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제네시스로 美 고급차 경쟁 당당하게

  • 입력 2015.11.17 13:02
  • 수정 2015.11.17 14:4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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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현대모터아메리카 본사에 전시된 제네시스

[LA=김흥식 기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고급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고급차 수요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중차 시장 성장세를 추월했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IHS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5년간 고급차 시장은 연평균 10.5% 성장했다. 같은 기간 대중차 증가율은 6.0%다.

16일(현지시각) 미국 LA에 있는 현대차모터아메리카(HMA)를 방문한 자리에서 데이브 주코브스키 CEO는 “미국의 고급차 수요는 급증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메이커들의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며 “이는 미국 시장의 성패 여부가 세계 시장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기 때문이며 대중 브랜드로 성공한 현대차가 이번에는 제네시스로 고급차 경쟁에 당당하게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한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고급차 시장을 더는 바라만 볼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됐다.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도요타와 폭스바겐 그룹이 좋은 예다. 아우디와 포르셰, 람보르기니 등 폭스바겐 그룹의 고급 브랜드 증가율이 대중 브랜드의 3배나 됐고 렉서스는 지난해 기준 도요타 브랜드보다 4배가량 판매가 늘었다.

따라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고급차 경쟁은 한층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이미 1980년대부터 미국 시장을 겨냥한 고급 브랜드를 내놨고 최근 라인업을 확장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인도 타타의 재규어 랜드로버, 중국 지리자동차의 볼보자동차 인수 등도 고급차의 고성장을 겨냥한 전략이다.

사진= 주코브스키 현대모터아메리카 CEO

대중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고급차의 기술력과 이미지가 대중차로 전이되고 대중차의 판매 증가가 고급차에 대한 투자 확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폭스바겐과 도요타 그룹의 핵심 경쟁력으로 분석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수익성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고급차를 주력으로 하는 다임러와 BMW 그룹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9%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자동차 업체 평균의 두 배다.

대중 브랜드만으로는 IT 기술의 발전과 개인적인 만족과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요구 사항의 세분화와 큰 비용을 들여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자동차를 사려는 욕구가 높아지면서 고급차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네시스를 통해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고급차 시장을 공략,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라는 모델명을 고급차 브랜드로 선택한 이유는 지난 2004년 1세대 출시 때부터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던 모델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 고급차 시장인 미국 미드 럭셔리 세단 시장에서 올 10월까지 렉서스를 제치고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에 이어 3위를 지키면서 현지 소비자들에게 고급차라는 인상을 심어줬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사진= LA 도심 주차장에서 만난 제네시스

데이브 주코브스키 CEO는 ““그동안 모델명으로 쌓은 인지도와 신뢰를 바탕으로 고급차 시장 진입에 따른 초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노린 전략적 판단”이라며 “대중차의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등 상상수의 주요 부품을 고급차와 공유하는 경쟁사와 다르게 제네시스는 독자적인 기술들이 적용되기 때문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차 ‘EQ900’이 모든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도요타와 폭스바겐 등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대중차와 고급차 부품을 공유하면서 뚜렷한 차별점을 갖지 못하는 것과 달리, 제네시스는 대중차와 완전하게 차별화된 제품으로 승부를 겨루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처음으로 전담 개발팀을 꾸려 개발했고 독자 개발한 후륜 구동 방식을 적용하면서 고급차의 자격을 충분하게 갖고 시작했던 모델이다.

2009년 1월, 아시아 대형차로는 사상 처음 ‘북미 올해의 차’를 수상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현대차가 제네시스로 고급차에 대한 생각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고 경제위기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그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고 극찬을 했을 정도다.

2013년 출시된 2세대는 현대차가 새로운 제품 콘셉트로 강조하기 시작한 ‘기본기 혁신’이 처음 적용됐다. 고장 강판이 확대 적용되면서 차량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고 주행 성능도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충돌테스트에서 29개 세부 평가 전 항목에서 만점을 받아 최우수 등급을 받은 것도 2세대 제네시스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 여부도 첫차 EQ900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 내 달 국내 출시에 이어 내년부터 미국 시장에 투입되는 EQ900이 시장과 소비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어떤 실적을 거둘지, 주목을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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