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술과 정책으로 봉평터널 비극 막아야

  • 입력 2016.07.18 11:06
  • 수정 2016.07.18 11:09
  • 기자명 이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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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발생한 봉평 터널 연쇄 추돌사고 / 사진=소방방재청

또 다시 비극이 일어났다. 예고된 비극이다. 17일 오후 5시 54분경 영동고속도로 상행선을 달리던 45인승 관광버스가 서행 중이던 승용차 6대를 추돌했다. 4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버스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마치 데자뷰처럼 일어났다. 지난 달 16일 경남 남해고속도로 창원터널에서 일어난 사고와 판박이 같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던 버스가 앞차를 들이받았고 4명이 사망하는 9중 추돌 사고로 번졌다. 시간과 장소만 다를 뿐 참혹하긴 마찬가지다.

뒤에서 달려오는 대형차가 승용차를 들이받는 장면은 섬뜩하다. 오늘 당장 누군가에게 혹은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끔찍함이 더하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비상자동제어장치(AEB)를 의무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비상자동제어장치(AEB)는 세계적인 추세로 인식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의무적용의 단계로 들어갔고 우리나라도 국토부 입법예고를 거쳐 규제심사 직전의 단계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유럽이나 미국보다는 조금 적용이 늦었지만 일본 등 기타 국가에 비해서는 빨리 입법 추진을 하고 있다”며 “현재 입법예고를 끝냈고 규제심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순탄하게 진행될 경우 내년부터는 대형 상용차에 의무 장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도로교통공단을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졸음운전으로 발생하는 사고는 봄철에 화물차에서 특히 많이 일어났다. 화물차의 봄철 졸음운전을으로 인한 사고는 20.3%를 차지했고 사망자는 전체 151명 가운데 61명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승용차의 졸음운전 사고가 2334건 일어나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73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화물차의 사고는 치명적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비상자동제어장치(AEB) 장착 의무화로 가는 길은 아직 거북이 걸음이다. 일반적인 입법절차에 따라 규제심사, 법제처심서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거쳐야하고 국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공포된다.

자동차 업계의 대응도 속도를 느리게 하는 원인일 수 있다. AEB를 의무 장착하면 유로6 대응으로 가뜩이나 오른 자동차 값이 더 오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자동차 업계의 로비로 도입 과정이 늦춰지는 사례도 있었다. 뉴스로 사고를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만 전할 때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AEB 장착 의무화를 추진해야할 때다.

 

어제의 사고로 일각에서는 이미 AEB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다음 아고라’에 AEB 장착 의무와 추진을 위한 네티즌 청원운동에 나섰다. 자동차 동호회 등의 게시판에서는 고급차 중심으로 자체 적용하는 AEB를 화물차, 버스와 같은 대형차에 먼저 적용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승용차 업계에서 가장 먼저 AEB를 적용했던 볼보 관계자의 말이 기억난다. “(AEB와 같은)안전 장치는 대형 트럭, 화물차, 버스부터 적용해야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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