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 500X, 우렁찬 소리에 화들짝

  • 입력 2016.04.06 12:57
  • 수정 2016.04.07 10:4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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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않은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피아트의 명차 500을 베이스로 만들어 낸 SUV 500X, 깜찍한 미모와 달리 성격이 거칠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놀란다. 엔진 소리가 우렁차고 핸들을 잡은 손에 가볍지 않은 진동이 느껴진다. 가솔린과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로 차분한 요즘의 디젤차와 확연한 차이가 난다.

정지해 있을 때 아이들링 진동은 가슴이 울릴 정도로 강하고 풍절음도 큰 소리를 낸다. 2.0ℓ나 되는 엔진을 올렸고 이 급의 비슷한 중형 SUV보다 가벼운 1560kg의 덩치, 그리고 9단 변속기로 꾸려진 화려한 스팩이 무안할 정도다. 보닛 아래에 정갈하게 놓인 엔진 주변에는 진동을 줄이기 위한 스테빌라이저 그리고 흡진재도 보인다.

그런데도 외부에서, 그리고 실내로 전달되는 진동과 소음의 정도가 크게 다르지 않다. 엔진이 적당하게 달궈지고 속도를 올리면 잦아들기는 한다. 그러나 도심 정체 구간에서는 아이들링 스톱 앤 고(ISG)의 과격한 시동 충격도 버텨내야 한다.

 

눈길이 가는 건 예쁜 외모

그래도 500X에 눈길이 가는 것은 독특한 외모다. 길이, 폭, 높이를 4270, 1795, 1620mm로 500보다 늘려 놨어도 앙증맞은 매력이 여전하다. 제법 큰 제원을 가진 SUV지만 해치백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다부진 몸매다.

포인트는 방울을 찍듯, 헤드램프부터 조금씩 크기를 줄여 가며 주간전조등과 안개등을 배치한 센스다. 피아트를 상징하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엠블럼, 그리고 대형 범퍼 가드, 그리고 크라이슬러 모델로 익숙해져 있는 보닛의 캐릭터 라인도 보인다.

측면은 펜더와 숄더 라인의 볼륨이 돋보이게 했다. 단단하고 야무져 보이면서도 벨트라인을 낮게 만들어 안정감을 강조했다. 후면은 C필러에서 리어 앤드까지 완만하게 경사를 줬다.

 

젊은 코드에 맞춘 인테리어

외관 못지않게 실내도 감각적이다. 운전대 중앙의 피아트 엠블럼과 비상등 버튼, 그리고 시트의 측면에 빨강으로 포인트를 줬고 대시보드 조수석 쪽과 시트 등받이에 500이라는 시그니처로 존재감을 나타낸다.

센터페시아는 단정하다. 무광 메탈 베젤로 디스플레이와 에어벤트, 그리고 공조장치를 조작하는 다이얼 버튼의 영역을 뚜렷하게 나눠놨다. 버튼류도 하이그로시 소재로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감촉이 뛰어난 소재로 마감된 D 컷 운전대에는 크루즈 컨트롤과 오디오, 핸즈프리 리모트 컨트롤이 자리를 잡았다.

 

운전대 그립 부의 뒤쪽에는 오디오 볼륨과 모드, 채널 등을 변경하는 버튼이 왼쪽과 오른쪽에 숨겨져 있다. 일반적인 것의 반쪽 크기인 패들시프트 바위 아래다. 센터 콘솔 실렉터 레버 뒤쪽에 드라이브 모드를 설정하는 다이얼이 있다. 전자식 콘트롤 시스템과 연동해 오토, 스포츠, 트랙션 + 모드를 지원한다.

2열의 공간은 평범한 수준이다. 덩치 큰 사람은 무릎 공간이 좁다고 했다. 시트는 60:40 분할, 이렇게 해서 기본 350ℓ의 트렁크 적재 용량을 1000ℓ로 늘릴 수 있다. 트렁크 구성도 이채롭다. 바닥 매트를 들어 올리면 작은 공간이 나오고 이걸 또 들어 올리면 스페어타이어 대신 수리공구가 있는 공간이 나온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6.5인치 유커넥트 터치스크린으로 구현된다. 내비게이션과 차량 환경설정, 트립 컴퓨터 초기화, 스마트폰과 연계한 각종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우렁찬 소리, 차체 균형은 만족

엔진은 2.0ℓ 멀티젯이다. 1.4ℓ와 2.4ℓ 멀티 에어 가솔린과 함께 운영된다. 시승차인 크로스 2.0 AWD는 1956cc의 배기량으로 최고출력 140ps(4000rpm), 최대토크 35.7kg.m(1750rpm)를 발휘한다. 배기량을 참고해 비교하면 동급의 성능 수치보다 낮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우렁찬 소리를 내며 4000rpm에서 첫 번째 변속이 이뤄진다. 9단 자동변속기가 기어비를 잘게 쪼개 놓은 탓에 속도의 상승감이 인상적이지는 않다. 차분하게 속도를 올린다. 출발도 경쾌하기보다는 묵직한 감으로 시작된다.

D9까지 기어 단수를 올리기 위해서는 90km/h 정도까지 속도를 올려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불만이 없다. 소리와 진동이 잦아들고 가속도 일반적인 수준에서 이뤄진다. 전륜과 후륜에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을 사용하고 댐핑 스트로크를 길게 설정해 차체 놀림, 그리고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은 만족스럽다.

 

트랙션+ 모드로 오프로드를 공략하는 맛도 쏠쏠하다. 엔진과 서스펜션, 구동력을 적절하게 제어해 가며 안정감 있게 험로를 달린다. 재미있는 것은 스포츠 모드에서 트립 컴퓨터에 표시되는 G 값 수치와 터보 작동 상태와 AWD의 구동력 배분 상태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F500 라인 최초로 적용된 피아트 사륜구동(AWD) 시스템은 속도에 따라 자동 감응하는 방식이다. 평소에는 전륜으로 구동하고 노면 상황을 자동 인지해 필요한 경우에만 후방 차축에 동력을 공급한다. 올 뉴 피아트 500X는 6월까지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적용해 2990만 원~3980만 원에 판매된다.

 

<총평> 500X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넘치는 제원을 갖고 있다. 2.0 터보 디젤에 9단 자동변속기, 여기에 드라이브 셀렉트 기능까지 더해졌다. 구성만으로는 상급 모델이 부럽지 않다. 그러나 시장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승차감이 절대적이다.

정지해 있을 때 디젤차라도 소음이 크고 진동이 강해서는 선택을 받기 힘들다. 벽돌로 포장된 도로가 많은 이탈리아에서는 감춰질 단점이 한국에서는 그대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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