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 서프라이즈,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 입력 2015.12.31 09:06
  • 수정 2015.12.31 09:2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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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만고만한 자동차는 이제 관심 밖이다. 무엇이든 다른 점이 있어야 시선을 끌고 관심을 받는다. 이 때문에 2015년 한 해 동안 팔린 자동차 10대 가운데 4대가 SUV 또는 CUV가 차지했다. 이동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 좌석의 수, 트렁크 용량이 구매욕을 자극하는 이유가 되면서 이런 차종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추세의 변화에 맞춰 메이커들도 경쟁력 있는 SUV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같은 범주에 있지만, MPV(Multi-Purpose Vehicle)로 불리는 차종이 있다. 다목적 또는 미니밴을 통칭하지만, 미니밴에 더 가깝다. 국산차 중에서는 기아차 카니발, 외산차로는 시트로엥 C4 피카소, 혼다 오딧세이나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가 여기에 속한다. 종류가 많지 않지만 가장 독보적인 MPV는 시트로엥 C4 피카소다.

이유는 소형 디젤 세단을 능가하는 연비, 어떤 모델도 흉내 낼 수 없는 대체 불가한 공간, 20세기 가장 위대한 작가의 이름을 차명으로 쓰는 대담한 스타일에 있다. C4 피카소 라인업 가운데 더 돋보이는 모델이 1.6 블루 HDi를 탑재한 7인승 인텐시브다.  3990만 원이라는 매력적인 가격을 빼고라도 연비, 공간, 성능 이 세가지 만으로 충분하게 놀랄 만한 가치가 있는 차다.

 

소형 디젤 세단을 압도한 연비

122km를 달리는 동안, 가장 궁금했던 것이 연비였다. 좋지 않은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디젤차를 사려고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연비다. 좋은 연비가 나오면 어김없이 ‘거북이 운전’으로 민폐를 줬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때때로 앞 차를 추월할 때도 있었고 제한 속도를 조금씩 넘기며 일상적인 운전을 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이렇게 달린 그랜드 C4 피카소는 평균 연비 18.8km/ℓ를 기록했다. 인증 복합 연비 15.1km/ℓ는 물론, 고속도로 기준 16.7km/ℓ를 훌쩍 뛰어넘었고 같은 배기량의 독일산 승용 디젤 모델과 대등한 수준이다. 차량의 기본 성능이 우선하고 운전자의 역할이 더해지면 최상의 연비 효율성을 끌어낼 수 있다고 하지만 기대한 것 이상의 결과다. 하지만 그렇게 나왔다.

 

적절한 때에 타력을 이용하고 지나친 과속, 급한 출발을 자제한 것 말고는 피카소의 기본기가 높은 연비를 끌어 냈다. 연료 효율성을 높여주는 특별한 장치들에 주목이 가는 이유다. 감량 효과가 컸다. 이전 세대보다 100kg의 중량이 줄었다. 알루미늄과 특수강으로 차체 무게 60kg, 알루미늄 보닛과 합성소재, 차체 사이즈 최적화로 나머지 40kg을 줄였다.

연료 효율성에 가장 민감한 중량 감소와 함께 기존 e-HDi를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블루 HDi로 교체하면서도 출력과 토크를 유지하고 6단 자동변속기로 운전의 재미까지 즐기게 했다. 또 하나 빠트릴 수 없는 것이 스톱 앤 스타트 시스템이다. 시트로엥의 스톱 앤 스타트는 차량이 완전히 정차했을 때 시동이 멈추는 일반적인 시스템과 다르게 8km/h 이하에서 자동 작동하고 다시 움직이면 0.4초 만에 시동이 걸린다. 시동이 걸릴 때의 부드러움이나 반응도 최고 수준이다.

 

대체 불가한 공간 활용성

발가벗은 기분이 들 정도다. 측면부터 A필라부, 앞면까지 유리로 가득하고 루프의 파노라믹 윈드 스크린까지 적용돼 개방감과 외부 시야가 엄청나다. 시선을 어디에 둬도 바깥이 보인다. 이런 개방감은 2열이나 3열에서도 같다. 벨트라인을 낮춰 어느 좌석에서나 고개를 돌리면 바깥쪽을 볼 수 있다.

중형 SUV보다 짧은 4600mm의 전장으로 이런 공간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놀랍다. 대시보드와 앞유리 사이를 최대한 넓게 만들었고 도어 안쪽을 움푹 들어가게 만들어 최대한 공간을 만들어 냈다. 작은 차체를 갖고 있지만 이전 세대보다 11cm 늘어난 2840mm의 넓은 축간거리를 만들었고 150mm나 전후 이동이 가능한 2열 시트는 각각의 독립형으로 만들어 탑승자에 따라 적합한 공간을 갖도록 했다.

 

디지털 계기반도 이채롭다. 3개의 테마로 구성된 계기반은 스피드 미터와 타코 미터, 이미지, 큐브, 트립 컴퓨터 등을 원하는 그래픽으로 구성할 수 있다. 색감도 좋고 시인성도 뛰어나다. 기어 레버를 스티어링 컬럼 바로 위에 배치하는 DS의 전통적인 구성과 콘솔부에 깊고 큰 수납함들이 배치된 것에도 높은 점수를 준다.2석의 3열은 간이식 시트다.

접어서 바닥으로 감추면 평평한 트렁크 공간이 생긴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645ℓ, 2열과 3열까지 모두 접으면 최대 1851ℓ까지 확장된다. 공간 못지않게 독특한 것이 대시보드다. 버튼 시동 스마트키와 오디오 전원 스위치를 빼면 센터페시아에 다른 버튼이 없다. 터치로 반응하는 모니터, 그리고 시원스러워지고 보기도 좋은 12인치 디지털 계기반으로 간결하게 구성됐다.

 

여기에다 잘 달리기까지

그랜드 C4 피카소에 탑재된 디젤 엔진 BlueHDi는 최대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kg.m의 파워를 발휘한다. 출력 수치가 동급의 독일산 디젤엔진보다 높다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이보다는 최대토크가 시작되는 엔진회전수다. 일상적인 운전에서 필요로 하는 1750rpm부터 최대토크가 나오면서 끈기있게 힘을 유지한다. 경쾌하게 출발하고 매끄럽게 속도가 상승하는 맛, 여기에 100km/h의 속도에서 1800rpm을 유지해 연료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했다.

배기량에서 오는 한계는 있다. 아주 빠른 속도를 요구할 때 다소 힘에 부치는 느낌, 순간적인 힘이 필요할 때 더디게 반응하는 것까지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그랜드 C4 피카소는 MPV다. 일상적인 용도에서 전혀 필요하지 않은 영역이고 따라서 문제 될 것이 없다.

 

콤팩트 사이즈로 차체 놀림이 바른것도 인상적이다. 아주 빠른 선회, 과속방지턱을 빠르게 지나가도 차체의 좌우 롤링이나 상하 피칭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고 빠르게 복원된다. 서스펜션은 전륜에 맥퍼슨 스트럿, 후륜에는 토션 빔이 적용됐다. 높고 긴 차체를 가진 차종에 가장 적합한 구성이고 따라서 노면을 관대하게 받아들이면서 승차감을 좋게 한다.

정숙성도 뒤지지 않는다. 속도를 필요 이상으로 올리지 않으면 디젤차라는 것을 잊게 할 정도다. 1.6 디젤 엔진으로 이런 파워와 연비, 그리고 MPV에 요구되는 공간과 활용성을 100% 발휘하는 그랜드 C4 피카소의 2016년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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