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ACE, 악당이 되고 싶은 재규어의 첫 SUV

  • 입력 2016.08.08 08:01
  • 수정 2016.08.08 15:5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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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80년 역사에서 처음 등장한 SUV F-PACE는 영국 출신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광고에 등장하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여기저기에서 재규어가 F-PACE의 이미지를 자동차와 중력, 물리학, 빅뱅이론 등 호킹 박사가 이룩한 업적과 이미지를 연관시키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거창한 분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스티븐 호킹 박사의 광고 출연은 그가 세운 물리학의 업적과 큰 연관이 없다. 어릴 적부터 ‘악당’이 되고 싶었던 그의 꿈과 매번 ‘악당’이미지의 스타를 광고에 등장 시킨 재규어의 오랜 전통이 맞아 떨어졌을 뿐이다.

그와 함께 출연한 루크 알렌 게일도 영국 출신이고 미국 드라마 도미니언 시리즈에서 가브리엘에 충성하는 악당으로 나온다. 지금까지 재규어의 광고에 나왔던 톰 히들스턴, 벤 킹슬리 그리고 마크 스트롱 등도 영화사에 길이 남을 악당이 아닌가.

스티븐 호킹 박사가 F-PACE의 광고에 출연한 것도 악당이 되고 싶었던 그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광고 속 호킹 박사의 미소도 악당처럼 보이기 위한 연기였다. 

 

이안 칼럼 ‘F-PACE는 스포츠카’

재규어의 브랜드 슬로건은 ‘아트 오브 퍼포먼스’, 그래서인지 거장 이안 칼럼은 F-PACE를 디자인하면서 단 한 번도 ‘SUV’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재규어를 대표하는 스포츠카 F-TYPE의 디자인을 녹여내 역동적이고 매혹적인 디자인과 퍼포먼스를 완성하고 랜드로버의 테크놀로지를 반영해 오프로드에서도 완벽한 성능을 발휘하는 차를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이를 위해 외관 디자인은 F-TYPE의 상당 부분을 차용해 왔다. 50:50의 완벽한 무게 배분을 실현하기 콕핏을 전면 쪽으로 최대한 길게 빼고 보닛이 차지하는 비율을 늘려 스포츠카의 실루엣을 살렸다. 그리고 전체적인 디자인은 공기 저항을 줄이고 냉각 효과를 개선하기 위해 재규어가 자랑하는 차세대 첨단 시뮬레이션 시스템(CFD)으로 완성했다.

멀리서 봐도 세단과 같은 패밀리 룩이 적용된 F-TYPE은 재규어의 차라는 것을 숨기지 못한다. 스포티한 프로파일을 갖고 있지만 루프라인은 각도를 세우거나 수평에 가깝게 만들어 SUV 특유의 강인한 맛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차량 하부에는 언더플로 디퓨저를 적용해 공기의 흐름이 원할하도록 했다.

 

유니크한 디자인의 리어 LED 램프, 사이트 벤트, 스포티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전후방 펜더와 프런트 그릴은 F-PACE의 존재감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러기지 룸은 기본 508ℓ, 최대 1598ℓ의 적재공간이 확보돼 있다.

인테리어는 기존 모델과 같이 요트에서 영감을 받은 랩 어라운드 디자인이 적용됐다. 불필요한 요소들이 과감하게 배제해 간결한 것이 특징이다. 다이얼 시프트와 패들 시프트, 스포츠 커맨더 드라이빙 포지션이 고성능 스포츠 SUV라는 F-PACE의 콘셉트를 깨닫게 해준다. 뒷좌석은 40:20:40 폴딩이 기본 제공된다.

센터 콘솔에는 랜드로버 라인업에서 볼 수 있는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SPC) 제어 버튼이 보인다. 인컨트롤 터치 프로 10.2인치 터치스크린으로 구현되는 멀티태스킹 기능은 유용하다. 휴대전화를 다루듯 조작이 쉽고 여러 기능으로 접근하기가 쉽다.

 
 
 
 

수입차 업계 최초로 인컨트롤 앱 기능을 활용한 T맵 서비스도 적용됐고 전, 후방 주차 보조장치, 3점식 차선 변경 인디케이터가 탑재됐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서라운드 카메라는 S 및 퍼스트 에디션 같은 고급 모델에만 제공된다.

그러나 재규어가 강조하는 스포티한 이미지는 강하게 전달되지 않다. 재규어의 패밀리라는 특징적인 요소들은 있지만 보통의 SUV보다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다. 뒤쪽 방향 지시등의 시인성이 떨어지는 것도 앞차를 따라가는 내내 불편했다. 동급 최대라는 뒷좌석의 레그룸도 생각보다 좁다. 밴드 타입으로 손목에 차는 액티비티 키는 옵션이다.

 

랜드로버 못지않은 오프로드 성능

국내에 출시된 F-PACE 라인업은 모두 여섯 개. F-PACE 퍼스트 에디션과 F-PACE S, F-PACE R-Sport, F-PACE 포트폴리오, F-PACE 프레스티지 트림은 2.0ℓ 인제니움 및 3.0ℓ V6 터보 디젤과 3.0ℓ V6 슈퍼차저 가솔린 엔진 총 세 가지 엔진으로 제공된다.

2.0ℓ i4 터보 디젤 엔진은 180마력의 최고 출력과 43.9kg.m의 토크, 트윈 터보차저가 장착된 3.0 리터 V6 터보 디젤 엔진은 최고 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71.4kg.m를 발휘한다. 3.0ℓ V6 슈퍼차저 가솔린 엔진은 340마력의 출력과 45.9kg.m의 토크 성능을 갖췄다.

 
 

20d와 30d의 차이는 크다. 속도를 높일 때, 헤어핀을 공략하고 급가속을 할 때 뚜렷한 차이가 난다. 30d는 넉넉하게 차체를 밀어내지만 20d는 한 템포 늦게 반응하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20d 8.7초, 30d 6.2초로 2.6초나 차이가 난다.

재규어는 새로운 터보차저 컴프레셔, 터빈, 가변 노즐 디자인 등을 적용해 성능을 개선했다고 얘기했지만, 경쟁모델로 지목한 포르쉐 마칸의 진중한 반응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반면 재규어가 자랑하는 알루미늄 기술은 차체 강성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준다. 경량화와 강성을 모두 확보한 알루미늄 인텐시브 보디 구조로 선회 구간을 빠르게 공략해도 균형을 잃지 않는다. 여기에는 더블 위시본 전륜 서스펜션과 인테그럴 링크 후륜 서스펜션도 역할을 한다.

 

차체의 높은 비틀림 강성을 효율적으로 지원해 날카롭고 경쾌한 주행을 돕는다. 특히 안쪽 바퀴에 일정한 제동력을 가해 중심축을 만들어 빠르고 안전하게 선회를 할 수 있도록 돕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은 난도가 있는 서킷의 모든 구간을 믿음직스럽게 공략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EPAS)으로 발휘되는 핸들링도 만족스럽다.

차체의 균형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대신 제동 포인트를 제대로 잡았다 싶은 순간에도 울컥하며 노면을 놓치는 일이 많았다. 선회 구간의 차체 반응도 무른 편이다. 원인으로 타이어의 편평비가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F-PACE의 타이어 편평비는 50R에서 60R사이다. 주행 질감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고성능을 추구하고 여기에 맞게 주행 특성을 맞추려면 타이어 사이즈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F-PACE의 진짜 맛은 오프로드에 있었다. 1117m의 높이를 가진 인제 한석산 오프로드를 쉽게 공략한다. 노면이 험악하지는 않았어도 미끄러운 구간과 자갈길, 팬 곳이 많아 공략이 쉽지 않았는데 능숙하게 타고 오른다. 랜드로버 모델에 적용된 기술들이 위력을 발휘한다.

빙판, 눈길, 젖은 노면 등을 만났을 때 보행속도보다 느린 3.6km/h에서 30km/h 사이의 저속 상태를 유지하게 해줌으로써 저마찰로 인한 스핀이나 바퀴가 잡히는 일이 없도록 돕는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SPC)와 일반도로에서는 후륜, 필요한 경우 전륜으로 동력을 보내는 AWD 시스템이 엔진의 출력과 차량 트랙션을 최적화해 오프로드를 가볍게 극복할 수 있게 했다.

S 및 퍼스트 에디션 같은 고급 트림에는 차체 움직임과 스티어링 조작을 분석해 댐퍼의 설정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시스템이 적용된다.

또 R-Sport는 다이내믹스 시스템이 제공돼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엔진, 스티어링, 서스펜션의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다이내믹-i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통해 G-포스 미터, 랩 타임, 스로틀, 스티어링 및 제동력 등의 정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총평>

F-PACE의 가격은 7260만 원부터 1억640만 원으로 재규어가 경쟁 모델로 지목하는 포르쉐 마칸과 비슷하다. 그러면서 출력과 토크 등 성능 제원의 수치는 떨어진다. 마칸 말고도 프리미엄 브랜드마다 제법 알려진 모델들이 같은 세그먼트에 포진해 있다. BMW X5, 벤츠 GLE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F-PACE가 넘어야 할 벽이다.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이런 경쟁차들을 밀어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마음 먹고 서킷을 달려도 되는 기본기, 랜드로버처럼 오프로드를 공략할 수 있는 발군의 능력을 내 세워 시장을 공략하면 안 될 일도 아니다. 잘난척 하는 주인공보다 적당히 거친 악당에게 더 열광하는 영화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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