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국산 하이브리드카, 잘 팔기 위한 조건

김필수 대림대 교수

  • 입력 2012.02.05 22:44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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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를 대표하는 하이브리드차의 국내 역사는 일천하다. 4년전 출시된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포르테 LPi하이브리드가 국내 최초다. 그러나 이 모델은 일본의 특허를 피하기 위해 LPi엔진을 탑재했고 기술적 수준도 떨어지는 마일드 하이브리드방식이어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진정한 하이브리드 모델은 작년 5월 출시된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K5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일본의 특허를 피해 국산 원천기술을 확보했고 연비도 수준급인 진정한 풀 하이브리드 모델로 원년을 장식했다.

그러나 이 역시 급격하게 인기가 하락하면서 판매는 물론이고 중고차 가격도 동급 모델에 비해 떨어지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물론 그 동안 다양한 수입산 하이브리드차가 출시돼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으나 소비자의 취향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최근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해당 메이커가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고 각종 옵션을 뺀 기본형의 저가형 하이브리드차도 출시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노력들로 국산 하이브리드차가 다시 인기를 끌 수 있을까?

먼저 생각해봐야 할 요소가 있다. 지난 1997년 12월 일본 도요타는 세계 최초의 가솔린 하이브리드차 준중형급 ‘프리우스’를 선보였다. 프리우스는 당시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됐고 각종 상을 휩쓸면서 최고의 친환경차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프리우스가 실질적인 흑자모델로 들어선 시기는 2007년 후반이 되서였다. 10년 이상을 수조원 이상을 쏱아부으며 적자를 내는 애물단지로 지낸 것이다. 현 시점에서 3세대급 모델이 출시돼 인기 모델이 됐지만 도요타도 10년 동안 마음고생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일본 국민들이 이 하이브리드차를 진정한 모델로 인정하고 본격적으로 구입하기까지 1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하이브리드차가 출시된 지 2년 째에 접어든 만큼 우리는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나 되 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국산 하이브리드차가 안정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시대를 대표하는 차종이 되는 시기는 언제일까?

우선 소비자의 신뢰성 불식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하이브리드차는 동급 가솔린차에 비해 가격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고가이고 내구성과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불신이 존재하고 있다. 물론 수년간 연료 절약으로 인한 보상이 가격 차이를 극복시키고 배터리에 대한 무상보증기간을 늘리는 방법 등으로 소비자의 인식을 달리할 수도 있지만 이는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작년 말 현대차 그룹은 국내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용 배터리 무상보증기간을 10년 20만Km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미국 시장에서는 국산 하이브리드차 배터리 무상보증 기간을 평생 적용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불안해하고 있는 배터리 내구성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한 이러한 정책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 역시 정책의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이브리드차를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들ㅇ 불안해하는 부분을 충분한 보증으로 안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동시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정부에서는 친환경차 지원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이 더욱 확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연비에 대한 안정적인 업그레이드 노력도 필요하다. 이미 수년 전 출시된 LPi하이브리드차로 인해 연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하고 생각 이상으로 연비가 좋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이는 충분한 시험 데이터를 통한 대국민 홍보와 업그레이드 기술로 극복해야 한다.

수입산 하이브리드차와의 경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미 입증된 수입산 하이브리드차가 많은 만큼 가격과 연비는 가장 기본적인 핵심 비교 요소다. 이를 극복할 차별화된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

수입차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현대차 그룹의 걱정도 커지는 있는 상황이고 하이브리드차 같은 친환경차 대표 모델이 뒤질 경우 상징적인 의미에서도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치열하게 다퉈야하는 기종이 바로 하이브리드차다. 추후 이 싸움의 승자가 된다면 세계 최고의 친환경 기술을 가진 메이커로 자리를 잡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지난 해 발표된 미래의 차종 판매율을 종합해보면 2020년쯤 하이브리드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의 판매율은 20~25%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향후 수십 년간 하이브리드차의 위상은 가장 대표적인 친환경차로 발돋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높이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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