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1억 개, 경우의 수를 극복한 토종 8단 자동변속기

  • 입력 2016.01.12 11:55
  • 수정 2016.01.12 12:3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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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10월 열린 현대·기아차, 2015 국제 파워트레인 컨퍼런스에서 최초 공개된 8단 자동변속기

기아차 준대형 세단 K7에 탑재되는 8단 자동변속기는 전 세계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최초로 개발된 첨단 변속기다. 변속기 전문 제조사인 아이신과 ZF도 8단 자동변속기를 개발했지만, 완성차 업체로는 현대ㆍ기아차가 처음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변속기의 다단화에 주력하는 이유는 더욱 엄격해지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경우 오는 2025년까지 현재 15.4km/ℓ인 총 연비를 23.9km/ℓ까지 올려야 하고 중국은 20km/ℓ, 유럽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30g/km에서 95g/km로 낮춰야 한다. 따라서 완성차 업체들은 차체 경량화, 엔진 다운사이징,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 그리고 변속기 다단화로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변속기의 기어비를 촘촘하게 늘리면 연비를 개선하고 주행성능까지 향상할 수 있어 이런 규제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6단 자동변속기와 비교해 8속은 저단과 고단 영역대에 1단과 8단 기어가 배치되면서 기어비 폭이 5.5에서 7.4로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저단 발진 및 가속성능이 개선되고 고단에서는 연비 개선과 NVH 성능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 ZF 8단 자동변속기

미국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IHS에 따르면 8속 이상의 변속기 장착 비율은 지난해 21%에 불과했으나 오는 2012년 61%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특히 환경 규제가 까다롭고 수동변속기 비중이 높은 유럽도 많게는 전체 판매 차량의 82%에 8속 이상 다단화 변속기를 탑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가 독자 기술로 8단 자동변속기 개발을 추진한 것도 같은 이유다. 최근 공개된 현대차 8단 자동변속기는 기술적 측면에서 기존 제품들을 능가한다. 가장 큰 의미는 현대차가 3000억 개가 넘는 연결구조 총 경우의 수를 회피해 독자 구조 설계를 완성했다는 것이다.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선행 기술 개발 업체들의 특허를 피하려고 3000억 개가 넘는 총 경우의 수 가운데 1716억 개를 검토하고 이 가운데 40개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143건의 특허(국내 67건, 해외 76건) 출원 끝에 독자적인 8단 자동변속기를 탄생시켰다.

6단/8단 자동변속기 제원

변속기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달 효율성은 타사 제품을 크게 압도한다. 현대차 8단 자동변속기의 열전달 효율은 90.8%나 되지만 앞서 개발된 변속기 전문 제조사들의 제품은 최대 88.6%다. 또 다단화에 따른 부품 수 증가에도 불과하고 6단 자동변속기 대비 무게를 3.5kg나 줄였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변속기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TCU(트랜스 미션 컨트롤 유닛)까지 독자 개발했다는 것이다. TCU는 엔진을 제어하는 ECU와 함께 자동차의 핵심 역할을 하는 중요한 유닛이다. 특히 현대차가 개발한 TCU는 변속기 내부의 누설 유량을 최소화해 최대 손실 인자인 오일펌프 용량을 축소하고 토크 컨버터의 마찰 판을 개별 제어가 가능한 다판 구조로 설계해 엔진의 저회전 영역과 고토크 영역까지 직결 영역을 확대했다.

8단 자동변속기는 기아차 K7에 이어 앞으로 선보일 현대ㆍ기아차의 준대형급 세단과 SUV에도 적용돼 1조 원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8단 자동변속기의 독자 개발 성공으로 현대차는 카파 4단에서 8단, 전륜과 후륜, DCT(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 CVT(무단변속기)까지 아우르는 자동변속기 라인업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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