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같은 존재, K7의 소프트 카리스마

  • 입력 2016.02.03 01:11
  • 수정 2016.02.06 15:3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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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자동차 판매가 부진했다.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이 종료됐고 볼륨을 키워 줄 만한 신차도 없어 내수, 수출 가릴 것 없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예년 같으면 설 특수에 기대를 걸 수 있지만, 경기상황이 소비자들의 주머니는 쉽게 열릴 것 같지 않아 2월 사정도 다르지 않을 듯하다.

그래서인지, 척박한 사막에 단비 같고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옛말처럼 기아차 신형 K7의 등장이 반갑다. 중대형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K7의 사전 예약 현황 분석 자료를 보면 예감이 좋다. 벌써 1만대가 넘었다. 차급에 따라 주 소비 연령층의 경계가 뚜렷했던 과거와 달리 K7은 이런 공식도 깼다. 30대의 중·대형차 소비가 늘면서 신형 K7의 사전 계약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전 예약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12일 이후 하루 평균 660여 대를 기록하는 것도 30대의 힘이다. 기아차는 “수입차에서 이탈한 고객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소프트 카리스마’를 내 걸고 무려 7년 만에 완전변경 모델로 출시된 올 뉴 K7을 시승했다. 30대를 끌어들인 비결, 알쏭달쏭한 소프트 카리스마가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했다.

 

카리스마 Ⅰ ‘압도적 성능’

시승차는 람다Ⅱ 3.3 GDI를 탑재, 290마력(6400rpm)의 최고출력과 35.0kg.m(5200rpm)의 동력 성능을 낸다. 3.6ℓ 휘발유 엔진을 올린 쉐보레 임팔라의 출력과 토크가 309마력, 36.5kg.m이고 폭스바겐 V6 3.0 TDI(디젤)는 240마력, 51.0kg.m를 발휘한다.

동력 성능의 수치는 크게 월등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평범한 수준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달리는 맛이다.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페달에 힘을 줄 때마다 엔진이 빠르게 반응하면서 경쾌하게 차체를 끌고 나간다. 성깔 있게 변하는 소리도 인상적이다.

컴포트, 에코, 스포츠, 스마트 등 각각의 모드에 따라 엔진의 성격도 분명하게 달라진다. 가속 페달에 반응하는 엔진 회전수의 영역이 달라지고 반응의 속도에도 차이가 난다. 단, 급가속하면 터보랙 같은 가벼운 울컥거림이 간혹 발생했다.

 

카리스마 Ⅱ ‘조스의 이빨’

신형 K7은 단 두 개의 시도만으로 강렬한 인상을 구축했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을 움푹 패게 했고 전조등과 후미등의 그래픽을 독창적으로 디자인했다.

공식적으로 인탈리오 라디에이터 그릴로 불리지만 기자의 눈에는 상대가 누구든 먹잇감을 노리는 상어 이빨의 날카로움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여기에 Z 형상 시그니처 그래프의 주간 전조등과 제동등이 더해져 멀리서 봐도 확실하게 구분이 되고 K7을 대표하는 형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B필러부터 완만하게 각도가 내려가는 루프라인, 플래그십 K9과 비슷한 콘셉트로 가져간 뒷모습도 볼만하다.

 

카리스마 Ⅲ ‘견고한 차체’

어떤 차든 마음 놓고 속도를 올리려면 차체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포르셰,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등을 타면 작거나 크거나 일단 속도를 올리는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는 이런 신뢰가 있어서다.

최근 나오는 국산 차들이 가장 먼저 자랑하는 것이 초고장력 강판 사용 비율이다. 기본 강성과 비틀림 강성이 뛰어나고 유연한 데다 가볍기까지 해서 안전과 함께 흔히 말하는 견고한 하체를 평가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신형 K7에 적용된 초고장력 강판은 51%로 동급 모델 중 적용 범위가 가장 많다. 주로 승객석으로 보호하는 프레임과 플랫폼에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차체 각 연결 부위를 단단하게 잡아주고 밀착시켜주는 구조용 접착제와 핫 스탬핑도 늘렸다.

공을 들인 만큼, 하체는 단단하다. 시승 구간에 난도가 큰 코스는 없었지만 고속도로를 진입하고 빠져나오는 선회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고속으로 달리면서 차선을 바꾸는 순간에도 단단하게 조여진 느낌을 준다.

반면 유연성은 부족하다. 선회할 때 전륜이 잡아주는 방향을 후륜이 매끄럽게 따라오지 않는다. 19인치 타이어, 맥퍼슨 스트럿(전륜)과 멀티링크(후륜) 서스펜션이라는 궁합치고는 차체의 놀림이 가볍다.

 

카리스마 Ⅳ ‘크렐 사운드’

익숙한 피아노 선율에 오디오 볼륨을 높였다. 음악에는 문외한이지만 듣는 기회가 많았던 파가니니 라 캄파넬라가 흘러나왔다. 가볍고 단조로운 피아노 연주, 트랙을 넘기자 영화 분노의 질주에서 주인공 브라이언 오코너로 출연했던 폴 워커의 추모 엔딩곡 씨 유 어게인(See You Again)이 흘러 나왔다.

미국을 대표하는 크렐(KREEL) 프리미엄 사운드가 12개의 스피커로 생생한 음질이 계속되면서 폴 워커의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 레이싱 장면들이 스쳐 갔다. 이때 만큼은 동승자와 함께 침묵에 빠졌다.

크렐이라는 브랜드가 생소해 자료를 찾아봤다. 1979년 시작해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앰프 제조사로 소개됐다. 듣는 촉감이 둔해 JBL, 보스, 뱅앤올룹슨 등 익숙한 브랜드와의 차이는 솔직히 실감하지 못했다.

 

소프트 Ⅰ ‘8단 전륜 자동변속기’

기아차가 전 세계 완성차 업체 최초로 개발한 8단 전륜 변속기는 이질감이 없었다. 엔진회전수를 통해 기어 단수의 변화를 알아채야 하는데 감을 잡기 힘들 정도로 연결 감도 좋다.

다단변속기의 장점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기존 6단 변속기와 비교해 저단과 고단에 각각 하나씩 기어가 추가 배치되면서 저속에서 힘있게 출발하고 고속으로 이어지는 느낌은 부드러워졌다.

특히 기어비 폭이 5.5에서 7.4로 늘어나 단수 연결이 매끄럽게 이뤄진다. 빠른 변속이 이뤄지는 만큼 실내는 조용해졌고 엔진의 회전 영역별 직결 성도 분명했다.

 

소프트 Ⅱ ‘새로운 플랫폼’

자동차에서 플랫폼이 갖는 의미는 더없이 중요하다. 신차 개발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K7은 완전 새로 개발된 준대형 플랫폼을 골격으로 사용한다.

여기에 맥퍼슨 스트럿(전륜), 멀리티링크(후륜)으로 조합된 서스펜션과 데이터 처리 속도를 배 이상(16bit에서 32bit) 향상한 속도 감응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휠을 연결했다.  적어도 주행 중 스티어링 휠이 잡기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거칠게 운전해도 의도하는 만큼 적절하게 차체가 반응하는 능력, 코너의 안쪽 차선을 움켜쥐며 요구하는 진행 방향을 정확하게 추종하는 능력, 노면의 상태를 하부에서 흡수해 실내로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능력은 수준이 높다.

 

소프트 Ⅲ ‘여백의 미를 살린 실내’

BMW와 렉서스를 참고한 것 같다는 의혹이 들기는 하지만 대시보드는 안정감이 있고 간결한 멋이 있다. 양문형으로 열리는 콘솔 암레스트, 대시보드 전체를 가로 지르는 우드 가니시, 기능별로 영역을 분리한 센터페시아가 익숙해서다.

퀼팅 가죽 시트와 고급 소재인 스웨이드가 내장 마감에 사용됐고 아날로그 시계까지 적용돼 있어 더 낯이 익다. 단, 대시보드를 간결하게 구성해 여백의 미를 살린 것은 다른 멋이다

공간은 여유롭다. 앞 열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도 뒤 열 무릎 공간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넓다. 다가서면 알아서 열리는 트렁크에는 골프가방과 보스턴백 각각 4개가 여유 있게 들어간다.

 

소프트 Ⅳ ‘독창적인 기능들’

다양한 정보가 다양한 컬러로 제공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어드밴스드 크루즈 콘트롤을 설정하면 과속 위험 구간에서 스스로 제한 속도를 지킨다.

110km로 크루즈 속도를 설정하고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구간 단속구간을 진입하면 강제로 99km/h로 속도를 줄이고 종점을 지나면 다시 올려 준다. 앞차와의 간격도 알아서 조절하기 때문에 잘 사용하면 더 없이 유용하다.

다양한 컬러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시인성도 뛰어나다. 대표적인 편의 및 주행 안전 보조 사양으로는 긴급제동보조 시스템,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후측방 충돌 회피 지원 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 등이 있다.

주차하거나 주차된 차를 뺄 때 주변 위험 요인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도 유용하다. 그러나 각 카메라가 수집한 영상 정보의 해상도에 조금씩 차이가 있고 차선이 미세하지만 엉켜 표시되는 것은 개선이 필요했다.

 

(총평) 50여대의 시승차가 기록한 연비는 대부분 정부신고연비 9.7km/ℓ를 넘겼다고 한다. 기자는 8.6km/ℓ, 에코모드로 정속 주행을 한 다른 시승자는 12km/ℓ를 기록했다고 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더 좋은 연비도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성능과 승차감, 공간은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달릴 때의 질감은 경쟁 모델인 현대차 그랜저나 쉐보레 임팔라보다 거칠다.

이것도 이유가 있단다. 기아차 관계자는 “한국 운전자들이 유럽형 차 맛을 더 좋아하기 시작했다. 주행 감성을 무난하게 세팅하기는 쉽지만 중대형도 경쾌한 질감이 필요하다고 봤고 그래서 운동 성능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시장이 이런 특성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지켜봐야겠다. 시승차인 3.3 GDI 노블레스의 가격은 3920만 원, 여기에 95만짜리 프리미엄 패키지(퀼팅 나파가죽 시트 등)가 더해진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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