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로 펑크낸 타이어 서킷 주행 '이상 무'

  • 입력 2016.05.11 08:35
  • 수정 2016.05.11 14:3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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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10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 피트, 커다란 드릴이 그랜저에 장착된 앞 타이어를 뚫는다. 타이어 속에 적당하게 채워져 있던 공기가 ‘쉿’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빠진다. 이내 바닥면에 닿아 있는 타이어 아랫부분이 살짝 짜부라진다.

드릴로 구멍을 뚫어 공기를 모두 빼낸 타이어를 그대로 달고 서킷 피트 인을 했다. 첫 번째 오르막 경사를 지나고 곧이어 나타난 헤어핀을 빠져나가자 선두 차에서 무전이 왔다. “지금부터 속도를 조금 높이겠습니다”. 맞은 편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에 ’70’이라는 숫자가 보인다. 이걸 무시하고 90km/h까지 속도를 올려봤다.

공기가 전혀 없는 타이어는 1500kg이 넘는 그랜저를 무난하게 버텨내며 서킷을 달려준다. 코너에서도 차체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다. 공기압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최고 시속 80km, 80km를 달릴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가 이런 주행을 가능하게 해 줬다.

 
 

하지만 비가 내려 잔뜩 물을 머금고 있는 서킷은 펑크가 난 타이어에 규칙적인 소음을 내도록 강요한다. ‘타다다다~’, 옆자리에 함께 탄 브리지스톤 타이어 코리아 직원은 “마른 노면보다 타이어 소음이 더 큰 것” 같다며 “연습 주행 때는 TPMS로만 공기압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조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치고 약간의 소음을 빼면 정상 공기압을 유지한 타이어와 달리는 느낌이 다르지 않다.

정상 공기압의 런플랫 타이어로 슬라럼과 인공 과속방지턱도 빠르게 달려봤다. 브리지스톤 타이어 코리아가 ‘런플랫 타이어의 대중화’를 선언하며 출시한 드라이브가드와 일반 타이어, 그리고 경쟁사 런플랫 타이어와 비교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코스다. 경쟁사 런플랫 타이어는 ‘H’사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한국타이어 것이었다. 이 코스에서도 일반 타이어 그리고 경쟁사 제품과 브리지스톤의 런플랫 타이어 드라이브가드는 특별한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런플랫 타이어를 장착한 차의 경직성이 일반 타이어보다 강한 것이 분명하지만, 신경이 쓰일 정도는 아니다. 이렇게 일반 타이어와 달리는 느낌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브리지스톤 런플랫 타이어 드라이브가드의 포인트다.

 

일반 타이어와 승차감이 크게 다르지 않게 된 비결은 사이드 월의 수직 강성을 낮춘 데 있다. 런플랫 타이어는 사이드월의 지지력으로 펑크가 난 상태를 극복한다. 기존 런플랫 타이어는 높은 수직 강성은 갖고 있지만, 유연성이 떨어져 노면의 충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당연히 승차감이 떨어졌다.

최근 나오고 있는 런플랫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 수준의 유연성과 탄력성을 갖고 있다. 특히 브리지스톤 드라이브가드의 수직 강성은 일반 타이어의 100 VSC(Vertical Spring Constant)수준과 유사한 106VSC에 불과하다. 그만큼 노면 충격을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일반 고급 타이어를 장착한 차와 승차감이 크게 다르지 않은 비결이다.

드라이브가드에는 브리지스톤만의 특화된 기술도 적용됐다. 대표적인 것이 쿨링핀이다. 난류를 만들어 타이어가 지면과 마찰하면서 발생하는 열을 식혀주는 기술이다. 무게가 가볍고 독특한 트레드 패턴으로 마모 수명을 길게 가져가는 것도 장점이다.

 

신구 진(新宮仁·44) 브리지스톤 타이어 코리아 사장은 이 점을 가장 염려했다. “타이어 교체 주기가 일반 또는 다른 경쟁사 제품보다 길어 걱정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한국법인 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묘하게 한국식 발음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순수한 일본인이다.

드라이브 가드의 최대 장점은 또 있다. 런플랫 타이어를 순정으로 하지 않는 차도 TPMS가 달려있으면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런플랫 타이어 시장은 대부분 신차용으로 공급되거나 이런 차들의 교체용 수요가 전부다. 그렇지 않은 차들이 런플랫 타이어를 장착하려면 휠 교환도 필수다. 가격도 일반 타이어의 최대 두 배가 되는 것도 있다.

반면 드라이브가드는 2014년 11월 이후 출고된 모든 승용차가 기본 휠에 일반타이어와 같은 방식으로 교체할 수 있다. 그만큼 부담이 작다. 브리지스톤 타이어가 16인치에서 19인치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구성하고 런플랫 타이어의 대중화를 선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브리지스톤 타이어 코리아는 이날 정확한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반타이어와 비교했을 때 15%가량 비싸다는 선에서 답변했다. 시장 공급 가격과 다르게 판매점에 따라 소비자 가격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가격은 알 수 없었지만, 수명이 길고 갑작스러운 펑크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까지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수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브리지스톤 타이어 코리아의 주장이다. 참고로 브리지스톤 타이어의 가격은 다른 제품과 비교해 꽤 비싼 편이다.

그래도 드라이브 가드에 관심이 가는 이유가 있다. 파열과 펑크 등으로 인한 타이어 사고 10건당 사망자 수는 1.3명으로 일반 교통사고보다 5배나 높고 서울에서만 연간 5만 건의 포트홀이 발견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도 타이어 하나만 잘 관리해도 상당수의 치명적인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고급 차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런플랫 타이어가 대중화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반가웠던 이유다. 드라이브가드는 오늘(11일)부터 전국 동시 판매를 시작한다.[강원도 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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