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이상 무?, 폭스바겐의 치졸한 사과

  • 입력 2015.10.08 11:5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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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무려 20일 만에 사과문을 내 놨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모든 노력을 다 하겠으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는 것이 사과문의 골자다.

그런데 이 사과문의 내용이 묘하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각각 따로 발표한 사과문에서 ‘문제가 된 타입 EA 189엔진이 장착된 한국 내 판매 차량은 주행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차들이 달리고 서는 것은 이번 사태와 전혀 상관이 없다. 폭스바겐이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질소산화물이 허용치의 최대 40배까지 배출됐고 이를 알면서도 은폐해 해당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물론, 불특정 다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가 대기 환경을 개선하고 공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연간 쏟아 붓는 예산은 연간 수 천억원이 넘는다. 노후 경유차를 대체하고 개조하는데 지난 10년간 투입한 비용만 1200억원이 넘는다. 이 엄청난 예산은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가 부담하고 있다.

10만대가 넘는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문제 차량들은 그러나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이런 노력들을 물거품이 되게 했고 국민 건강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정직하게 배출가스 저감 노력을 펼쳐 온 다른 제조사들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과 이들이 입고 있는 타격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그런데도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차량에는 아무 이상이 없으니 그대로 타고 다녀도 된다는 식의 사과문을 내놨다. 치졸한 자기 변명이고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 이런 상황에서도 자기 잇속은 챙기겠다는 속셈이 보인다. ‘현재 한국 내 판매되고 있는 차량은 문제가 된 소프트웨어와 상관이 없다’고 강조한 것에도 이런 계산이 숨겨져 있다.

사과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주행 중 안전(문제)은 없다니, 내 뿜는 매연을 보행자가 다 마셔도 된다는 얘긴가”, “기네스북에 나올 악성 사기범들이 들키고 나서 어쩔 수 없이 사과하는 것”, “전 세계인들이 엄청난 양의 1급 발암물질을 마시게 한 책임은 어떻게 할 거냐”식의 냉소적 반응들이다.

잘 굴러가니까 자동차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사과는 폭스바겐 스스로도 이번 사태의 핵심과 본질을 아전인수격으로 받아 들이고 있음을 잘 보여준 사례다.

재수 없이 자신들만 들통이 났고 음모론이 나오고 어쩌면 문제가 된 차량들의 국내 판매 모델에는 해당 소프트웨어가 없을 수도 있다는 식의 물타기도 그 동안 있어 왔다. 따라서 진정성 있는 자기반성을 담고 싶은 사과였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을 내 놓는 것으로 끝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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