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기계가 인간의 영역을 넘보는 시대가 됐다.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벌인 세기의 바둑 대결은 ‘생각하는 기계’가 입신(入神)의 경지에 오르면서 절대 가능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현실처럼 느껴지게 했다.
인간과 기계가 벌인 세기의 바둑 대결은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자동차도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돌발상황에 대처하며 목적지를 찾아가는 자율주행차 경쟁이 치열하다. 알파고의 자동차 버전쯤으로 볼 수 있는 알파카다.
자율주행차는 구글과 애플 등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완성차와 부품사들이 상용화한 기술을 조합하고 센서의 정밀도를 높인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차 시대를 누가 선도할 것인지는 이견이 많다.
분명한 것은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사들이 갖고 있거나 추진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접근해 있고 양산 차에 적용된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가까운 미래,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여기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 자동차의 시대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기술은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봤다.
자동차도 바둑 못지않은 경우의 수 극복해야
도로에서는 수없이 많은 상황들이 돌발적으로 발생한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난폭운전과 보복운전도 이런 돌발상황에 관용이나 양보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발생하고 있다. 160만km를 달리면서 무사고 기록을 세웠던 구글 자율주행차가 처음 사고를 냈던 원인도 다른 차로에 진입하는 것을 양보하지 않은 버스 때문에 발생했다.
전후, 좌우 차량 운전자의 패턴을 읽어내고 대응하는 운전 행위의 경우의 수가 바둑 못지 않게 복잡하고 다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율주행차 역시 고도의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하다. 자율주행차가 어떻게 구현될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술은 현대모비스가 지난 1월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선보인 운전자 지원 시스템((DAS, Driving Assistance System)이다.
DAS는 운전자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만 입력하면 5G 통신망을 통해 가장 빠른 길을 검색하고 외부와 끊임없는 통신을 주고받으며 주행환경을 파악해 최적 경로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며 주행한다.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하기 때문에 탑승자는 이동 중 전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영상회의를 하거나, 자료를 검토하며 밀린 업무를 할 수 있다. 부족한 잠을 청하거나 동영상을 시청하는 등의 여가 활동도 즐길 수 있다.
당시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산업과 IT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기술들이 빠르게 융합 적용되고 있으므로 CES에 참가하고 DAS를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빠르게 자율주행차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2020년 부분적인 자율주행차 양산모델이 도로 위를 달리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2025년에는 완전자율주행차도 만나 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이미 많은 완성차 업체들과 부품업체들 그리고 IT업체들이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몇몇 업체들은 일반 도로 주행에 성공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그렇다면 국내 업체들의 자율주행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보행자 인식하고 차선 읽고 속도까지 줄이고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번째 모델인 EQ900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완전 자율주행차의 시작이다. 주행 속도와 목적지를 설정하면 스스로 도로 상황에 맞춰 가속과 감속, 제동하고 차로를 유지하며 달린다. 운전대와 가속 그리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손과 발을 떼어도 허용하는 시간 사실상 자율주행을 한다.
EQ900에 적용된 스마트 크루즈 시스템은 현대모비스가 지난 2014년 보행자를 인식하고 전방 차량 추월, 상황별 자동제동 및 가속과 감속 기능을 구현하는 자율주행시스템과 원하는 장소의 빈 곳을 찾아 스스로 주차하는 자율주차시스템 시연에 성공했던 기술들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자율주행기술 확보가 결국 회사의 미래라는 믿음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지난 2013년에는 600억 원을 투자해 전자장치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전장 연구동을 신축했고 관련 연구 인력도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목표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기술의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해 양산 준비를 완료하고, 이후부터는 세계 미래 차 시장에서 해외 선진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것이다. 핵심은 자율주행차로 가기 위한 전제 조건인 첨단운전자지원(DAS)기술 개발이다.
DAS는 센서를 통해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을 인식하고 ECU 등에서 그 상황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파악하고 판단해 기계장치를 제어한다는 점에서 자율주행기술과 기본 원리가 같다. 따라서 DAS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는지에 따라서 자율주행차 개발 시기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많은 업체가 해당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순수 국산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DAS 기술 수준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응형 순항제어장치(ASCC), 차선이탈방지 및 제어 장치(LDWS & LKAS), 상향램프자동 전환장치(HBA&ADB),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지능형 주차보조 시스템(SPAS), 후측방 경보시스템(BSD) 등 핵심적인 DAS 기술은 이미 양산 차에 적용되고 있다.
남은 과제는 그동안 축적한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 개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DAS 기술들을 어떻게 통합하고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할 것인지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를 위해 “자율주행차가 운전자의 조작 없이 스스로 모든 것을 제어해야 하는 만큼 더 정밀하고 정확한 인지∙측위∙제어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게 될 자율주행차 기술이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우리 기업들이 주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