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역사, 남편 대신 운전대 잡은 아내로 시작

  • 입력 2016.06.20 16:31
  • 수정 2016.06.20 17:19
  • 기자명 이다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칼 벤츠와 고틀립 다임러

자동차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메르세데스-벤츠를 이야기 할 때면 ‘최초’, ‘최고’ 등 화려한 수식어가 자주 동반된다. 오늘은 조금 색다른 수식어를 단 메르세데스-벤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자동차 역사와 관련된 인물들은 대부분 남성이며, 여성은 손에 꼽는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역사를 살펴보다 보면 여성 인물과 관련된 의외의 기록을 발견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자동차’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제출해 획득한 사람은 현재 메르세데스-벤츠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칼 벤츠다. 이 자동차를 처음 운전한 사람 역시 칼 벤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그의 부인 베르타 벤츠가 가장 먼저 운전해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

▲ 페이턴트 모터바겐과 베르타 벤츠

칼 벤츠는 1886년 1월 29일 독일 니콜라우스 오토가 발명한 세계 최초의 가솔린 엔진의 특허를 사들여 세계 최초 삼륜차 ‘페이턴트 모터바겐’ 특허 등록을 했다. 그러나 당시 칼 벤츠는 자동차를 만들어 놓고도 지나치게 신중하고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공개에 뜸을 들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의 아내 베르타 벤츠는 남편이 잠든 사이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직접 몰고 나와 세상에 처음 자동차를 공개했다.

1888년 당시 39세였던 베르타 벤츠는 남편이 개발한 자동차를 타고, 무려 100km가 넘는 장거리를 달렸다. 그는 말(馬)없이 움직이는 마차는 상상할 수 없었던 시대에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긴 여성이 됐다. 1883년 칼 벤츠가 설립한 벤츠&시에와 1890년 고틀립 다임러가 설립한 DMG(Daimler-Motoren-Gesellschaft)가 합병한 다임러-벤츠에서 시작된 메르세데스-벤츠는 이처럼 한 용감한 여성의 행동에서 시작됐다.

▲ 에밀 옐리네크와 메르세데스

‘메르세데스-벤츠’라는 브랜드명에도 여성 인물이 숨어있다. ‘메르세데스’는 자동차에 열광했던 한 남성의 딸 이름으로, 고틀립 다임러가 설립한 벤츠의 전신 DMG에서 사용했던 브랜드다. 고틀립 다임러는 1890년 DMG를 설립, 1900년에 344명의 DMG 직원들로 하여금 96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도록 했다. 이 때 새로운 스피드와 안전성을 지닌 경량차 ‘메르세데스’ 브랜드가 탄생했다.

에밀 옐리네크는 1897년 우연한 기회에 다임러의 회사에서 자동차를 한 대 구입해, 2년 후 이 차량으로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 차량의 가능성을 발견한 옐리네크는 거금을 들여 차량 36대 독점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서 조항 중 하나가 차량 브랜드에 자신의 딸 이름을 따 붙이라는 것이었다.

다임러가 만든 메르세데스는 당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따라 그녀의 인생은 평범했으나, 스페인어로 우아함을 뜻하는 ‘메르세데스’라는 이름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DMG는 모든 차에 메르세데스라는 이름을 붙였고, 1902년 상표로 사용하게 됐다.

▲ 에르네스 메르크

벤츠의 모터 스포츠 역사에도 실력있는 여성 레이서들이 존재했다. 1960년대 여성 모터 스포츠 선수들은 각종 대회에서 남성 레이서들과 맞붙었다. 당시 여성들이 자동차를 타는 것은 ‘여자 답지 않은 것’, ‘부도덕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이들 중 일부 선수들은 뛰어난 실력으로 일찍이 남자 선수들의 경쟁자로 올라섰다.

1922년 당시 유일한 여성 전문 레이서 에르네스 메르크는 메르세데스 공장의 드라이버로, 수 많은 레이싱 선수들을 상대했다. 에르네스 메르크는 빠른 차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그의 남편 빌헬름 메르크의 소개로 모터 스포츠 세계에 들어섰다. 그는 그의 남편 못지 않게 차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 스위스 클라우센 레이스

1927년 에르네스 메르크는 스위스 클라우센 레이스에 참가했다. 클라우센 레이스는 1922년부터 1934년까지 스위스 클라우센 패스에서 개최됐던 경기로, 자갈 도로에 134개의 곡선 구간, 1,334m의 고저차를 극복해야 하는 극한의 산길 레이스 경기다. 그는 이 경기에서 전설의 벤츠 팀 레이서 루돌프 카라치올라와 겨루기도 했다.

1927년 7월 13일, 에르네스 메르크는 클라우센 레이스에서 180마력의 메르세데스 벤츠 타입S를 타고, 20분대에 들어오는 기록을 세우며,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다음 날 경기에서도 함께 경기에 참가한 그의 남편과 수 많은 유명 선수들을 제쳤다. 비록 루돌프 카라치올라에게는 졌지만, 레이싱계에서 유명인사로 기록돼 있다.

▲ 에비 로스크비스트

1962년 11월 레이싱계의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벤츠 대표 여성 레이서도 있다.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은 스웨덴 출신의 에비 로스크비스트 선수로 가득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투어링카 그랑프리에서 벤츠 220SE로 4,626km를 완주해 이 대회의 최초 여성 우승자가 됐다.

에비 로스크비스트는 1929년 스웨덴 북부 위스타드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일을 도와 가축일 보조를 하며, 운전 경험을 쌓았다. 때론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도로를 200km 운전하며 풍부한 운전 경험을 쌓았다.

그는 1959년 볼보차로 유러피언 랠리 챔피언십 우먼스컵에서 우승, 이후 다임러-벤츠 AG의 대표로 1962년 아르헨티나 그랑프리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경기에 등록된 차량은 총 286대였다. 이 중 43대 만이 피니시라인을 통과했으며, 그 중 한 명이 에비 로스크비스트였다.

▲ 에비 로스크비스트와 비르트

처음에 언론들은 여성으로 구성된 팀이 아르헨티나 랠리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그저 가볍게 웃어 넘겼다. 그러나 로스크비스트와 그와 함께한 비르트는 첫 무대에서 보란듯이 승리했다. 그들은 평균 속도 126.87km/h를 달리며, 34:51:03의 기록으로 전체 랭킹에서 탑을 차지했다.

독일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엘렌 로르 선수는 1990년과 1995년 사이 메르세데스-벤츠 팀에서 활동했다. 그는 1992년 5월 24일 메르세데스 190E 2.5-16 Evo2로 호켄하임링에서 열린 독일 투어링카 챔피언십(DTM)에서 우승했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