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타기 좋은 날 ‘닛산 패스파인더’

  • 입력 2016.02.19 06:52
  • 수정 2016.02.22 16:4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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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대형 SUV 패스파인더를 시승했다. 1985년 1세대가 나왔고 지금 판매되는 모델은 2012년 출시된 4세대 모델이다. 패스파인더는 시작이 재미있다. 소형 픽업트럭 닷슨을 기반으로 처음 개발된 1세대는 두 개의 문을 단 SUV로 시작했다. 픽업트럭의 화물칸을 승객석으로 만든 것 정도로 보면 된다.

1995년 2세대 완전변경 모델이 나오기 직전인 1993년에 뒷문이 추가됐다. 이후 미국 대형 SUV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닛산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 수준의 높은 상품성을 갖춘다.

 

공간, 가족을 위한 전용 제트기답다.

패스파인더는 ‘가족을 위한 전용 제트기’를 콘셉트로 개발한 7인승 SUV다. 5010mm의 차체 길이와 1770mm의 차폭이 하늘을 날수는 없겠지만, 위압감은 상당하다.

파워 스트럿으로 불리는 그릴을 중심으로 사이즈가 큰 램프류가 자리를 잡은 전면은 공격적인 스타일의 프런트 스포일러로 마무리했다.

요즘 보이는 SUV 모델들이 화려해진 탓에 20인치 휠에 높게 위치한 그린하우스의 측면과 리어스포일러로 멋을 부린 후면을 보태놔도 무난하고 차분한 디자인 특성을 보여준다.

일본 메이커들의 모델 교체 기간이 꽤 길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패스파인더의 외관 변화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패스파인더의 공기저항계수다. 0.34cd밖에 되지 않는다. SUV 차종 디자인의 한계로 보면 쉽게 달성하기 힘든 수치다.

리어 스포일러, 그리고 서스펜션 페어링까지 설치해서 공기 저항을 줄였고 측면 캐릭터 라인과 숄더 라인, 그리고 돌출부 없이 매끄럽게 처리한 그릴 부가 공기저항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가족을 위한 전용 제트기의 콘셉트 실현은 실내에 집중돼있다. 기본적으로 2900mm의 축간거리가 주는 공간의 여유가 충분한데 기능적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다.

대부분 7인승 SUV 3열은 화물칸 용량을 넓히는 좌석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 패스파인더 3열은 무릎 공간이 충분하다. 2열 리클라이닝까지 되기 때문에 탑승공간으로 부족하지 않다. 2열과 3열은 평면으로 접히고 러기지룸 플로어 아래에도 대형 수납공간이 따로 마련됐다.

공간과 시트의 구성을 필요한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꾸미기가 쉽다. 파노라마 선루프도 3열까지 개방이 되기 때문에 쾌적한 공간을 제공한다. 

3열 시트로의 접근성을 높인 EZ 플렉스 시팅 시스템, 유아용 시트를 제거하지 않고도 2열 좌석을 이동시킬 수 있는 래치&글라이드도 보인다. 센터페시아를 중심으로 한 대시보드는 간결하다. 우드 패널로 보면 인피니티 QX 시리즈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8인치 터치스크린의 인터페이스도 무난하다. 터치감도 좋고 반응도 빠른데 요즘 나오는 차들이 가진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비하면 콘텐츠는 빈약한 편이다. 대신 차량 주변을 360도로 보여주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 시스템이 있다. 주차할 때 더 없이 유용한 장치다.

계기반은 뜻밖에 화려하다. 4.0인치 컬러디스플레이가 사용된 트립 컴퓨터는 3D 그래픽으로 주행 및 차량 정보를 제공하고 실시간으로 전륜과 후륜에 전달되는 구동력의 상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센터 콘솔에 있는 드라이브 셀렉트 다이얼로 이륜구동과 사륜구동, 그리고 알아서 구동력을 제어하는 오토를 선택할 수 있다.

 

힘보다 중요한 차체 안정성 최고

패스파인더는 닛산이 자랑하는 유니바디 플랫폼에 올려졌다. 경량화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고 무라노와 인피니티 QX60에도 이 플랫폼을 공유한다.

이전 세대보다 가벼워졌지만, 공간과 적재 용량을 그대로 가져 왔다는 것이 특징이다. 크고 무거운(공차중량 2070kg)에도 경쾌하고 유연한 차체 놀림이 여기에서 나온다.

롤 각의 균형도 잘 잡아놨다. 대부분 대형 SUV가 보여주기 마련인 선회 능력이 뛰어나다. 사륜구동의 장점에 그만큼 구동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디퍼런셜 세팅도 세심하다.

이것만으로 승차감이 좋아질 수는 없다. 차체의 적당한 강성과 유연성, 여기에 반응하는 서스펜션(전, 독립식 스트럿/ 후, 멀티링크)의 강성도 알맞다. 균형을 잃지 않을까 염려되는 급선회를 해도 노면을 움켜쥐는 악력이 대단하다.

반면, SUV면 기대되는 굵직한 질감은 보여주지 않는다. 핸들링, 승차감, 차체 유연성과 반응 등이 세단에 가깝다. 가족을 위한 전용 제트기, 공간과 함께 부드러운 승차감도 여기에 이바지를 한다.

 

파워트레인은 3,5ℓ 6기통 VQ다. 이 분야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워즈오토 세계 10대 엔진에 단골처럼 이름을 올리는 엔진이다. 출력은 263마력, 토크는 33.2kg.m를 낸다. 경쟁모델과 비교해서 높다고도 낮다고도 할 수 없는 평범한 수준은 아니다. 연비는 8.9km/l.

3.5ℓ 배기량 엔진에서 힘이 부족할 리는 없다. 가속할 때나 언덕을 오를 때도 아주 힘차게 동작을 하고 빠르게 반응을 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무단변속기가 변속충격을 흡수하고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데 이바지를 하지만 차를 모는 재미가 덜하다.

잔뜩 움츠렸다가 강하게 튀어나가는 맛, 저속에서 가속하면 중속 영역을 최대한 짧게 벗어나 고속으로 도달하는 맛도 밋밋하다. 메뉴얼 모드도 없다. 이 때문에 차를 몰 때 잔재미가 없다.

패스파인더가 오롯이 가족을 위한 SUV라는 점이 여기에서 나타난다. 차분하게 운전하면 크게 불만을 느낄 사항이 아니다. 여기에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과 후측방 경고 시스템, 내리막길 주행 제어장치까지 제공된다. 후면에는 2270kg까지 견인할 수 있는 트레일러 토우 패키지도 장착돼 있어 가족 단위 캠핑족에게 딱 맞는 차로 추천한다.

 

<총평> 어쩌면 올 겨울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눈이 함박꽃처럼 내리는 날 패스파인더를 시승했다. 도로에 눈이 쌓이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거나 도로 한쪽으로 잠시 피해야 할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다.

겁없이 속도를 내 봤다. 사륜구동에 20인치 타이어(235mm/55/20)면 믿어도 되겠다 싶어서다. 패스파인더는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눈길에서도 안정적이다. 힘 보다는 정숙하고 부드럽게 달리고 안정감이 뛰어난 차다. 가격은 524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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