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리콜하면서도 웃는 이유

  • 입력 2016.01.11 07:08
  • 수정 2016.01.11 07:4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리콜이 국산차 30종 75만대, 수입차 371종 20만대로 총 410종 95만여 대나 됐던 것으로 집계됐다. 리콜 사유도 다양하다. 조립 불량, 소프트웨어 같은 가벼운 결함과 연료 호스나 에어백과 같이 차량 화재나 시동 꺼짐, 사고 시 2차 부상을 초래하는 등의 중대한 사유도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리콜을 하고도 망하는 자동차 회사가 없다는 것이다. 연간 내수 규모가 7~8만 대 수준인 르노삼성차의 경우 지난 해 40여 만대를 리콜하고도 끄떡 없다. 또 하나, 폭스바겐은 전 세계에서 1100만대에 달하는 차량을 리콜해야 한다.

배기가스 배출량을 악의적으로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기업 이미지는 한순간에 추락했고 리콜과 보상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처지가 됐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여전히 건재하다. 국내 완성차 업체 서비스 센터 관계자는 이런 이유에 대해 “르노삼성차와 폭스바겐은 물론이고 규모와 상관없이 리콜은 자동차 회사에 엄청난 반대급부를 가져다주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프로그램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EA189 엔진의 시정 대책으로 내 놓은 ‘플로우 트랜스포머’

폭스바겐의 사례가 의도하지 않은 실수였고 따라서 대책으로 나온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수정에 그치는 단순 리콜었다면 상황이 전혀 달라졌을 것이라는 얘기도 된다.

판매한 차가 제조사의 서비스센터를 다시 찾는 일은 고장이 나거나 사고가 났을 때 또는 리콜 수리를 하는 경우다. 이 가운데 판매된 차를 대량으로 끌어 들일 기회는 리콜이다. 악의적인 경우가 아니었다고 가정하면 폭스바겐은 전 세계에 판매된 1100만대의 차량을 서비스센터로 다시 불러들이게 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 등의 부담없이 ECU 등의 프로그램을 다시 설정하거나 볼트를 다시 조이거나 하는 등의 단순 리콜은 더 큰 이득을 챙길 기회가 된다”고 말한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수만 여대의 차량이 리콜을 위해 서비스 업체를 방문하면 표면적으로는 제조사의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이지만 적은 비용으로 부수적인 서비스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운전석 옆 좌석 에어백 내부 결함으로 에어백이 비 정상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발견돼 리콜을 실시하고 있는 현대차 스타렉스

이 관계자는 “중대한 결함이고 고비용의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 리콜은 제조사에 큰 부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면서 “나사를 바꾸거나 볼트를 조립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수정하는 등의 단순 리콜은 엄청난 비용을 들이는 마케팅이나 이벤트보다 더 많은 고객을 유입시킬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 해 실시된 리콜 현황에 따르면 스타터 모터의 퓨즈 교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휠 너트 교환 같은 단순 수리와 자기 인증 라벨로 바꿔 붙여주는 사례도 있다. 또 연료 압력 센서를 다시 조여 주거나 나사 교체, 심지어 점검 후 서비스를 하는 리콜도 있다.

 

리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 제조사의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이렇게 단순 작업에 그치는 경우 많은 소비자가 서비스 센터를 찾고 기업 이미지를 높일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또 다른 제조사의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리콜은 어떤 형태로든 비용과 시간, 품질 신뢰도 등에 부담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리콜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고장이 잦은 차’로 보이기 때문에 좋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손해는 있어도 손해는 아니라는 얘기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자발적 리콜이 많은 이유가 혹시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닐까.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