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5 하이브리드 ‘믿거나 말거나’ 연비

  • 입력 2015.12.04 10:58
  • 수정 2015.12.04 11:1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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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뭐고 어떤 방식으로 구동되는지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배터리를 때마다 교환해야 한다는 식의 편견이 있지만 하이브리드 방식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이전보다 확실하게 높아졌다.

국산 차 중에서는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지난해 보다 1000여 대 가량 판매가 늘었고 도요타를 중심으로 한 수입 모델도 같은 기간 20.1% 증가했다.

이런 시장 변화 속에 유독 맥을 추지 못한 것이 기아차다. K5 하이브리드는 한 달 내내 200대에서 300대 수준의 저조한 판매 실적으로 기아차를 울상짓게 했고 K7 하이브리드의 사정도 비슷했다.

한발 늦게 신형 K5 하이브리드를 시장에 내놓고도 기아차가 이 차를 팔려는 의욕은 높지 않다. 3일, 출시 행사장에서 만난 기아차 관계자는 “별 노력을 다 해도 안 팔리는 차”라고 말했다. 많이 팔기보다는 구색을 갖추는데 더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신형 K5 하이브리드는 달랐다. 주행성능과 승차감, 그리고 최대 장점인 연비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영업쪽에서 더 고민을 한다면 제 몫을 하고도 남을 차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최고 연비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

외관과 실내는 최고 수준의 연료 효율성을 끌어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면부에는 냉각수 온도와 주행 속도에 맞춰 라디에이터 그릴의 덮개를 자동으로 여닫는 외장형 액티브 에어플랩으로 세단과 차별화했다.

이 시스템은 공기저항을 줄여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외부 소음을 줄여 주는 역할과 차량 외관 전체를 간결해 보이도록 하는 데 일조한다.

앞과 뒤범퍼를 얇게 변경하고 하이브리드 전용 휠, 그리고 전면 에어커튼도 모두 공력 성능을 높이기 위한 특별한 장치들이다.

실내의 변화는 많지 않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에 에코 드라이브 상황이 표시되는 메뉴와 클러스터에 타고 미터 대신 배터리 충전 상황과 경제 운전을 돕는 계기반이 추가된 정도다.

 

부드러워진 승차감, 여유 있는 파워

일산 킨텍스를 출발, 경인 아라뱃길 전망대가 있는 33km를 달리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승차감이다.

차체는 노면 상태에 맞춰 부드럽게 반응하고 속도의 연결감, 굽은 길을 만나면 늘 걱정부터 앞 섰던 기존 모델과 다르게 안정감있게 진입을 하고 빠져 나온다.

시승 구간이 자유로와 외곽순환고속도로 등 고속화도로 위주로 구성돼 차체 반응과 안정성을 세심하게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서스펜션의 반응과 차체의 강성, 운전대의 섬세한 조작감은 확실히 달라졌다.

차체가 견고해진 것과 달리 동력성능을 개선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는 설명에는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우선 출발부터가 경쾌하지 않다. 최대토크(19.3kg/m)가 5000rpm부터 시작을 하고 배터리가 개입하는 타이밍이 빠르지 않은 탓이다.

저중속에서 전기모터의 빠른 가속 성능을 기대했지만 한 박자 늦게 구현되면서 그 효과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반면 속도가 붙은 이후 차체에 붙는 탄력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2.0 GDI 엔진으로 156마력(6000rpm)의 최고출력을 내고 있어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이고 중속에서 고속으로 이어지는 연결감이 뛰어나다.

또 높은 출력은 속도를 끈질기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런 끈기가 믿기 힘든 연비를 기록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본 사람만 믿은 연비 31.2km/ℓ

시승을 한 날, 서울 도심과 외곽에 엄청난 눈이 내렸지만, 출발지인 일산에는 작은 눈발이 힘없이 흩날리는 정도에 불과했다.

킨텍스에서 경인아라뱃길 전망대 방향 운전은 김기홍 지피코리아 편집장, 되돌아오는 길은 기자가 운전을 했다.

가는 길 김기홍 편집장이 기록한 연비는 18.2km/ℓ, 규정 속도를 지키는 선에서 가끔 속도를 내며 달렸는데도 공인 연비인 17.5km/ℓ를 넘어섰다.

되돌아오는 길, 기자가 기록한 연비는 31.2km/ℓ다. 함께 탄 김기홍 편집장이 운전하는 내내 계기반을 바라봤기 때문에 ‘조작’은 있을 수 없었다.

경이적인 연비의 비결은 가속페달과 배터리에 있다. EV, 즉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거리를 늘리기 위해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다루고 내리막에서는 적절하게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며 배터리를 충전하면 제 속도를 내고 달려도 비슷한 수준의 연비는 누구나 가능하다.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일은 실제로 벌어졌다. 킨텍스로 되돌아와 트립 컴퓨터에 표시된 연비를 기록한 이후 기아차 직원들까지“기어왔느냐(저속주행), 밀고 왔느냐”는 식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동승자 말고는 아무도 31.2km/ℓ라는 연비 수치를 믿지 않았다. 이날과 다른 구간, 도로와 교통 상황에서 같은 수준의 연비가 나올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이해하고 활용하면 누구든 공인 연비 이상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총평] 물건이 좋지 않아서 K5가 안 팔리고 있는 변명은 이제 통하지 않을 듯 하다. 다소 아쉬운 출발 가속감은 하이브리드카를 사는 사람들의 성향을 고려할 때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차체 안정감, 승차감은 세단보다 오히려 뛰어나다.

여기에다 마구 몰아도 18km/ℓ대, 요령을 익히면 30km/ℓ대의 연비가 나오는 차를 팔지 못한다면 그건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K5 하이브리드를 구색을 갖추려는 모델로 받아들이지 말고 지금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더 많은 가치를 알리면 승산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김흥식 기자 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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