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프리우스 V, 도쿄 도심 시승기

  • 입력 2015.11.03 09:52
  • 수정 2015.11.03 20:1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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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자동차 운전은 쉽지가 않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고 진행 방향은 왼쪽, 따라서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규정 속도를 지키며 차분하게 달리는 자동차들은 과격하고 거친 운전에 익숙한 우리 시선으로 보면 답답했다. 이 때문에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빌린 도요타 프리우스 알파를 처음 몰고 출발을 할 때부터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여행용 가방 5개, 여분의 짐까지 넉넉하게

프리우스 알파는 우리나라에서 프리우스 V로 판매되고 있는 7인승 도요타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동승자는 모두 5명, 3열을 접으면 일행들이 들고 온 5개의 여행용 가방과 여분의 짐들을 실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됐다.

나리타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도쿄 스미다 구 료고쿠까지 동관동자동차도를 타고 첫날 달린 거리는 약 70km. 1시간 조금 넘게 달린 거리지만 일본의 운전 패턴과 도로 환경에 적응하고 익숙해지기는 충분한 거리다.

도쿄 도심에 들어서자 도로는 프리우스와 같은 하이브리드카와 경차 등 작은 차들로 넘쳐났다. 제법 많은 차가 움직이고 있는데도 심각한 정체는 없었다.

진행 방향에 따라 직진과 우회전, 좌회전 차선을 정확하게 지키고 있고 꼬리를 물고 교차로에 버티고 있는 차는 단 한대도 볼 수 없었다. 질서를 지키면 혼잡은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만족스러운 평균 연비 18.9km/ℓ

식은땀에 동승자들의 잔소리를 꾹 참아가며 3박4일 동안 달린 프리우스 알파의 총 주행거리는 280km, 연비는 18.9km/ℓ를 기록했다. 프리우스 알파의 국내 인증 연비는 도심 기준 18.6km/ℓ, 고속도로는 17.1km/ℓ다.

일반 차들도 마찬가지지만 하이브리드카는 특히 속도로만 좋은 연비를 기록하기 힘들다. 적절한 제동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여분의 힘으로 타력을 이용하는 기술로 연비를 높일 수 있다.

또 모터의 출력을 최대한 이용하는 경제 운전에 익숙해지면 20km/ℓ 이상의 연비는 어렵지 않게 낼 수 있다. 하지만 도로 사정이 밝지 않고 일본어 내비게이션에 의존해 ‘촉’으로 달려야 하는 도쿄 도심에서 경제 운전은 먼 나라 얘기였다.

그래도 오로지 전방만 주시하고 ‘히다리(왼쪽)’와 ‘미기(오른쪽)’ 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달린 초보운전자가 기록한 연비치고는 꽤 훌륭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연간 150만대가 팔리는 경차 천국

일본의 연간 자동차 수요는 400만대가 넘는다. 이 가운데 경차는 180만대, 하이브리드카는 100만대 수준을 차지한다. 2대 중 1대는 하이브리드카 또는 경차라는 얘기다.

현지 관계자는 “일본은 주차가 어려워 경차를 선호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대형 승용차 비중은 도심이 더 높다”며 “비교적 주차 사정이 좋은 도심 외곽과 농어촌 지역에서 경차나 하이브리카 수요가 더 많다”고 말했다.

특히 프리우스는 차종과 차급, 지역을 가리지 않고 가장 많이 팔리는 대표적인 하이브리드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도심에는 일반 자가용은 물론 택시로 운행되고 있는 프리우스를 다른 어떤 차보다 자주 볼 수 있었다.

현지에서는 4세대 프리우스의 등장으로 도요타의 하이브리카 시장 지배력이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과거 은퇴 세대를 위한 실버카에서 젊은층의 엔트리카로 시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렌터카, 프리우스 알파가 가장 많아

일본에서 빌린 프리우스 알파는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프리우스 V와 겉과 속에 특별한 차이가 없다. 그러나 겉모습에서는 안개등 주변에 차이가 있고 라디에이터 중앙에는 크롬바가 적용됐다.

실내에서는 중앙 상단 계기반 구성이 다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프리우스 V는 여기에 대형 디스플레이가 자리를 잡았지만, 프리우스 알파는 평범한 구성을 하고 있다. 중앙 에어벤트, 두 가지 색 대시보드 등으로 보면 국내 판매 모델이 더 고급스럽다.

주행 질감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다. 그런 맛을 느낄 만한 주행을 해보지 못해서다. 다만 자동차 전용도로를 제한속도 이내에서 달리면 하이브리드카 특유의 정숙성과 규칙적인 속도의 상승감은 국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량을 반납 하면서 만난 도요타 렌터카 관계자에 따르면 “프리우스는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라며 “공항 주변이라는 특성 때문에 그중에서도 프리우스 알파를 빌리는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곳 주차장에도 프리우스 모델과 경차가 가득했다. 280km를 달린 프리우스 알파의 연료 그래프는 딱 한 칸이 줄었다. 따로 주유하지 않아 도요타 렌터카에 지급한 연료비는 1515엔, 우리 돈 1만 5150원으로 300km 가까운 거리를 달린 셈이다. 참고로 도쿄 택시의 기본요금은 730엔, 도쿄 프리패스는 1590엔이다.<도쿄=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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