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빈자리, 상위권 노리는 다크호스

  • 입력 2016.08.05 10:3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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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것보다 낙폭이 컸다. 폭스바겐의 7월 판매는 처참했다. 425대로 전체 수입차 브랜드 순위 10위에 턱걸이했다. 전월(6월)보다 76.8%,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85.8%가 줄었다. 말 그대로 폭락이다.

11위 혼다와의 차이가 13대에 불과하고 8월에는 환경부의 인증취소, 그리고 판매중지 명령으로 일반 브랜드 최하위 피아트(7월 40대)의 뒤를 잇게 될지도 모를 일이 됐다.

월간 베스트셀링카 상위 10위에서 빠지지 않았던 폭스바겐 티구안과 골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렇게 폭스바겐의 부진이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자 이 틈새를 노린 경쟁은 볼만해졌다.

 

포스트 폭스바겐 ‘토요타’

7월 판매에서 폭스바겐이 10위로 추락한 빈자리는 포드(1008대)가 채웠다. 그 뒤를 재규어 랜드로버(847대), 렉서스(741대), 토요타(677대)가 줄을 섰다.

전통적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이 공부 잘 하는 학생으로 늘 상위권을 차지했던 구도가 무너져 버렸다. 근래 들어 간혹 순위가 바뀌고는 있지만, 대중 브랜드 부동의 1위는 늘 폭스바겐이었다.

폭스바겐의 빈자리를 위협하는 브랜드는 한국토요타다. 토요타와 렉서스로 이원화된 실적이 나오면서 순위가 밀렸지만 두 브랜드를 합치면 1418대로 아우디를 밀어내고 3위로 뛰어 오른다.

토요타로만 따져도 677대로 대중 브랜드 가운데 포드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았다. 7월 기준 상위 10위권 대중 브랜드는 토요타와 폭스바겐, 그리고 포드가 전부다.

토요타도 지난달(6월)보다 판매가 많이 줄었다. 1165대에서 41.9% 감소한 677대로 부진했다. 업계 평균치 32.9%의 감소율을 뛰어넘는 것이 불안해 보이지만 토요타는 개의치 않는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카 판매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전체 수입차 수요 감소를 우리가 막을 수 없다고 보고 디젤차 수요 감소분을 우리가 끌어오면 바로 회복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포스트 디젤 ‘하이브리드카’

7월 연료별 등록 현황을 보면 디젤 차량의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2%나 줄었다. 폭스바겐의 영향이 컸지만 메르세데스 벤츠 E300(1133대)과 C200(273대), 포드 익스플로러(426대), 렉서스 300h(363대), 아우디 A4 45 TFSI(271대) 등 비 디젤차가 최고인기 차 10위 권에 대거 포진했다.

폭스바겐 게이트 그리고 다른 브랜드의 상품 운용 전략에 많은 영향을 줬다는 점이 드러났다. 디젤 수요의 상당수가 가솔린으로 옮겨가면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아졌다.

한때 70%에 육박했던 점유율이 7월 50%대로 떨어졌고 연료별 최다판매 차 상위 10위 모델만 집계했을 때 가솔린은 3040대(공동 순위 제외)대로 디젤 2897대를 따 돌렸다.

이 틈새는 하이브리카의 표적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유류비 하락은 하이브리드카 수요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 상황은 반대로 벌어졌다. 한 때 상승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떨어지고 있는데도 하이브리드카 증가세는 꾸준하다.

7월 하이브리드카 판매는 1181대로 유종, 차종, 차급을 가릴 것 없이 수입차 전체가 줄어든 가운데 홀로 전년 같은 달보다 50.8%나 증가했다. 올해 누적 증가율은 이보다 많은 56.4%나 된다.

연비 경제성에 대한 신뢰성과 의심을 샀던 배터리의 내구성, 부족할 것으로 생각했던 힘도 불만을 살 정도가 아니라는 점이 늘어난 사용자들로부터 퍼지기 시작한 것이 영향을 줬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아이오닉과 리오 등 친환경 전용모델을 내놓은 것도 하이브리드카 수요 확대에 도움을 줬다.

 

포스트 독일, 日ㆍ英 연합

수입차 초기 시장을 선점했던 일본이 프리미엄, 디젤을 앞세운 독일에 맹주 자리를 내 준 지는 10년도 더 된 일이다. ‘수입차=독일 차’라는 공식이 생겨났을 정도로 시장 지배력이 컸다.

미국에서 시작된 폭스바겐 사태가 국내로 전이되기 이전부터 비 독일계 브랜드는 조금씩 꿈틀거렸다. 반란은 영국 재규어 랜드로버, 스웨덴 볼보, 일본 토요다가 주도했다.

올해 1월에서 7월까지 누적 판매량을 기준으로 지난해 기간과 비교했을 때 재규어는 19.0%, 랜드로버 62.3%, 29.0%, 토요타 12.0%, 렉서스 22.0%, 볼보 29.0%가 각각 증가했다.

일본과 미국의 협공, 그리고 스웨덴의 연합작전으로 같은 기간 벤츠의 판매는 6.6% 증가하는데 그쳤고 BMW는 -8.3%, 아우디 -15.2%, 폭스바겐은 절반 가까이인 -40.4%를 기록했다. 미국 브랜드의 판매도 전월 대비 3.0%, 누적 판매량은 3.6% 감소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시장 지배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폭스바겐 여파로 디젤차 수요가 줄고 볼륨이 큰 대중 브랜드 시장에서 약세를 보이는 데다 재규어 랜드로버와 볼보의 성장이 이어지면 국가별 시장 구도의 변화는 빨라 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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