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XJ, 대형 세단의 틀을 깬 리무진

  • 입력 2016.08.16 07:5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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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타타가 소유하고 있지만, 재규어는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다. 리퍼라고 불렸던 후드 오나먼트, 벌집 모양의 독특한 프런트 그릴, 유럽의 트랙을 지배한 전설 같은 머신들로 한 때 유럽을 지배했던 자동차 산업의 부흥기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F-TYPE, 그리고 과거의 전설들을 복원하면서 스포츠카의 혈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빼면 재규어의 과거는 지금 남아있지 않다. 재규어를 상징했던 오나먼트는 머리만 살려 그릴에 박아버렸고 4개의 둥근 헤드램프는 별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평범해졌다.

2000년대 재규어의 변신을 주도한 이안 칼럼은 “과거의 전통을 계승하고 명확한 디자인”을 추구한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XJ 헤드램프의 주간 전조등이 더블 헤드램프를 의미하는 더블 제이(J)라는 것 말고 재규어의 헤리티지는 단절됐다.

 

그렇다고 현재의 재규어가 형편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클래식했던 분위기가 모던한 쪽으로 변했지만, 차곡차곡 아이덴티티가 쌓이면서 멋있고 세련됐다는 느낌에 앞서 여전히 아름답다.

벨트라인을 높이고 쿠페처럼 라운드를 강조한 루프라인, 리어 앤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5m가 넘는 전장(5225mm/LWB)이 주는 부담감이 전혀 없다. 견고한 차체, 그리고 경량화를 위해 100% 알루미늄 모노코크 섀시를 품고 있지만, 외관은 바라만 봐도 야무진 느낌이 든다.

넓고 낮은 스탠스, 그리고 팽팽하게 당겨 놓은 웨스트라인, 독특한 테일램프로 7시리즈나 S클래스가 가진 보수적인 세단의 이미지를 거부하고 덩치 큰 스포츠카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다.

 

이런 콘셉트는 인테리어에서 더 강조돼 있다. 원형 에어벤트,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거리는 크롬 소재의 패널, 파노라마 선루프, 딱딱한 시트는 대부분 스포츠카나 고성능차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구성이다.

그렇다고 기품을 버린 것도 아니다. 도어 안쪽과 대시보드 전체를 감싸는 수공 베니어, 다크 브라운 컬러의 우드는 아주 고급스럽다. 다이얼 타입 변속기 그리고 패들시프트도 보인다.

인포테인먼트, 커넥티드 시스템은 이전보다 기능이 많아졌고 접근성도 좋아졌다.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스마트폰 패더링은 국산 차보다 빠르게 연결됐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홈 화면 또 즐겨찾기 등을 원하는 구성으로 편집할 수 있다.

디지털 계기반은 테마별 구성이 가능하고 지도 전체가 표시될 수 있도록 해 놨다. 그러나 테마별 변화는 자세히 봐야 구분이 될 정도로 크지 않다. 한글 지원이 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은 정확도가 떨어진다. 목적지를 설정했을 때 다른 맵하고 경로 차이가 크다. 평소 많이 오가는 목적지를 설정해 봤더니 멀쩡한 길을 두고 엉뚱한 길로 우회하는가 하면 좁은 길로 안내해 곤란했던 일도 있었다.

뒷좌석에는 쇼퍼 드리븐을 위한 충분한 공간과 다양한 편의 장치들이 마련됐다. 레그룸은 1m나 되 10.2인치 HD 스크린, 시트 컨트롤 장치가 있는 센터 암레스트, 접이식 비즈니스 테이블과 풋 레스트, LED 독서등, 윈도 블라인드까지 있다. 완벽한 개인 공간이 나온다.

반면. 운전석에서 볼 수 있는 실내 후방 시야가 좁다. 높은 벨트라인 때문에 좌우 측면 개방감도 좋은 편이 아니다. 3.0ℓ V6 터보차저 디젤 엔진은 최고 출력 300마력(4000rpm), 최대 토크(2000rpm)의 성능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6.2초다.

 

엔진 스톱 스타트가 적용된 8단 자동변속기와 함께 XJ는 얌전한 대형 세단이 아니라는 걸 강조한다. 속도의 구간과 상관없이 언제나 넉넉한 힘을 제공한다. 이런 힘이 스포티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첨단 기능들이 돕는다.

초당 500회 이상 진동을 감지하고 진폭을 조절해서 승차감을 높여주고 전자식 액티브 디퍼렌셜 그리고 리어 디퍼렌셜 록의 전자식 컨트롤이 적용됐다. 핸들링과 토크의 효율성을 높여주기 위한 장치다.

또 주행 상황에 맞춰서 뒷바퀴에 토크를 정확하게 전달하거나 중단을 시켜 어떤 노면, 주행 상황에서도 차량이 균형을 상실하거나 마찰력을 잃는 일이 없도록 어시스트를 해 준다.

 

사륜구동 모델은 뒷바퀴가 미끄러질 것 같으면 90% 이상의 토크를 전륜으로 보내 노면 접지력을 최대화시켜 준다. 이런 여러 가지 기능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XJ는 출발을 하고 속도를 올리고 빠르게 선회를 하는 모든 순간을 두렵지 않게 해 준다.

서스펜션은 보트필,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부드럽게 반응한다. 여기에 디젤이라는 걸 깜박 잊을 정도로 조용하게 만들어 놓은 NVH로 정숙성은 가솔린차 수준이다.

이런 특징들은 그러나 완만한 굴곡이 있는 도로에서는 단점이 됐다. 차체가 가진 견고함까지 더해져 타이어로 생각되는 롤링이 심하다. XJ 복합연비는 12.1km/ℓ다. 100km당 ℓ로 표시되는 트립 컴퓨터는 9~10ℓ/100km 사이를 계속 유지한다.

 

<총평>

달리는 성격은 7시리즈, S클래스와 차이가 분명하다. 응답이 빠르고 핸들링도 쉽다. 속도가 상승하는 느낌도 경쾌하다. 3.0ℓ 디젤 엔진이 이렇게 조용할 수 있을까 할 정도의 정숙성도 만족스럽다. 또 보수적인 대형 세단과 다르게 개성이 강한 스포티한 감성의 인테리어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반면, 크루즈 컨트롤의 버전이 낮고 시티 세이프티 첨단 안전장치가 부족하다. 특히 7시리즈 제스처 콘트롤, S클래스 매직 바디 콘트롤 같은 차별화된 뭔가는 아쉽다. XJ 3.0D 가격은 1억4510만 원(LWB PREMIUM LUXUR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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