 다르게 뿌연 흙먼지 속 카우보이모자에 판초를 쓰고 시가를 문 총잡이들의 결투 직전 긴장감이 CT6에서 느껴졌다.

 

공들인 만큼의 효과는 보이지 않았다

알칸트라로 휘두른 실내는 공허하다. 오밀조밀하고 고급스럽고 화려해 보이는 경쟁모델과 다르게 여백이 많다. 꽉 차보이면서 공간을 넓게 쓰는 것이 요즘 트랜드다. 아주 옅게 포인트를 준 메탈 라인을 빼면 죄다 블랙이고 우드 트림까지 다크 브라운 계열이어서 화사해 보이지도 않는다.

부분 부분을 살펴보면 전문 장인의 수작업으로 완성된 마감처리는 뛰어나다. 시트의 박음질, 천연 가죽과 고급 원목의 촉감도 만족스럽다. 그래도 반짝거리는 뭔가로 포인트를 주는 기교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디지털 계기반, 센터페시아의 대형 터치스크린, 그리고 독특한 헤드를 가진 시프트 레버는 시원시원하고 잡는 느낌도 좋다. 터치스크린의 반응은 빠른 편이 아니지만, 시인성, 그리고 이런저런 기능에 접근하기가 편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컬러로 속도, 길 안내, 그리고 오디오의 노래 제목과 이미지까지 제공한다. CT6 전용으로 튜닝된 34개 스피커의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이 선사하는 음질도 만족스럽다. 쇼퍼 드리븐을 위한 다양한 편의사양도 보인다.

앞 좌석 등받이에 플립형 10인치 듀얼 모니터가 장착됐고 리모컨과 헤드셋이 함께 제공된다. 공조 시스템도 완벽했다. 쿼드존 독립제어 에어 컨디셔닝 시스템으로 실내를 네 부분으로 나눠 각각의 탑승자들이 원하는 실내 온도를 설정 할 수 있다.

루프 핸들 근처에도 에어벤트가 있다. 후 석 시트는 파워 시트 방향 조절 기능, 시트 쿠션 틸팅 기능, 마사지 기능과 히팅 및 쿨링 기능이 적용됐다.

리어 암레스트에는 듀얼 스크린 컨트롤 버튼을 배치해 놨다. 반면 모니터가 고정식이고 테이블 그리고 발 받침이 없는 것은 아쉽다. 차제 사이즈는 전장x전폭x전폭(mm)이 5185X1880X1485(mm), 휠베이스는 3019mm이고 트렁크 용량은 433ℓ다.

 

맹렬하게 달린다. 압도적인 주행 질감

CT6는 신형 3.6ℓ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품고 있다.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 토크 39.4kg.m의 성능을 발휘하고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여기에 오토 스톱 앤 스타트 기능이 기본 적용됐다.

이 엔진에는 일정 주행 조건에서 6개의 실린더 중 4개의 실린더만 활성화하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적용됐다. 효율적인 실린더의 운용으로 높은 경제성과 에너지 효율을 확보했다는 것이 GM코리아의 설명이다.

엔진은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여준다. 인천 영종도에서 파주 헤이리까지 달리는 고속 주행에서 한계가 없는 능력을 과시했다. 동급 중 가장 멋진 배기음을 내며 엔진회전수, 기어 단수의 변화를 살필 틈도 없이 빠르게 응답하고 경쾌하게 원하는 속도를 내준다.

 

오너 드리븐, 그리고 구매 연령대의 하향화를 노린 플래그십이라는 캐딜락의 노림수가 엿보인다. 이 노림수를 위해 각 휠을 독립적으로 모니터하고 개별 조종할 수 있도록 하는 액티브 섀시 시스템과 1/1000초 단위로 노면 상태를 감지해 각 휠의 댐핑력을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시스템을 적용했다.

뒷바퀴가 앞바퀴와 같은 방향 혹은 반대 방향으로 조향 되고 저속으로 달릴 때는 회전반경을 1m가량 줄여줘 코너링 성능을 높여주는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도 탑재됐다.

이런 첨단 주행 시스템 덕분에 CT6는 스포츠 세단의 성격이 짙게 풍겨 나온다. 뒤 시트에 몸을 묻히고 있기에는 아까운 성능이다. 타이어는 245/40R20 사계절용이다.

 

안전을 위한 첨단 장치들

룸미러(리어 카메라 미러)는 후방 시야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어느 방향이든, 헤드레스트를 길게 뽑아 내든, 아무리 키가 큰 사람이 뒷좌석에 앉아 있어도 후방 상황이 선명한 영상으로 나타난다.

해상도가 좋은 편이고 약간의 광각도 있어 안전 운전을 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열 감지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야간 또는 악천후에도 보행자나 도로 장애물을 구별하는 나이트 비전 시스템도 있다.

이 외에도 360도 서라운드 비전 시스템과 차선 유지 및 이탈 경고, 전방 추돌 경고, 전방 보행자 경고 시스템 등의 안전 사양이 적용됐다,

이런 안전장치들이 위험 요소가 감지됐을 때 경고만으로 그치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다. 대형 풀 컬러 클러스터와 큐(CUE)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헤드 업 디스플레이 및 전동 햅틱 시트로 시각과 촉각을 통해 경고해 준다.

 

총평

캐딜락 CT6의 국내 판매 가격은 프리미엄 모델 7880만 원, 시승 모델인 플래티넘 모델은 9580만 원이다. 경쟁 모델들의 가격은 대부분 1억 원을 가볍게 넘긴다. GM코리아에 따르면 사전 계약자의 80% 이상이 플래티넘을 선택했다고 한다.

적지 않은 가격 차이에도 상위 트림 비중이 크다는 것은 CT6의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캐딜락이 작심하고 만든 노력의 흔적과 가격만 갖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소비층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다. 오래 가지도 않는다.

외관의 디자인에 호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인테리어의 기품은 부족하다. 소구점을 찾아내야 하는데 스포티한 성능 그리고 가격 이외에는 뚜렷하게 내 세울 것도 보이지 않는다.

달리는 능력은 탁월하지만 벤츠 S클래스와 BMW7 시리즈 그리고 재규어 XJ와 같이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는 결정적 한 방, 그리고 캐딜락 브랜드의 무게감을 높일 방법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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