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C4 칵투스, 시선 강탈하는 괴짜 SUV

  • 입력 2016.09.02 08:25
  • 수정 2016.09.02 08:3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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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가 따갑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한다. 2014년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안팎으로 유별난 시트로엥 C4 칵투스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이 차를 다시 만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모터쇼를 위한 콘셉트카 정도로 봤다.

같은 해 6월, 콘셉트카의 원형을 최대한 살려 유럽에서 먼저 출시된 C4 칵투스는 대박을 친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전역에서 15만대 이상 팔린다. 국내는 지난해 서울모터쇼를 통해 아시아 지역 최초로 공개됐다. 그러고도 지난 8월 출시됐으니까 많이 늦어진 편이다.

시트로엥의 공식 수입사인 한불모터스는 가격, 인증, 생산 일정까지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기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어쨌든 C4 칵투스는 출시 이후 2000만 원대의 가격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선이 굵은 외관, 작아도 작지가 않다

차급과 차종을 구분하면 C4 칵투스는 소형 SUV다. 비교하자면 르노삼성차 QM3와 동급, 그러나 차체 사이즈는 작다. C4 칵투스의 차체 제원은 전장/전폭/전고/축간거리가 4016/1730/1530/2595(mm)다. QM3는 4125/1780/1565/2606(mm)다.

그런데도 작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선과 단면들이 굵고 큰 효과다. 동글동글한 앞모습을 빼면 루프 라인과 벨트 라인 그리고 C 필러까지 대담하고 굵은 선들이 조화를 이룬다. 단단하고 풍부한 이미지를 느끼게 하는 효과적인 디자인이다.

자동차의 관념을 과감하게 깨버린 파격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거의 보이지 않는 전면부는 헤드램프 베젤을 기형적으로 두툼하게 만들었다.

 

반면에 주간전조등은 가늘고 길다. 따라서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두기가 어렵다. 전체적인 어울림보다는 부분적인 개성이 더 드러나 있다. 얼핏 보면 기아차 쏘울, 좀 더 나가면 현대차 투싼 1세대 분위기도 난다.

측면은 칵투스의 가장 큰 특징인 커다란 에어 범프가 벨트라인 아래쪽 면적 대부분을 덮고 있다. 문콕 방지용인데 위장막을 걷어 내지 않은 것처럼 어색하면서도 C4 칵투스를 특징짓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무른 플라스틱 소재의 에어범프는 쉽게 교체할 수 있다. 시트로엥은 에어범프가 차체 무게를 줄이는 효과가 있고 도어 안쪽에 강성이 좋은 강판을 사용해 측면 충돌때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한다.

칵투스의 무게는 1240kg밖에 되지 않는다. 비슷한 차급의 다른 모델보다 100kg 가량 가볍다. 에어범프 말고도 C3의 플랫폼을 개량해서 사용하고 밖으로 밀어 여는 개폐형 2열 창문, 시트 크기까지 줄여서 무게를 뺏다.

와이퍼 블레이드에 워셔액 노즐을 설치한 것도 C4 칵투스의 숨겨진 기능이다. 이렇게 해서 무게를 줄이고 워셔액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기발하고 각이 딱 잡힌 인테리어

실내는 군대에서 취침 점호를 준비한 것처럼 각이 잡혀있다. 센터페시아와 계기판은 크기가 다른 모니터로 만들어 놨다. 잘 정돈이 된 것 같은데 쉽게 동화되지 않는다. 혼다 시빅, 토요타 프리우스의 대시보드를 처음 봤을 때보다 더 낯설다.

여기에다 운전대 너머 디스플레이 계기반은 속도, 기어 단수, 연료 게이지, 주행거리, 크루즈 설정 정보만 나온다. 태코미터나 연료계, 냉각수 온도계 같은 건 생략됐다. 이상이 있을 때만 표시된다.

센터 콘솔의 큼직한 레버도 당혹스럽다. 변속기로 보고 한 참 씨름을 했는데 주차 브레이크였다. 해제할 때도 위로 힘껏 당긴 다음 아래로 내려야 한다. 변속은 맞은 편에 있는 이지 푸시 버튼으로 해야 한다. 별것도 없이 D, R, N 버튼만 있다. 운전하면서 조작을 하려면 팔을 길게 뻗어야 하는데, 그럴 일은 없다. 모두 정지한 상태에서 만져야 할 것들이기 때문이다.

 
 
 
 
 

변속은 패들 시프트로 하면 된다. 변속기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한다. 글로브 박스의 디자인도 독특하다. 클래식한 빈티지 캐리어의 분위기가 나고 또 위쪽으로 열린다. 박스안 수납품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한 배려다. 이 때문에 에어백이 천장에서 내려오도록 해 놨다. 도어 안쪽의 핸들도 캐리어의 손잡이를 흉내냈다. 

시트의 소재는 패브릭이다. 투톤에 감촉이 좋아서 가죽이 아닌데도 보기가 좋고 느낌이 나쁘지 않다. 공간도 여유가 있다. 특히 2열 공간이 걱정됐는데 불편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흠을 잡자면 시트가 얇아서 장딴지 부분을 힘있게 받쳐 주지 못한다.

2열 창문은 말이 많다. 클립을 펴 밖으로 밀어내는 여닫이 식이다. 힘도 필요하다. 시트로엥이 아무리 설명을 해도 답답하고 불편하다. 윈도 모터를 없애고 얻어낸 무게 감량 효과보다는 손해를 보는 것이 많아 보인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통 유리다. 실내쪽 커버가 없다. 볕이 강한 날, 만만치 않은 열이 난다. 유해한 빛을 차단하고는 있지만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민감한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적당한 힘, 적응이 필요한 ETG 6단 변속기

구동계는 1.6 블루 HDi 엔진과 ETG 6단 변속기로 궁합을 맞췄다. ETG 변속기는 여전히 낯설다. 수동과 자동의 중간으로 싱글 클러치를 사용하는 반자동 변속기다.

이질감은 변속이 되는 시점마다 차체를 끌어당기는 느낌이다. 그러나 가속페달을 변속 시점에 맞춰서 떼었다 눌렀다 하면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ETG 6단 변속기로 발휘되는 효율성은 분명하다. 17.5km/l의 비교적 만족스러운 연비는 이런 구조에서 나온다. 반면 동력성능의 수치는 낮다. 최고출력 99마력, 최대토크 25.9kg.m로 같은 배기량을 가진 트랙스나 티볼리보다 동력성능이 낮다.

하지만 움직이기 시작하면 눈에 보이는 숫자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의외의 움직임을 보여 준다. 어떤 길에서도 힘이 달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변속기의 특성을 이해하면 시작도 좋고 끈기도 있다.

SUV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코너링 성능이 좋은 것도 인상적이다. 서스펜션은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에 토션바로 세팅했다. 강한쪽으로 세팅을 해 놔서 차체가 튕기는 느낌이 강하지만 핸들링은 좁은 골목길을 날쌔게 달려 나가는 영화 속 프랑스 차처럼 정확하다.

시트로엥의 다른 라인업보다 엔진의 회전 질감이 세련된 것도 C4 칵투스의 장점이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깔끔하게 걸러내지 못하는 것이 걸리기는 해도 전체적인 승차감은 80점 이상을 주고 싶다.

 

<총평>

C4 칵투스가 우리나라에서 어떤 반응을 끌어낼지에 대한 전망은 쉽지 않다. QM3 최고급 모델보다 저렴한 가격(LIVE 2490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은 매력적이지만 상품성은 고만하다.

기능이나 효율성 면에서 분명한 장점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무난한 차에 대한 수요가 아직은 더 많은 것도 장벽이다. C4 칵투스는 전체적인 상품의 특성에서 일반적인 소비자가 쉽게 결정을 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 따라서 이런 이질감의 차이를 해소하고 틈을 좁히는 것이 시트로엥의 숙제로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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