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걸출한 가솔린 세단 ‘파사트 1.8TSI’

  • 입력 2016.05.27 11:05
  • 수정 2016.05.27 15:5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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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A4로 이름을 바꾼 아우디 80을 기반으로 개발된 차가 폭스바겐 파사트다. 1973년 처음 소개됐고 43년 동안 8세대로 이어져 왔다.

유럽에서 이름깨나 날린 명차들이 대개 그렇듯이 1세대 파사트의 디자인은 조르제토 쥬지아로가 맡았다. 그의 화풍에 일관성이 있었던 때문인지 파사트 1세대는 현대차 포니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닮아있다.

 

‘덜어내는 디자인’을 강조하는 폭스바겐답게 이후 세대의 파사트는 간결한 외관으로 다듬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3세대부터 아우디와 결별하고 폭스바겐의 자체 플랫폼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유행을 쫓기 시작한다.

겉모습이 유연해지고 라디에이터 그릴을 없애는 파격적인 변화가 시도된다. 지금의 파사트 디자인이 시작된 것은 4세대부터다. 골프와 제타 등 폭스바겐 핵심 라인업과 생김새를 맞춰 가면서 패밀리 룩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디젤 시장을 개척한 폭스바겐

파사트가 한국에 처음 소개된 것은 2005년쯤이다. 현대차 쏘나타가 C세그먼트 시장을 독식하던 때, 폭스바겐이라는 브랜드가 낯선 때여서 반응은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폭스바겐, 파사트, 골프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디젤 덕분이다. 2004년부터 디젤 세단의 판매가 허용되면서 사실상 시장을 개척한 브랜드가 폭스바겐이다.

 

그리고 10년 넘게 국산과 외산을 가리지 않고 디젤 승용 시장은 폭스바겐이 지배했다. 골프는 디젤 승용의 바이블이 됐고 파사트와 티구안, 폴로와 제타 등 라인업 전체의 볼륨을 키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아이러니하게도 거침없는 성장세가 주춤거리기 시작한 것도 디젤이다. 미국에서 특정 엔진에 배출가스를 임의로 조작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했다는 사실이 발각됐고 최근에는 디젤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나라를 포함, 전 세계 판매가 많이 감소했다.

 

파사트, 가솔린 세단의 재 발견

브랜드 인식이 디젤차에 쏠려 있지만, 폭스바겐의 가솔린 라인업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골프, CC, 파사트 모두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 있다. 파사트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폭스바겐 가솔린 모델 가운데 가장 작은 배기량의 엔진을 올려놨다.

대부분 4기통 2.0ℓ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가 올려진 반면, 유일하게 1.8ℓ 엔진이 탑재됐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5.4kg.m의 성능을 갖는다. 동급의 경쟁 모델 터보 버전과 비교해 내세울 수치는 아니지만 달릴 때 전달되는 감성은 다르다.

 

독일 차들이 가진 기계적 특성들이 파사트에서도 나타난다. 진동 소음은 효과적으로 억제해놨지만 기계적 소음은 어느 정도 허용을 했다. 가속할 때마다 기분 좋은 소리를 내는 맛이 모든 초점을 정숙한 쪽에 맞춰 놓은 다른 차들과 다르다.

빠르기도 다운사이징 이전 파사트가 5기통 2.5ℓ 자연 흡기 엔진으로 보여줬던 성능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 시간이 0.5초 줄어든 8.7초로 단축됐다. 차체의 움직임도 기민하고 반듯하다. 적정한 속도를 유지하면 굽은 도로에서 차선을 따라 도는 회전 동작이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다.

가속의 힘은 낮고 넓은 토크 밴드에서 발휘된다. 파사트의 최대토크는 1500rpm에서 25.4kg.m를 찍고 4740rpm까지 유지된다. 풀 가속을 하면 6000rpm 조금 아래에서 4단을 보여준다. 같은 급의 가솔린 세단보다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부드럽지만 강하고 민첩하게

일반적인 6단 자동변속기에 터보가 사용됐지만,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이는 힘이 여기서 나온다. 차체 움직임은 경쾌하다. 맥퍼슨 스트럿과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전륜과 후륜에 사용하면서 일반적인 승차감은 부드럽게 나타나지만, 속도를 내거나 거칠게 다루면 스티어링 휠과 서스펜션이 잘 맞물려 핸들링이 불안하지 않도록 돕는다.

제동장치는 벤틸레이티드 디스크(전륜), 타이어는 235/45R18(콘티넨털)를 장착했다. 표시된 복합연비는 11.6km/ℓ, 실주행에서는 도심 구간에서 11km/ℓ대, 고속도로에서는 15km/ℓ대를 유지했다.

소박하고 간결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폭스바겐이지만 2016년형이 나오면서 외관과 실내에 작은 멋을 부려놨다. LED 헤드램프와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 프레임리스 룸미러가 개선됐고 다중충돌을 방지하는 브레이크 시스템이 추가됐다. 발동작만으로 트렁크를 여는 기능도 적용됐다. 가격은 3650만 원,

 

<총평> 디젤 게이트 이후 폭스바겐은 잔뜩 움츠리고 있다. 판매도 상당한 폭으로 감소했다. 최근 미세먼지 얘기가 나오면서 디젤차 팔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디젤에 집중 했던 폭스바겐의 처지에서 보면 사면초가에 몰린 셈이다.

하지만 폭스바겐에 대한 신뢰의 정도와 상관없이 파사트는 디젤보다 가솔린의 가치가 돋보이는 세단이다.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된 1.8TSI 엔진을 품고 있고 달리는 맛은 밋밋한 보통의 세단과 차원이 다르게 맛깔스럽다.

가솔린 치고는 연비도 기대 이상이다. 3650만 원이라는 가격도 매력적이다. 수입 가솔린 세단 중에서는 저렴한 편이고 동급의 국산 모델과의 차이도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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