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3, 심심한 중형보다 재밌다

  • 입력 2016.02.01 07:49
  • 수정 2016.02.01 08:3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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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허릿심이 빠지고 있다. 중·대형 세단의 판이 커졌고 작년에 팔린 자동차 10대 중 4대는 SUV가 차지했다. 준중형을 포함한 소형차도 많이 늘어났지만 여기에서 SUV를 빼면 성적이 초라하다. 소형차 전체에서 SUV가 차지한 비중은 2014년 13%에서 2015년 29%로 배 이상 증가했다. 다른 차급도 사정이 비슷하지만 1600cc 이하 소형차, 그리고 2000cc급 이하 중형차에서 SUV 차종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완전변경된 아반떼를 빼면 작년 판매가 늘어난 준중형 모델은 하나도 없다. 개인적 취향이지만 준중형으로 부르는 1600cc급 전후의 차는 적당한 크기, 부족하지 않은 힘, 넉넉한 공간을 갖고 있어 재미로 보면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자동차 시장의 든든한 허릿심 역할을 하는 준중형 모델들이 비싸고 큰 차보다 안 팔리는 상황이 안타깝다. 기아차 K3도 다르지 않다. 디자인, 성능, 공간까지 상품성이 뛰어나고 가격도 저렴한데 이름값을 못한다. 작년 11월 부분변경 모델이 나온 K3는 4만2912대를 팔았다. 직전 연도보다 14%나 판매가 줄었다.

 

더 뉴 K3, 공격적이고 날렵하게 변신

부분 변경 K3는 기아차 개발자들이 어디에 핵심을 두고 공을 들였는지 분명한 티가 난다. 헤드램프 그래픽을 날렵하게 다듬고 라디에이터로 이어지는 라인을 반듯하게 재 구성해 타깃층을 이전보다 아래 연령대까지 끌어내리는데 주력했다. 헤드램프의 위치, 범퍼의 양쪽 끝에는 이전에 없던 에어 커튼을 배치해 공격적으로 변했다. 전면부만 보면 신차급 변화다.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후미등의 폭도 좁아졌다. 그리고 차체의 측면을 조금씩 더 파고 들어가 더 길고 넓어 보이게 했다. 범퍼 하단 디퓨저도 세련되게 모습이 바꼈고 둥근 제 모양 그대로 드러나 있던 배기구는 직사각형 베젤을 덧대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보닛에서 시작해 루프와 트렁크 리드까지 바람이 흐르듯 연결된 멋진 쿠페 라인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변화다. 

 

실내 변화는 많지 않다. D 컷 운전대, 블랙 하이그로시와 크롬 사용이 많아진 정도다. 블랙 하이그로시는 기어 패널과 운전대의 아랫부분 안쪽, 크롬은 내비게이션을 감싸는 데 사용됐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센터페시아 버튼류의 아래가 조금씩 돌출된 것도 변화다. 손가락이 아래쪽으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 조작 편의성을 높였다.

 

출력과 토크 저하에도 경쾌하게

파워트레인은 감마 1.6ℓ GDI다. 최고출력 132마력(6300rpm), 최대토크 16.4kg.m(4850rpm)의 성능을 갖고 있는 엔진이다.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출력은 8마력, 토크는 0.6kg.m이 내려갔다. 출력과 토크 수치가 내려갔지만 체감할 정도가 아니므로 경쾌한 맛은 그대로다. 가속할 때 빠르게 반응하고 매끄럽게 속도가 상승한다.

 

눈에 띄게 변한 것은 운전대의 조향감이다. 기아차에 따르면 속도감응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휠의 데이터 처리 단위를 개선해 조향 응답성을 높였다. 빠르게 달리면서 차선을 바꿀 때, ㄱ자형 이면도로, 굽은길을 돌아 나갈 때 조향 응답성이 개선됐다는 점이 확실하게 나타난다. 분명하고 정확하게 원하는 방향으로 차체를 잡아준다.

 

스포츠 모드로 달릴 때 나타나는 경쾌한 질감도 인상적이다. 운전대는 무겁게 반응하고 배기 사운드도 달라진다. 같은 엔진 회전수에서 반응하는 속도의 상승감, 하체의 놀림에도 무게가 실린다. 달리는 맛으로 보면 심심하고 밋밋한 중형세단보다 운전이 재미있다. 빠르게 속도를 올려가며 날카롭게 다른 차를 추월하는 맛도 삼삼하다. 200km가 넘는 거리를 거칠게 운전했는데도 연비는 14.8km/ℓ를 기록했다. 더 뉴 K3의 공인 연비는 17인치 타이어 기준 13.2km/ℓ(복합)이다.

 

(총평) K3의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찾지 못했다. 준중형 모델로 보자면 디자인과 성능, 사양, 공간, 가격 경쟁력까지 부족한 것이 없다. 굳이 찾자면 작년 완전 변경된 아반떼의 상품성이 이전보다 강력해진 탓이 크다. 여기에 위축된 준중형 시장 상황도 무시하기 힘들다.

대상층을 넓히기 위해 공을 들인 더 뉴 K3가 넘기 힘든 벽이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의 허릿심을 키우기 위해서는 준중형차도 주목을 받아야 한다. 크고 화려한 차에 집중된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조금만 배려하면 더 뉴 K3는 충분히 자기 몫을 해낼 수 있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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