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카는 처음, 솔직한 리뷰

  • 입력 2015.10.26 07:32
  • 수정 2015.10.26 07:5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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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1월부터 9월까지 국산 하이브리드카는 총 2만 788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 286대보다 소폭 증가했다.

외산 하이브리드카의 판매도 급 성장했다. 6297대로 같은 기간, 무려 19.6% 증가했다. 갑작스럽게 터진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가 시장 관심을 더 높여 하이브리드카 판매는 올해 사상 최대치가 기대된다.

유일한 악재는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소비자들의 편견이다. 대표적인 것이 배터리에 대한 생각이다. 일정 기간마다 교체를 해야 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식이다. 힘이 약하다는 생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잘 아는 지인을 불러 반 강제로 하이브리드카를 몰아보게 했다. 하이브리드카를 처음 몰아 본 그에게 평소 자신의 습관 그대로 차를 몰게 하고 솔직한 평가를 듣고 싶어서다.

 

베테랑 운전자의 하이브리드카 첫 주행

경기도 양평에 사는 라천석 씨(53세.사진)는 30년 이상의 운전 경력을 갖고 있다. 자영업을 하고 있고 프로 골퍼를 꿈꾸는 막내 딸을 위해 일 년에 10만 km 가까이 운전을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사고다.

스스로 ‘모범 운전자’라고 말한 라 씨는 하이브리드카를 처음 몰아 본다고 했다. 기자는 그에게 기아차 K7 하이브리드 700h의 운전대를 넘겨주면서 평소와 다르지 않게 운전을 해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트립 컴퓨터의 모든 정보를 다시 설정하고 운전대를 넘겨 주기 직전 기록된 평균 연비는 16.7km/ℓ, K7 하이브리드 700h의 인증 복합연비 16.0km/ℓ를 조금 넘긴 수치다.

주행 전 하이브리드카의 특징을 설명해 줬다. 출발할 때, 오르막길을 오르거나 가속을 할 때 모터의 힘이 개입하고 제동이나 감속을 할 때 배터리 충전이 된다는 정도다.

 

2년에 한 번, 600만 원 주고 배터리 갈아야

첫 느낌을 묻자 “시동이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고 말했다.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가는 중에 라 씨는 “좋은 건 알겠는데 돈 폭탄을 맞을까 봐 사람들이 쉽게 하이브리드카를 못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돈 폭탄이라니? 라 씨는 “휴대전화처럼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2년에 한 번 교체해야 하고 그때마다 600만 원 정도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혼자만 그렇게 알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얼마 전 막내 시합장에서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시합장을 따라다니며 들어가는 기름값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여기에서 하이브리드카 연비가 좋다는 말이 나왔지만, 배터리값이 장난 아니고 잘 못하면 돈 폭탄을 맞는다는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라 씨는 대부분 그렇게 알고 있는데 아니냐고 반문했고 “국산이고 수입품이고 하이브리드카 배터리는 보통 수십만 km의 내구 테스트를 거쳤고 혹시라도 교체할 일이 있어도 600만 원은 과장된 것”이라고 말해줬다.

국산 하이브리드카에 사용된 배터리의 가격은 150만 원 미만이고 설령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10년 또는 20만km까지 보증을 해 주기 때문에 염려할 사항이 아니라는 설명도 해 줬다.

라 씨는 “그런데도 사람들은 다 그렇게 알고 있다”면서 “그게 사실이라면 나 같은 사람에게 진짜 필요한 차가 하이브리드카”라고 말했다.

 

힘은?, 야 이거 밟는 대로 나가네

경기도 하남에서 대전 현충원을 목적지로 달렸다. 충북 음성을 지나 간간이 이어졌던 정체구간이 사라지자 속도를 내 보라고 주문했다. 가속페달을 힘 있게 여러번 밟아보면서 속도를 올려 본 라 씨는 “아무래도 디젤이나 가솔린보다는 힘이 달릴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 차는 밟는 대로 나간다”며 놀라워했다.

그는 “이러니까 자동차는 타 보고 얘기해야 한다”면서 “하이브리드카는 굼뜨고 쭉 뻗어 나가는 맛도 별로라고 알고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가속력도 만족스럽게 평가했다.

제한속도를 살짝 넘나 들고 속도를 높이면서 라 씨가 가장 많이 한 얘기는 “너무 조용하다”는 말이었다. 디젤 SUV를 타고 다니면서 거친 주행 소음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몰아 본 차 중에서 가장 조용하다”고 말했다.

승차감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라 씨는 “디젤차는 장시간 운전을 하다 보면 아무리 차가 좋아도 피로가 쌓이기 마련인데 운전이 편하고 다른 스트레스가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오랜 운전 경험으로 K7 하이브리드 700h의 승차감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17.2km/ℓ, 이거 뭐 잘 못 된 거 아닌가

대전 현충원 인근 해장국집까지 라 씨는 140km 남짓의 거리를 혼자 운전을 했다. 여기까지 기록된 K7 하이브리드 700h의 평균 연비는 17.2km/ℓ.

차분한 운전 습관을 지닌 덕분이기도 하지만 라 씨는 “뭐가 잘 못 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높은 연비를 쉽게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트립 컴퓨터가 완벽하게 정확한 연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믿어도 되는 수준이라고 말하자 라 씨는 “하이브리드카를 처음 몰고 이 정도 연비가 나왔으니까 운전이 익숙해지고 요령을 더 알면 더 좋을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몇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점도 얘기를 했다. “디젤차보다 팍 치고 나가는 순발력이 부족하다.”, “가끔 뭔가 울컥 거리면서 속도가 올라간다”, “계기판(반)이 기계식보다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정도다.

가장 아쉽게 생각했던 부분은 가격이다. 배터리 교체나 비용에 대한 오해는 없어졌지만 3500만 원이 넘는 가격은 여러 가지 계산을 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도 “아무래도 주행거리가 긴 사람들은 다른 차(동급 가솔린)하고 나는 가격 차이를 빨리 보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계산을 내놓기도 했다.

 

K7 하이브리드 700h는

믿지 못할 연비를 기록한 K7 하이브리드 700h는 몇 개 되지 않는 국산 가운데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함께 준대형 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모델이다.

시승차는 K7 하이브리드 700h의 2개 트림 가운데 아날로그 시계와 최고급 가죽 시트, 통풍시트, 내비게이션과 액튠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추가된 프레스티지로 가격은 세제혜택 적용 시 3507만 원이다.

2.4 가솔린 엔진으로 159마력(5500rpm)의 최고출력, 21.0kg.m(45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여기에 전기모터 출력 35kW가 추가된다.

준대형 세단 K7과 외관, 인테리어에 큰 차이는 없고 측면 휀더와 트렁크 도어에 하이브리드 로고와 트림명(700h)로 구분이 되게 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4500여 대가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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