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에서 야수로, 포르쉐 718 박스터

4기통 터보 엔진으로 파격 변신, 거친 엔진의 매력

  • 입력 2016.06.15 19:29
  • 수정 2016.06.16 09:29
  • 기자명 이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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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의 새로운 박스터는 기대를 뛰어넘었다. 6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4기통 터보 엔진으로 바꾼 ‘파격’은 성공적이었다. 배기음은 좀 더 강렬한 야수처럼 변했고 가벼워진 몸놀림은 서킷을 압도했다.

13일 포르쉐코리아는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포르쉐 월드 로드쇼’를 개최했다. 격년마다 개최하는 행사다. 독일 포르쉐 본사에서 로드쇼를 위한 팀이 별도로 움직이며 비행기에 차를 싣고 전 세계를 찾아다닌다.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넓은 공터나 주차장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환경이 좋은 편이다.

 
 

포르쉐 월드 로드쇼가 한국에서는 서킷에서 열렸다. 고저차가 높기로 유명한 인제스피디움에서다. 전체 서킷의 길이는 4km에 이르지만 부분을 나눠 서킷주행과 드래그레이스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이날의 백미는 새로운 박스터. ‘718’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950년대 4기통 레이싱카로 활약하던 포르쉐의 이름을 계승했다. 아마도 환경규제 등으로 인해 4기통 터보 엔진을 도입하면서 회사의 역사책을 둘러봤을 것으로 보인다. 60년 전 기록에서 718을 찾아냈고 새로운 박스터는 718의 전통을 계승한다고 밝혔다.

박스터는 대대로 미드십엔진의 로드스터다. 2인스에 천정이 열리는 이 차는 앞뒤 무게 구분이 5:5로 정확히 나눠지는 매우 드문 차다. 또한, 전통의 박서엔진을 사용해 무게중심이 낮다. 차체도 작고 가벼워 움직임이 경쾌하다. 그래서 ‘박스터’라는 이름도 ‘박서’엔진과 ‘로드스터’의 단어를 조합한 것.

새로운 박스터를 멀리서 보면 기존 모델과 비슷하다. 바퀴 4개 달린 차가 다 비슷하겠지만 포르쉐의 피를 유지하면서 디자인을 개선했다. 20인치 휠을 끼운 작은 차 박스터는 운전자가 앉으면 허리선과 타이어 높이가 비슷할 정도다. 정면은 터보 엔진을 적용하면서 에어 인테이크를 늘렸다. 범퍼 중앙의 인테이크는 모양만이지만 좌우는 흡기를 위해 확대했다. 문짝 뒤에도 에어인테이크가 더 커진 채 남아있다. 좌석 바로 뒤에 엔진이 있는 미드십인 까닭에 꼭 필요한 구조다.

 
 

포르쉐는 718 박스터의 디자인이 거의 모든 부분에서 바뀌었다고 밝혔다. 외부에서 제작하는 루프톱은 그대로 사용한 듯 하고 트렁크 덮개도 그대로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모두 바꾸었다.

엔진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박서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2.0리터와 2.5리터의 가솔린 터보로 형태를 바꾸었다. 각각 최고출력 300마력과 350마력이다. 고성능 모델에는 ‘S’가 붙는다. 특히, 포르쉐 911에 이어 박스터에 적용한 가변 터빈 지오메트리(VGT)는 전 세계 다른 차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다. 포르쉐는 이를 활용해 13%의 연비 향상을 이뤘다고 밝혔다.

 
 

신형 박스터의 경쟁자는 구형 박스터였다. 이날 행사에서도 박스터의 드래그 테스트를 직접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구형이라고 하지만 박스터 GTS다. 박스터 가운데 가장 고성능인 이차와 새로운 2.5리터의 터보 엔진 718 박스터 S가 붙었다.

약 150m 남짓한 거리에서 동시에 가속했다. 50m를 넘기면서 벌어지기 시작한 거리는 결국 한 대 이상 격차를 벌이며 신형 718 박스터의 승리로 끝났다. 심지어 출발 신호를 늦게 듣고 달려나가도 구형 박스터를 따라잡았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4.2초 만에 주파하는 성능이다.

신형 박스터의 묘미는 서킷에서 드러났다. 인제스피디움의 1번 코너를 지나간 박스터는 바로 이어지는 내리막 2번 코너부터 울부짖기 시작했다. 엔진과 배기 소리는 더 야성미가 넘친다. 기존 박스터가 강렬하지만 정제된 소리라면 신형 718 박스터는 4기통이 주는 야성적인 떨림과 거친 박력이 있다. 엔진회전수를 올리며 차를 코너로 몰아갈수록 울부짖는 소리는 더욱 듣기 좋다. 피렐리와 함께 만든 P zero 타이어는 어지간해서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물론 다른 어떤 스포츠카에서도 보기 힘든 저중심 구조와 앞뒤의 절묘한 무게배분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짧은 서킷 주행을 마치고 피트로드로 들어서는 순간 718 박스터는 다시 얌전해졌다. 실내를 둘러보니 작은 공간에 우아함이 느껴진다. 대시보드 대부분을 가죽으로 마감했고 911과 동일한 스포츠 휠을 적용했다. 컵홀더가 과거의 BMW 1시리즈나 3시리즈처럼 어색하게 펼쳐지는 것은 불만이지만 이 차를 타면 음료를 마시기보다는 달리기를 더 즐겨야 할 것이란 의도로 이해해본다.

 

718박스터의 또 다른 매력은 런치컨트롤이다.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한꺼번에 밟으면 계기반 오른쪽에 런치컨트롤이 준비됐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뜬다. 이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떼면 차는 인간이 구현할 수 없는 최적의 기계적 가속상태를 유지하며 달려 나간다. 출발선에서 이렇게 마음먹고 달려 나가는 박스터를 이길 차는 그리 많지 않다.

 

포르쉐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가 런치컨트롤의 보증을 총 25회에서 많아야 100회 정도로 제한하고 있는데 포르쉐는 2000번을 보증하고 있다”며 “매일 아침 출근길에 사용한다면 약 5년은 거뜬히 달릴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포르쉐는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즐거운 주행을 즐길 수 있도록 차를 만들었다”며 “매일 출퇴근하던 차를 갖고 오늘처럼 서킷에 들어와 달려도 부족함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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