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는 재규어, 티몬, SK엔카

  • 입력 2016.08.11 09:4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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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커머스 티몬이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의 고급 세단 XE 20대를 단 3시간 만에 팔아 치웠다. 재규어의 월 평균 판매 대수가 250대 남짓이니까 20대면 가볍게 볼 숫자가 아니다.

정상가보다 700만 원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이 솔깃했겠지만 무엇보다 기존의 영업 형태와 전혀 다른 방식이 통했다는 것 때문에 자동차 업계는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전에도 홈쇼핑 채널에서 일부 수입차가 판매를 한 사례가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의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그러나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식 딜러 누구도 차량을 공급하지 않았고 특히 소셜 커머스가 멋대로 브랜드를 언급하고 가격 할인 판매로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가 손상됐고 소비자 혼란이 야기됐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중이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티몬에 차량을 공급하기로 계약한 업체는 SK엔카였고 SK엔카는 재규어의 공식 딜러인 아주 네트웍스에 차량을 주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식 딜러사 누구도 차량을 공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재규어의 입장이 머쓱해졌지만 아주 네트웍스가 “온라인 판매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차량을 공급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SK엔카와 티몬이 차량을 정상적으로 고객에게 인도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판국이 됐다.

문제는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의 태도다. 소셜 커머스에서 브랜드를 언급하고 차량을 판매하는 것이 왜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시장 혼란을 일으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얼마 전 만난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관계자는 “딜러사에 공급된 차량에 대해서는 가격이나 판매 형태 등에 우리가 전혀 관여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가 한 얘기가 맞다면 아주 네트웍스가 SK엔카에 차량을 판매하고 SK엔카가 이 차를 어떤 방법, 가격으로 판매했는지는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와 무관한 일이다.

간과되고 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수입차 국내 법인과 딜러사간 불공정 관행도 일부 드러났다. 일례로 “딜러사가 온라인 또는 다른 채널로 신차를 판매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딜러들은 상품을 구매해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위치다. 공급사에 정상적으로 가격을 지급하고 매입한 상품을 어떤 가격 또는 조건, 방식으로 팔 것인지는 전적으로 딜러의 권한이다. 공정위도 이와 관련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거듭 확인해 왔다.

이를 놓고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가 왈가왈부하고 계약해지, 법적 대응, 브랜드 가치 훼손 등을 언급하는 것은 수입차 딜러, 그리고 국내 제조사들의 판매 대리점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을’의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럽 브랜드 딜러사 대표는 “실적 때문에 할인 판매를 강요하고 프로모션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일상화된 횡포”라며 “유통과 판매를 완전히 분리해서 공급사들이 딜러사의 경영 방식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해야 공정한 경쟁으로 소비자들이 입는 혜택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는 별개로 아주 네트웍스가 SK엔카의 온라인 판매를 사전에 공지 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확인이 필요하다. SK엔카가 차량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셜커머스를 통해 판매를 했다는 점도 문제가 없는지 짚어봐야 한다. 20명의 소비자가 헛물을 켜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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