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 유니버스의 무모한 도전은 성공했을까

  • 입력 2015.11.02 13:28
  • 수정 2015.11.03 12:4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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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쿄)지난 2005년, 국내 모 업체가 까다로운 안전, 환경 규제를 통과하고 국산 대형버스를 처음 일본에 수출하는데 성공한다. 후소와 히노 등 현지 업체들의 극심한 견제가 있었지만 절반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의 국산 차에 일본 사업자들의 관심은 클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일본 관광버스 가격은 우리 돈으로 4억원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듬해 배출가스 문제로 수출은 중단됐다. 시간이 갈수록 고장이 잦아지면서 품질문제까지 불거졌지만, 서비스는 물론 제대로 된 부품 하나 조달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버스를 수출한 업체가 워런티는 물론 부품 하나 남기지 않고 철수를 해 버린 탓이다. 결국, 폐차를 하거나 고물값으로 처분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국산차, 특히 대형버스에 대한 이미지는 극도로 악화했다.

 

무모한 도전, 日 진출 7년

현대차가 유니버스를 일본에 투입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만류가 심했던 이유다. 다임러 등 유수의 상용 제조사들도 현지 업체들의 텃세와 까다로운 옵션 요구로 모두 철수한 후이기도 했다. 유니버스도 일본 진출 첫해인 2009년 단 33대 밖에 팔지 못했다.

현지에서는 ‘그것도 기적’이라는 냉소적 반응을 보였고 현대차도 자신감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초라한 실적이다. 곧 철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현지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현대차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시각들이 나왔다.

현대차는 그러나 서비스 네트워크를 재정비하는 한편, 납기일을 줄이고 현지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춰 제품을 공급하는데 더 많은 공을 들였다.

이렇게 7년의 세월이 지났다. 누구나 한결같이 얘기했던 유니버스의 무모한 도전은 과연 성공했을까. 지난 달 28일, 도쿄에 있는 현대차 일본 법인을 방문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현대차 일본 법인 이성찬 법인장

유니버스, 일본에서의 존재감은

이성찬 현대차 일본 법인장은 “대단하지는 않아도 의미있는 성장을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완벽한 품질, 고도의 내구력, 까다로운 옵션을 요구하는 일본 사업자들이 유니버스를 믿기 시작했다”며 “내년에는 유니버스를 올해 대비 2배 이상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니버스의 존재감은 현지 업체들의 대응에서도 나타난다. 일본 상용차 제조사는 다임러와 볼보가 대주주로 있는 후소와 UD트럭, 그리고 도요타 계열의 히노, 그리고 히노와 이스즈가 합작한 J 버스 등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 닛산과 마쓰다도 화물차를 생산하고 있어 유니버스를 제외하면 외산 상용차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유니버스가 포진한 고속, 관광버스는 유니버스를 제외하면 J 버스와 다임러가 대주주로 있는 후소가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2009년 시장점유율이 99%에 달했던 J 버스와 후소는 현대차 유니버스에 대한 시장 반응이 애초 예상과 달리 높게 나타나자 가격 인하로 대응했다. 이 때문에 당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던 차량 가격이 올해에는 같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법인장은 “일본 제조사들의 가격 인하는 잠깐 거쳐 갈 것으로 생각했던 유니버스가 끈질기게 살아남아 있고 지속해서 판매되자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가격을 내려도 우리 판매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도쿄 도심 전경

사상 최대의 호기 잡은 유니버스

유니버스의 지난해 판매는 70대, 연간 판매 대수가 가장 많았던 2010년 80대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올해 예상되는 판매 대수는 101대, 그리고 내년 목표는 200대, 2020년은 450대까지 잡아놨다.

중국 관광객 수송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관광버스가 절대 부족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차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일본 정부가 관광객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도쿄 소재 인바운드 업체는 하루 700대의 관광버스를 대절하는 일도 있었다는 것이 이 법인장의 설명이다.

이 법인장은 “엔저에 따른 중국 관광객 수요가 더 늘어날 전망이고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신규 버스 사업자와 기존 사업자의 증차가 폭증하고 있다”면서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일본 대형 버스의 차령은 대부분 15년에서 20년”이라며 “이 같은 호기에 가능한 유니버스 공급을 늘려 저변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판매 목표를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품질에 자신이 있고 등록 대수가 늘어나면 유니버스에 대한 만족도와 신뢰도가 쌓이고 이에 따른 워런티 수익성이 개선되면 역량을 가진 딜러 확보가 쉬워져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다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도 “물량만 확보되면 더 큰 목표를 잡을 수도 있지만 현재는 제한된 공급량에 맞춰 나갈 수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따라서 중국 관광객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2017년 이전까지 가용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판매량을 늘려나가는데 주력하는 것이 현대차 일본 법인의 목표이기도 하다.

 

서비스 네트워크 강화에 총력

일본의 대형 버스는 혹독한 주행 환경을 이겨내야 한다. 2~3명의 운전자가 교대로 운전을 하면서 연간 수 십만 km를 달리고 중간에 엔진을 교체해 통상 20년 이상 운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완벽한 내구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절대 차를 팔 수 없는 환경이다.

통상적 수준을 넘어서는 품질과 함께 완벽한 서비스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지난 7년여 동안 서비스 네트워크를 확장하는데 전력을 다해 왔다. 2013년 6개에 불과했던 직계약 정비공장이 2014년 14개, 2015년 21개로 늘어났고 내년에는 30개 이상 확충할 예정이다.

또 직계약 정비공장과 함께 33개의 딜러계약 정비망과 긴급출동서비스와 정기점검 및 경정비 전문 프랜차이즈인 타이 무스레스큐, 야마토 오토웍스와 계약을 맺고 일본 전역을 방어하고 있다.

이성찬 법인장은 “일본은 시트의 소재, 배열, 실내장식의 구성까지 업체마다 요구하는 것이 다르다”며 “여기에 완벽한 품질과 고도의 내구력이 필요하여 가장 까다로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니버스는 지난 7년 동안 무리 없이 현지 사업자들을 만족하게 해 왔으며 납기일을 최대한 단축하고 진정성있는 사후 관리를 통해 일본에서도 현대 상용차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관광버스 수요가 폭증하면서 현지 업체들의 경우 차량 납기에 최소 1년 6개월 이상이 걸리고 있으며 현대차 유니버스는 6개월가량이 수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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