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파일럿, 싼타페가 작은 당신께 강추

  • 입력 2016.05.25 17:06
  • 수정 2016.05.26 18:47
  • 기자명 이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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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의 인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최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디젤 엔진을 지목하면서 SUV 인기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동안 SUV는 편의성과 연비를 앞세워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법적으로 승용차에 디젤 엔진을 사용하지 못했다. 따라서 승용차의 편의성과 디젤 엔진의 연비를 모두 갖춘 차는 SUV뿐이었다. 특히, SUV의 차체가 모노코크 방식으로 바뀌면서 승차감도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가장 대중적인 자동차로 떠올랐다. 그 시작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혼다는 대형 SUV 파일럿을 출시하면서 과감하게 승용차에서 사용하던 모노코크 방식을 적용했다. 승차감을 개선했다. 트럭이나 버스와 같은 프레임 타입의 SUV가 주류를 이루던 시절이다. 단단한 차체가 오프로드에서 진가를 발휘했지만 승차감은 승용차와 천지 차이였던 차들이다. 혼다 파일럿은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대형 SUV도 모노코크가 가능하다는 결과를 입증했다. 물론 같은 시대 소형 SUV로 CR-V를 내놨었고 2000년대 후반 혼다코리아의 주력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작년 새롭게 출시한 파일럿은 3세대 모델이다. 2002년 출시 후 한 차례 부분변경을 거친 뒤 2세대 모델을 2009년 내놨다. 작년까지 국내에서 판매하던 네모난 파일럿이 2세대다. 이후 3세대 모델이 등장하며 유행을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2세대와 비교하면 외관부터 최근의 다른 SUV와 유사하게 변했다. 2세대는 네모난 형태의 박스처럼 보였는데 3세대는 둥글둥글하다. 경쟁모델인 닛산의 패스파인더, 포드의 익스플로러와 오히려 더 비슷해 보인다. 국산차 가운데는 현대자동차의 싼타페와도 비슷한 선을 가졌다.

 

네모난 디자인을 둥글게 다듬어서 기존 대비 20% 이상 공기역학적인 개선을 했다. 또, 차체는 80mm 커졌고 높이는 65mm 낮췄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도 45mm 늘어났다. 따라서 형식상 존재한다는 비판을 받는 일부 SUV의 3열 좌석과는 다르게 탑승자가 편안함을 느낄 정도로 공간을 넓게 만들었다.

또, 3열은 2열에 비해 조금 더 높게 배치해 승객이 갑갑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앞모습은 CR-V에서 보여줬던 라인들이 살아있고 뒷모습은 새로운 디자인이다. 혼다의 최근 디자인을 반영했는데 2세대 파일럿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큰 변화를 주었다.

 

실내공간은 엄청나게 넓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대형 세단 못지않은 공간을 확보했다. 팔꿈치를 놓는 콘솔박스에는 어지간한 가방을 놓아도 될 정도로 넓다. 2열 좌석도 넓긴 마찬가지다. 3등분한 좌석에는 어린이용 카시트를 3개 장착할 수 있으며 6:4로 나눠 접을 수도 있다.

또, 3열 승객이 탑승하기 위해서는 원터치로 시트를 앞으로 밀어낼 수 있기 때문에 미니밴과 유사한 편의성을 갖췄다. 2열 시트 앞에는 별도로 온도를 조절하는 공조장치가 들어있고 각각의 시트에 열선이 내장됐다. 옵션의 내용만 보면 고급 대형 세단에서 모든 좌석의 편의성을 고려한 것과 같다.

 
 

트렁크 적재공간은 국산 SUV에 비해 월등하다. 3열 시트를 접지 않아도 80리터의 대형 아이스박스를 실을 수 있으며 시트를 접을 경우 최대 2376리터의 공간이 확보된다. 실제로 차를 현대자동차의 싼타페와 화물 적재를 비교해보니 더 많은 짐이 들어간다. 겉모습은 비슷해 보이지만 넓은 차폭에서 나오는 차이가 느껴진다.

3.5리터의 V6 가솔린 엔진은 부드럽다. 특히, 실내에 방음유리를 사용하는 등 소음억제에 신경을 쓴 효과를 느낄 수 있다. 디젤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작은 가솔린 엔진을 사용해 탑승자의 편안함은 기대 이상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부드럽게 출발한다. 높은 토크를 이용하는 디젤 엔진과 달리는 방식이 다르다. 부드럽게 밟으면 부드럽게 나간다.

 

시내에서는 엔진회전수 2500rpm을 넘길 필요가 없다. 6단 자동변속기와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했다. 자동변속기는 제 역할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지만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의 확인은 불가능했다. 혼다의 ‘지능형 지형관리 시스템’은 눈길이나 진흙길, 모랫길에서도 주행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도심의 도로에서는 이를 작동할만한 조건이 없었다.

 

이 차의 공인연비는 고속도로에서 10.7km/l다. 도심은 7.8km/l이고 복합은 8.9km/l다. 실제 주행에서는 7km/l 정도의 연비를 기록했다. 3.5리터의 배기량에 상시사륜구동이며 2톤에 가까운 공차중량(1965kg)을 고려하면 평범한 수준이다. 시내에서의 주행은 편안하고 조용했다.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감상하기에도 적합했다. 코너를 돌아갈 때 속도를 높이면 휘청이는 느낌은 있지만 SUV인 것을 고려하면 당연한 수준이다.

▲ 혼다 파일럿의 사이드미러. 조수석쪽에는 카메라가 달려있다.

이외에도 다른 브랜드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옵션들도 눈길을 끈다. 조수석 사이드미러 아래에는 카메라가 붙어있어서 우회전 방향지시등을 켜면 모니터에 영상이 나온다. 후방카메라는 앵글을 선택할 수 있고 운전석 앞에는 USB가 4개나 들어있다. 2열에도 2개의 USB가 있어서 온 가족이 동시에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다.

선글라스 보관함에는 미니밴에서나 볼 수 있는 컨버세이션 미러가 나온다. 뒷좌석 팔걸이 앞에는 커다란 컵홀더를 각각 두 개씩 마련해 아이들의 분유병이나 음료수의 수납에도 문제가 없다.실내외를 살펴보며 느낀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이 넓은 공간이었다면 옵션표를 보는 와중에 또 다른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

 

혼다코리아는 차 값 5390만 원에 화려한 옵션을 모두 넣었다. 앞차의 속도에 맞춰 작동하는 ‘자동감응식 정속주행장치’는 물론이고 추돌이 예상될 때 브레이크를 작동하는 ‘추돌경감제동시스템’도 들어갔다. 차선을 넘어갈까봐 ‘차선유지보조시스템’도 들어갔고 경사로 밀림 방지, 핸들링 보조장치, 차체 자세 제어장치 등이 모두 들어갔다.

 
 
 

혼다는 항상 ‘가족’을 생각한다. 온 가족이 타는 차에 적합한 옵션을 갖추고 있다. 미니밴에는 청소기를 탑재하기도 했고 SUV에는 샤워기를 넣기도 했다. 이 차, 파일럿도 예외는 아니다. 3열까지 가족을 태우고도 불편함 없이 여행을 할 수 있다. 차에서 음식을 먹더라도 수납공간이 충분해 어수선하지 않다. 어린 아이들이 있다면 2열에 3개의 카시트를 장착하는 것은 여러모로 편리하다.

아이가 둘이라도 엄마가 가운데 앉아 아이들을 살피거나 나란히 셋이 앉아도 공간이 넉넉해 불편하지 않다. 운전자도 컨버세이션 미러로 아이들의 움직임을 항상 볼 수 있다. 2톤에 가까운 큰 차체와 높은 시야는 가족의 안전을 기대할 수 있다. 디젤 엔진에 비해 연비가 안 좋지만 이정도 장점이면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가격도 국산 대형 SUV의 풀옵션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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