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비싸거나, 아예 싸거나… 車시장 양극화

  • 입력 2012.02.08 09:58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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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초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고급 브랜드인 ‘캐딜락’ 사업부 총괄을 맡은 니콜라스 드레이슈타트는 “우리의 고객은 운송수단이 아닌 ‘사회적 지위’를 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캐딜락의 경쟁상대로 다이아몬드나 밍크코트를 지목했다. 경기가 불안해질수록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려는 고객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에서였다. 캐딜락은 대공황을 뚫고 1934년에는 전년 대비 70%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 속 한국 자동차시장의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운송수단’으로서의 경·소형차와 ‘지위’를 나타내기 위한 대형·수입차의 판매가 최근 가파르게 늘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소비자의 과시 욕구로 인해 제품의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베블런 효과’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한다.

○ 고급 수입차, 불황에 더 잘 팔린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판매 가격 1억 원 이상의 수입차 판매대수는 지난해 9939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억 원 이상 고가(高價) 수입차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부터 4년 연속 증가했으며 올해는 1만 대 이상 넘어설 것으로 확실시 된다.

대표적인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셰의 시장 점유율은 2010년 0.78%에서 지난해 1.24%로 고급브랜드 중 가장 많이 증가했다. 차종 대부분이 5000만 원을 넘는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고급차 ‘빅3’는 각각 20∼30% 가까운 성장을 거뒀다. 이러한 시장 특성은 “기형적인 현상”이라고 수입차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반면 수입차 시장에서 중간급에 해당하는 3000만 원 이상∼5000만 원 이하 차종의 비중은 39.9%(4만1910대)로 2010년의 48.1%보다 크게 줄었다. 수입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경기 침체가 고급 수입차 구매층의 소비 심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이할 점은 3000만 원 이하 모델의 판매 비중도 약 3.1%(3274대)로 2010년(1.1%·979대)보다 약 3배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3000만 원 이하는 수입차에 막 관심을 갖게 된 20, 30대 젊은층 소비자들이 첫 차로 선택하는 ‘엔트리(entry)급’이 대부분”이라며 “이들 연령대는 소득 수준에 따라 아예 차를 사지 않거나 수입차를 선택하는 경우로 나뉜다”고 말했다.

○ 국산차도 양극화…‘경차’ 아니면 ‘그랜저’

국산차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싼 ‘이동수단’인 경·소형차와 ‘지위’를 상징하는 대형차의 판매가 크게 늘어나는 반면 이전까지 국산차 시장의 주축이었던 중형급 차종의 판매는 줄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엑센트’, 기아차 ‘모닝’ 등 경·소형차 판매 대수는 22만8500여 대로 2010년보다 약 18% 늘었다. ‘그랜저’ 등 대형차도 20만7800여 대로 38.5% 증가했다. 반면 ‘쏘나타’ 등 국내 자동차시장을 이끌던 중형급은 21.6% 급감했다.

성영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전 한국소비자학회 회장)는 “경기 불황에 따른 불확실성이 중산층의 소비 심리를 끌어내려 실용적인 경·소형차 구입이 느는 반면 경기에 별 지장을 받지 않는 고소득층은 주변에서 수입차를 사는 경우가 늘어남에 따라 고급차 구매심리를 자극 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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