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의 반란, 묘해진 자동차 시장

  • 입력 2016.03.04 08:30
  • 수정 2016.03.04 11:0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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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장에 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내수 시장을 지배해왔던 경차와 준중형 그리고 중형 세단 등이 부진에 빠졌다. 대신 그 자리를 비주류로 취급 받던 차종과 모델이 채워 가고 있다.

RV의 시장 지배력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도드라진 특징이다. 하이브리드카의 증가세도 눈에 띈다. 최근 자동차 판매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도 RV와 하이브리드카다. 2월 자동차 시장의 주요 변화를 읽어봤다.

 

멈추지 않는 RV의 세력 확장

2월 내수 증가세는 전년 같은 달보다 7.2%, 대수로는 7000대 가량이 늘었다. 같은 기간 RV 차종의 판매는 8.7% 증가했지만, 승용 차종은 1.5% 줄었다. 전체 판매량에서 RV 차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42%로 높아졌다.

2월 최고 인기 차 상위 10위 모델의 40%도 RV가 차지했다. 10개 모델 중 RV는 현대차 싼타페와 투싼, 기아차 쏘렌토와 스포티지 4개 모델이 이름을 올렸다. 1만8000여 대로 여기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30%를 넘는다.

잘 팔리는 만큼 국산과 외산을 가리지 않고 모델 수가 급증하고 있어 증가세와 점유율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RV 차종을 중심으로 계속 신차를 내놓고 있고 국내 업체들도 여기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들어 2개월 동안 출시된 20여 종의 신차와 연식 변경 모델 중 RV 또는 해치백 같은 비 세단형 승용차는 8개가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단순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는 시대는 갔다”면서 “다양한 용도의 활용성, 안전, 디젤차가 많은 차종 따른 연비 장점 등으로 판매 확대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K7과 쉐보레 스파크의 약진

매월 상위 탑3를 독식해 온 현대차 빅3의 부진도 눈에 띄는 변화다. 아반떼가 7932대로 1위 자리를 탈환했지만, 쏘나타는 5916대로 평범한 실적에 그쳤고 그랜저는 3876대로 8위까지 밀려났다.

그 틈을 기아차 중대형 세단 K7이 밀고 들어왔다. 신차라는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6046대로 그랜저를 제치고 2위까지 치고 올라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쉐보레 스파크가 기아차 모닝을 제친 것도 이례적이다. 경차 순위에서 만년 2위에 머물 것으로 생각했던 스파크는 2월 5852대를 팔아 5727대에 그친 모닝을 작지 않은 차이로 밀어냈다.

업계에서는 쉐보레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효과를 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파격적인 판촉과 함께 다양한 에디션을 출시해 상품성을 차별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상위 10위 전체 목록에는 변화가 없지만, 순위 변화는 매우 컸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이브리드카 시장 잠식한 아이오닉

현대차가 친환경 전용차로 개발해 출시한 아이오닉의 선전도 주목할 부분이다. 임직원과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판촉이 영향을 준 것도 있지만,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카 단일 모델이 월 1000대 이상 판매된 것은 처음이다.

아이오닉은 2월 1311대가 팔렸다. 이는 쏘나타 하이브리드(591대), 그랜저 하이브리드(545대)를 합친 것보다 많은 실적이다. 같은 달, 기아차 K5 하이브리드는 339대, K7 하이브리드는 111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아이오닉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은 부담이 된 듯하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같은 달 1154대,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744대가 팔렸다. 아이오닉 출시 후 모두 절반 이상 또는 가까이 판매가 급감했다. 지난해 판매가 되지 않았던 기아차 K5 하이브리드도 전월 대비 200대 이상 줄었다.

K7 하이브리드의 판매도 지난해 2월 152대에서 지난달 111대로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기아차 니로가 나오면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니로는 친환경 전용차에 SUV라는 장점까지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시장은 변화 예측이 비교적 쉬운 편”이라면서도 “유가 하락에도 디젤차 수요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고 하이브리드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다양성과 합리적 소비로 시장의 요구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더욱 빠른 대응이 필요해 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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