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압 0.1, 펑크난 타이어로 서킷 달려보니

  • 입력 2016.03.24 07:55
  • 수정 2016.03.24 08:0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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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7시리즈의 우측 뒤쪽 타이어 공기를 모두 빼냈다. 바람 빠지는 소리가 그치자 센터 모니터에 표시된 타이어 공기압은 0.1. 뒤 우측 타이어 공기압이 손실됐고 타이어를 점검하라는 경고 메시지가 계속 표시된다. 멀쩡한 타이어의 공기를 인위적으로 빼낸 이유는 2톤이 넘는 7시리즈를 펑크가 난 상태로 만들어 영종도에 있는 BMW 드라이빙 센터 서킷을 달려보기 위해서다. 이 상태로 서킷에 진입했다.

 

무모한 도전, 펑크난 타이어로 서킷 주행

첫 번째 직선로에서 7시리즈의 속도를 80km까지 높여본다. 속도를 조금 낮춰 몇 개의 헤어핀도 공략했고 지그재그로 달리며 거칠게 운전을 해 보기도 했다. 공기압이 적정 상태보다 낮은 타이어로 서킷을 달렸다면 노면과 직접 닿는 접지 부에 많은 열이 발생하면서 변형이 되는 스탠딩 웨이브 현상 또는 완전한 펑크로 조향력을 상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공기압이 전혀 없는 타이어를 달고도 7시리즈는 펑크가 났을 때 나타나는 엄청난 소음과 진동 없이 매끄럽게 서킷을 달린다. 곡선 코스에서 차체가 한쪽으로 쏠리는 일도 없다. 앞서 타이어의 공기압이 정상인 상태로 서킷을 수차례 돌면서 느꼈던 7시리즈의 정숙한 승차감도 변화가 없다. 정상적인 공기압을 유지하고 있을 때와 주행 느낌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서킷 주행을 마친 후에도 타이어는 원래의 형태에 가깝게 유지돼 있다. 공기압이 거의 없는 펑크 상태로 7시리즈의 서킷 주행을 이겨낸 타이어는 런플랫 타이어다. 내부 공기압 ZP(Zero Pressure)상태에서 조향력을 유지하며 시속 80km의 속도까지 낼 수 있고 80km를 달릴 수 있는 첨단 타이어다. 공기압이 전혀 없는 상태의 타이어를 달고 대형 세단인 7시리즈의 일상적인 주행이 가능했던 것은 타이어의 옆면인 사이드월의 특수한 구조 덕분이다.

런플랫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보다 사이드월을 지지하는 서포트 고무를 더 삽입해 공기가 다 빠져나가도 자동차가 달리면서 받는 상하, 좌우 하중과 압력을 버티어 낸다. 따라서 주행 중 펑크가 나는 위급상황에서 안전을 보장한다. 공기압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차체 자세를 그대로 유지해 차로 이탈에 따른 충돌사고 또는 의도하지 않는 정지 상황에서 발생하기 쉬운 2차 사고까지 막아준다.

 

타이어 기술의 총아 런플랫 타이어

일반 타이어와 비교해 무겁다는 단점이 있지만, 교체용 타이어와 장비가 필요 없어 차량 전체 중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들은 런플랫 타이어를 기본 장착하고 있고 일반 브랜드의 고급 모델도 사용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또 높은 가격에도 일반 제품을 런플랫 타이어로 교체하는 일도 많아졌다. 초기 런플랫 타이어의 경우 승차감과 연비가 불리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지만, 무게를 줄인 2세대가 나왔고 최근에는 기존 성능을 유지하면서 회전저항과 연비까지 개선한 3세대가 나오면서 적용 비중이 많이 증가하는 추세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런플랫 타이어를 선호하고 기본 장착하는 이유는 승차감과 성능을 보장하면서도 무엇보다 운전자의 안전을 도모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서다. BMW 코리아 관계자는 “7시리즈의 경우 최첨단 안전장치를 적용하고 있고 여기에는 런플랫 타이어도 포함돼 있다”며 “국내 업체의 런플랫 타이어를 선택한 이유는 우리가 요구하는 핸들링과 제동력, 낮은 회전저항, 소음 등의 기준을 최고 수준에서 만족하게 해 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7시리즈에 장착된 타이어는 한국타이어가 독일 BMW에 신차용으로 공급하는 벤투스 S1 에보2 런플랫이다. 한국타이어는 겨울용 제품인 윈터 아이셉트 런플랫과 함께 국내 기업 최초로 BMW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런플랫 타이어 장착이 일반화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지만, 국내 업체 중 BMW를 비롯해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 독일 3대 프리미엄 브랜드에 런플랫 타이어를 공급하는 업체는 한국타이어가 유일하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런플랫 타이어는 제조사의 기술 수준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면서 “펑크가 났을 때 일반적인 주행 성능을 유지하고 일상적인 주행에서 회전저항과 무게를 줄여 연비와 소음까지 최상의 수준을 유지해야 하므로 웬만한 기술로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긴급출동 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펑크가 난 타이어를 직접 교체하는 일이 없다는 이유로 런플랫 타이어의 효율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펑크 또는 공기압 저하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서 안전을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싼 만큼 제값을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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